너도 날 가끔 떠올릴까
기억도 나질 않을까
너와 헤어졌던
꼭 오늘 같은 날씨엔
있잖아
난 가끔 니가 생각나
난 니가 이 노래
안 들었으면 좋겠어
우리가 가진 마지막 그날 밤
흐느끼며 소리치던 너
도대체 우리는 왜 만나는 거냐고
그때 난 널 원하고 있었지만
다시 돌아갈 용기는 나질 않았어
끔찍했던 너의 집착 때문이라는
핑계로 나를 자위하고
그대로 너와의 뜨거운 순간만을
공유하고 싶었던 비겁했던 그때
그 시절 우리가 보냈던 시간이
내 생애 가장 찬란했던 시절인 걸
서른이 넘어서야 깨달았어
널 처음 봤던 그날 너무 이뻐서
그냥 갖고 싶어서
별 생각 없이 입대 소식을 속이고
어린 날의 치기로 또
숱한 거짓말들로 대했던
나를 넌 정말 사랑해 줬고
군대에서 우리가 주고받은
영원을 약속한
수많은 편지와 선물들
우연히 서랍 속 숨어 있는
그 사진 한 장을 꺼내 보게 됐어
가끔 생각나
우리가 계속 만났다면
지금쯤 결혼을 했을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서로가 세월을 마주했을까
내 가장 찬란했던 스물 셋의
사랑으로 남아 있는 너에게 난
비겁하고 치사한 놈으로
남아 있을까
그때 왜 난 너를 한 번 더
잡지 못했을까
너도 날 가끔 떠올릴까
기억도 나질 않을까
너와 헤어졌던
꼭 오늘 같은 날씨엔
있잖아
난 가끔 니가 생각나
사랑은 곧 익숙했고
익숙함은 곧 무뎌졌고
잦은 다툼은 사랑이 끝난
신호라 착각했지
헤어진 뒤 종종 하룻밤만 보냈던
기형적인 관계의 끝은 니 울음뿐
너를 그렇게 울려 놓고도
또 니 소식을 궁금해 하는 내가
그때 내 대답에 달라졌을 우리를
아직도 그리는 건지 왜
우연찮게 안양에서
커피숍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됐어 나
엊그저께도 니 가게 근처를
일부러 지나가며 우연인 척
어색한 인살 건넬까
혼자 많은 생각들을 해 봤는데
차마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가 나질 않아
담배만 연거푸 태우다 돌아왔어
10년의 세월이 지나도 여전해
니 모습은 예뻤어
너도 날 가끔 떠올릴까
기억도 나질 않을까
너와 헤어졌던
꼭 오늘 같은 날씨엔
있잖아
난 가끔 니가 생각나
세상에 좋은 여자는
많을 거라 생각했지
5년쯤 지나고 보니
나에게 그 정도로 좋은 여자는
너였다는 걸 가끔 생각하곤 해
이미 지나간 뒤에나 깨닫는
동물이잖아 남자란
가만히 있어도 날
최고로 만들어 준 너였는데
지금 난 난 너보다도 못한 여자들
앞에서 최고인 척 날 날 꾸며대는
꼴이 정말 우스워
너도 날 가끔 떠올릴까
기억도 나질 않을까
너와 헤어졌던
꼭 오늘 같은 날씨엔
있잖아
난 가끔 니가 생각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