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비가
조용히 내린다
자꾸 먹먹하게
떠오르는 네 흔적
누군가 비는
초라한 모든 것을
씻어준다고
그랬었지만
잔뜩 찌푸린
하늘 아래서도
파도처럼 밀려오는
너와의 기억
비워야했던 마음은
보내지 못한
편지로 쌓여 가는데
그러나 이 아픈 마음을
통째로 베었다
모든 기억들을 내 욕심
탓으로 돌려야 했었다
그래야 맘을
추수를 수 있었다
의밀 잃어만가는
널 향한 다짐들
뚫린 가슴속에
아픔이 스민다
미안하고 고마웠었다
그러나 곧 비는 멈추고
하늘은 개인다
모든 초라함은 푸른 비
탓으로 돌려질 것이고
나를 에워싼
이 세상의 빛들이
닿을 수 없는
그리고 가질 수 없는
슬픈 비대칭의
아픔을 나눈다
비가 오면
더 보고 싶은 너
아직 비는
그치지 않았는데
나의 사랑은
그만 눈 감는다
비 오는 날은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