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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이별 말이 웬말이오_ (분같은 얼굴은)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오오 그럼 이별 허잔 말씀이오 그려?” “이별이야 되겠느냐마는 아마도 훗 기약 둘 수밖으 없다.”

도련님 듣주시오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도련님이 춘향 방에 앉고 보니, 숫사람이라 속이 울렁울렁 가슴이 두근두근 수인사 할 말이 콱 막혔지. 까딱하면 퇴 맞을까 자칫하면 수 빠질까, 무한히 생각고 허는 말이, “네 답서에 글 지어 보낸 것과 오다가 칠월편 읽는 소리를 들으니 아주 시전집일러구나.” 춘향이 대답허되, “밤 길고 잠 없어 읽기는 읽어도 뜻은 모르고 읽어요.”

오리정 이별 (도련님 하릴없이) ~ 술상 채려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그때여 내행은 길을 뜨려고 내외가 분주헐 제, 도련님 아니 들어오니 방자 민망허여 춘향 집에 나와 보니 춘향과 도련님이 정신없이 울고 있는지라. 방자 어이없어, “도련님 어쩔라고 이러시오? 내행차는 오리정을 지내시고 사또께서는 도련님 찾어 야단나겼소. 어서 가십시다.”

그때여 향단이 모보경, 이상호

[중중모리] 그때여 향단이 요염 섬섬 옥지갑 봉선화를 따다가 도련님 얼른 보고 깜짝 반겨 나오면서, “도련님 인제 나오시오? 아씨가 기대리요. 전에는 오실라면 담 밑에 예리성과 문에 들면 기침 소리 오시는 줄 알겄더니, 오늘은 소녀를 놀래시려 가만가만히 나오시네.”

춘향모의 항변 (춘향 어머니 나온다)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그때여 춘향 모친은 초저녁 잠 실컷 자고 일어나 도련님 드릴라고 밤참 음식을 준비헐 제, 춘향 방에서 울음소리가 낭자허니, “아이고 저것들 또 사랑싸움 허는구나. 싸움이 길면 이별 허기가 쉽느니라. 내가 가서 싸움을 말려줘야지.” 춘향 모친이 싸움 말리러 나오는디, [중중모리] 춘향 어머니 나온다. 춘향 어머니 나와.

이도령의 작별인사 (도련님 하릴없이 방자으게 붙들리어) ~ 달만큼 보이다가 (저 방자 미워라고)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방자 보다 답답허여, “도련님 어쩔라고 이러시오? 점잖허신 도련님이 이별을 허실라면, ‘춘향아 잘 있거라’, ‘도련님 잘 가시오’ 아 그 단 두 마디만 히도 그 속이 천지 우랑의 장마 물속인디 이게 벌써 며칠이요. 바로 명춘에 가신다 히도 떠나실 때는 항상 이러실테니 인자 그만 가십시다. 향단아! 너그 애기씨 조깨 붙들어라.”

방자의 왼갖 생각 (춘향의 집얼 건너가며) 모보경, 이상호

도련님 처분이 정 그러시면 편지 써 주어 보시오. 되고 안 되기는 도련님 연분이옵고, 말 듣고 안 듣기는 춘향의 마음이옵고, 편지 전허고 안 전허기는 소인 놈 생각이오니, 편지 써 주어 보시오.” 도련님이 두 무릎을 단정히 꿇고 앉어 편지를 쓰것다. 방자 보더니, “도련님, 거 편히 앉어 쓰시오.” “네가 모르는 말이다.

이 도령의 달램(도련님이 이 말 듣고) 모보경, 이상호

춘향이 기가 맥혀, “아이고 도련님, 참으로 가시오 그려. 못 허지, 못 가지요. 나를 죽여 이 자리어 묻고 가면 갔지, 살려두고는 못 가리다. 향단아, 술상 이리 가져오너라.” 술 한 잔을 부어들고 “도련님 약주 잡수. 금일송군수진취니 술이나 한 잔 잡수시오.” 도련님이 받어들고 “세상으 못 먹을 술이로다.

부끄러운 춘향이 (춘향 앞으로 들어가며) 모보경, 이상호

춘향모와 향단이는 건넌 방으로 건너가고 도련님과 춘향은 숫사람이요, 춘향모도 모르게 첫날밤이 되어 놓니 오래 이야기 할 수도 없고 도련님 급헌 마음 우선 다짜고짜가 으뜸이라. [단중모리] 춘향 앞으로 들어가며, “이 얘 춘향아,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밤이 깊다.”

임 그리는 춘향이 (하루가고) 모보경, 이상호

도련님 계실제는 밤이 짤루어 한일러니, 도련님 떠나시든 날부터 밤도 질어서 원수로구나. 도련님 계실 적으 바느질을 허노라면, 도련님은 책상 놓고 소학 대학 예기 춘추 모시 상서 백두시를 역력히 외어가다, 나를 흘끗 돌아보고 와락 뛰어 달려들어 내으 허리 부여 안고, ‘얼씨구나 내 사랑이지’ 허든 일도 생각이오.

한양서 만나자는 춘향이 (건장헌 두패쪼군) 모보경, 이상호

도련님 너무 좋아 우시오? 남원 땅 백성들은 명관을 잃사오니 원통타 하려니와 댁으로는 경사온디 이런 경사에 춤추기는 새로이 이렇게 울음을 우시니 댁 문중에는 이런 경사에 한 바탕씩 우시는 전례가 있소? 오오, 내가 도련님 따라 안 갈까 히서 그러시오?

광한루 행차채비 (저 방자 분부 듣고) 모보경, 이상호

그 사또 자제 도련님 한 분이 계시는디, 연광은 십 육세요 용몽을 얻어 낳은 고로 이름을 꿈몽자 용룡자 몽룡이라 지었것다. 부친 따라 고을에 내려와 책실에서 공부할 제, 때마침 단오일이요 일기 화창하니 방자 불러 남원 경치를 물으시겄다. “이 얘 방자야” “예이” “너희 고을에 볼만한 승지있느냐?”

이몽룡, 춘향집을 찾아간다 (이윽고 퇴령소리) 모보경, 이상호

방자 충충 다녀오더니, “도련님! 다 틀렸소.” “어찌 되었더냐?” “사또께서 오늘 저녁에 놀으신다고 기생 부르고 공인 부르고 관청으로 음식 속히 가져오라 허시면서 책방 나리보고 오늘 밤새도록 놀으신다고 허시니 도련님 일은 다 틀렸소. 잊어버리고 일찍 주무십시오.”

춘향모 술상 차리는디 (강진향 교자반으)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춘향모 울다가 춘향과 향단이 우는 것을 보더니 손수 탕 치고 허는 말이, “워라 워라 워라, 시끄럽다. 울어도 소용없고 한탄해도 쓸 데 없고 소 흥정이라고 물릴 수도 없고 다른 사람 같잖애 이 골 사또 자제라 허니 좋기사 좋다. 도련님이 나도 모르게 와겨서 오직 시장허셨겄냐. 오늘 밤에 일찍 오시라고 네 기별로 왕복히라.

방자 영을 듣고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도련님 들으시고, “네 말을 들으니 사세가 그러하나 그는 경박자가 할 일이지 장부행사 그럴 리 있겠느냐. 네가 정히 나를 못 믿겠으면 불망기를 허여주마. 방자야” “예.” “너는 어서 들어가 안목이나 잘 살피고 내일 아침 사또님 기침하시기 전에 일찍 나오너라. 주인 마님 모르시게 살짝 나가.” “예.

이도령의 심사 (가벼야이) 모보경, 이상호

도련님 엄부시하에 공부나 하시는 터라 겁이 왈칵 났지. “얘, 그럼 어찌 해야 되겠느냐?” “어찌 히요. 일 다 틀렸으니 잊어버리시오.” 한참 이리 헐제, 춘향이는 추천허다 땅에 툭 내려 서며 도련님과 눈이 마주쳤것다. 춘향이 세안으로 도련님을 잠깐 보니, 넉넉한 의사가 외화에 나타나니 군자의 거동이요, 맑은 기운이 사람으게 쏘이치니 열사으 기상이라.

춘향이 무색허여 모보경, 이상호

[중모리] 춘향이 무색허여 잡었든 손길을 시르르르르르 놓고 뒤로 물러 나앉으며 내색 섞어 허는 말이, “내 몰랐소, 내 몰랐소, 도련님 속 내 몰랐소. 도련님은 사대부댁 자제요, 춘향 나는 천인이라.

이 도령의 상사병 (도련님 그 시부터) 모보경, 이상호

[자진모리] 도련님 그 시부터 구경에도 뜻이 없고 글짓기도 생각 없어 무엇을 잃은 듯이 섭섭히 돌아와, 동헌에 잠깐 다녀 내아에 뵈온 후 책방으로 돌아와서 옷을 모두 벗어 걸고 침금에 비껴 누니, 몸은 광한루 앉은 듯 눈은 선연히 춘향을 대하는 듯 눈 감으면 곁에 있고 눈만 뜨면 간 곳 없네.

춘향 방치레 (방치레가 수수허다)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애기씨, 책방 도련님 나와겼소.” 춘향이 경불경 일어서니 향단이가 도련님을 모시고 방으로 들어가 상좌에 좌정허셨것다. 도련님이 춘향 방으 앉어 방안을 둘러보니, [중모리] 방치레가 수수허다. 정결한 이 간방의 영창으로 간을 막고 열선도를 붙였구나.

꿈아 꿈아 무정헌 꿈아 (비 맞은 제비같이) 모보경, 이상호

도련님 만나기를 꿈 속으서 만났는가, 이별이 꿈인거나? 꿈이거던 깨워주고 생시거든 임을 보세.” 벼개 우으 엎드리어, 모친이 알까 걱정이 되야 크게 우든 못허고 속으로 느껴주어, “아이고, 언제 볼꼬? 우리 도련님이 어디만큼 가겼는고? 어디 가다가 주무시는가? 날 생각고 울음을 우는거나? 진지를 잡수었는가? 앉었는가 누웠는가? 자는거나?

네가 날 오기만 기대려라 (춘향이 여짜오되 어머니 우지말고) 모보경, 이상호

도련님 내일은 부득불 가신다니 밤새도록 말이나 허고 울음이나 실컷 울고 보낼라요.” 춘향 어모 기가 맥혀 “못허지야, 못허지야. 네 맘대로는 못허지야. 저 양반 가신 후으 뉘 간장을 녹이랴느냐? 보내여도 각을 짓고 따라가도 따러 가거라. 여필 종부라 허였으니 너그 서방을 따러 가거라. 나는 모른다. 너그 둘이 죽던지 사든지 나는 모른다, 나는 몰라.”

춘향의 울음소리에 (내행차 나오려고) 모보경, 이상호

도련님 귀도 밝소. 울음은 웬 울음소리가 나요?” “이 자식아, 사정없는 소리 허지 말고 춘향이가 나와 우는지 어서 좀 가보고 오너라.” 방자 분부 듣고 충 충충 충충 갔다 나오는디, 이 놈이 도련님보다 더 섧게 울며 나오는디, “어따 우는디 우는디.” “아 이 자식아, 누가 그렇게 운단 말이냐?” “누가 그렇게 울겄소.

향단과 월매의 위로 (그 자리 버썩) 모보경, 이상호

집으로 가자허니 우리 도련님 안고 눕고 노던 디와 오르내려 신 벗든 디 생각나서 어이보리. 죽자허니 노친이 계시고 사자허니 고생이라, 죽도사도 못허는 신세를 어찌허면 좋단 말이냐.”

천자뒤풀이 (자시으 생천)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방자 밖으서 듣더니, “도련님 이게 웬 야단이시오? 도련님이 글 난리를 꾸미시오, 글전을 보시오?” “이놈아 잔소리 듣기 싫다. 주역 들여라. 건은 원코 형코 이코 정코 춘향코 내 코 한테 대면 좋코좋코좋코좋코” 방자 듣다, “도련님, 그게 무슨 책이오?” “이게 주역이다.” “그 어디 주역이오? 코 책이지. 그 책 속으 코 많소.

몽중가 (아무덴 줄 바이몰라) 모보경, 이상호

내가 일찍 조회차로 옥경에 올라가니 네 말이 천상에 낭자키로, 가격히 보고 싶은 마음 일시으 참지 못허여 네 꿈 혼백으로 만리소상강가에 청허여 왔으니 정심이 불안허다.”

긴 사랑가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도련님 앞에 놓고, “졸지에 채리느라고 잡술 것은 없사오나 이 술이 경사 술이오니 우리 한 잔씩 먹읍시다.” “주주객반이라 허였으니 장모가 먼저 들게” 이 삼배씩 자신 후 어간 있는 춘향모라 자리보전허여 놓고 건넌방으로 건너갔것다.

옥중가 (천지삼겨) ~ 일야는 꿈을 비니 모보경, 이상호

춘향이는 적적한 옥방 안에 주야장탄 울음을 우는디, [진양조] “천지 삼겨 사람 나고 사람 삼겨 글 만들 제, 뜻 정자 이별 별자를 어이허여서 내었는고? 뜻 정자를 내었거든 이별 별자를 없애거나, 이 두 글자 내든 사람은 날로 두고 준비헌가? 도련님이 떠나실 제 지어주고 가신 가사 거문고으 올려타니, 탈 제마다 한이 맺히어 눈물 먼저 떨어진다.

해돋이 (해소식) 모보경, 이상호

“아니 도련님, 아직 동도 안 텄는디 무슨 해를 봐요.” “방자야.” “예.” “해 좀 보아라.” “해 인자 돋소.” “인제 돋아 어쩔거나? 인제 돋는 해를 언제 보내고 춘향집을 가잔 말이냐. 방자야.” “예.” “해 좀 보아라.” “해 인자 사시나 되었소.” “사시 되어 어쩔거나?

이별가 초입 (왼갖 생각) 모보경, 이상호

그때여 사또께서는 동부승지 당상하야 내직으로 올라가시게 되니 내아가 다 질거하야 극락세계 되었는디 도련님은 말이 없이 돌부처가 되었구나. 석반을 재촉허여 한 술 뜬 체 만 체 허고 춘향 집에 이별차로 나가는디, [중모리] 왼갖 생각 두루 헌다.

신연행차 (신연맞이) ~ 청도 한쌍 홍문 한쌍 모보경, 이상호

“마부야, 네 말이 낫다 말고 내 말이 좋다 말고 경마 손 잡어들고 채질 척척 굽 일어 일시 마음을 놓지 말고 든든히 저어 끄어라.” 신연 급창 거동보소.

어사출두 모보경, 이상호

어사또 이 말 듣더니 운봉에게 넌지시 허는 말이, “여보시오 운봉 영장, 나도 부모님 덕택에 천자권이나 읽었으니 내 먼저 짓겟소. 거 지필묵 좀 빌려주시오.” 운봉이 통인을 불러, “네 이 양반께 지필연 올려라.” 어사또 지필연 받아 일필휘지하야 선뜻 지어 운봉 주며, “변변치 못하니 운봉 혼자 보시오.”

집장사령의 거동 ~ 십장가 ~ 집장사령과 구경꾼의 말 (엎졌든) 모보경, 이상호

일조낭군 이별 후으 일부종사 헐라는디 일편단심 먹은 마음 일시 시각으 변허리까? 가망 없고 못 허지요.” 둘째 낱을 딱, “이제도?” “이제도가 무엇이오? 이부불경 천고절행 이비 사적을 알었거든 두 낭군을 섬기리까? 가망 없고 안 되지요.” 셋째 낱을 딱, “삼가히 조심하라.”

생신잔치 준비 (이튿날 평명후으) ~ 동헌풍경(본관사또주인이라) ~ 어사또의봉변(고인불러삼현치고) ~ 운봉이 안다(운봉이 무변으)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춘향아, 내가 너더러 할 말이 있다마는.” 춘향모 이 말 듣더니, “자네 누구땜시 말 못 허는가? 나 있다고 말 못 허는가?” “향단아, 마나님 모시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거라.” “서방님, 마나님 허신 말씀 곡해 마시고 집으로 가사이다.” “그런 게 아니다. 나는 볼 일이 있어 같이 못 가니 내일 아침이나 잘 지어 놓아라.”

춘향석방 (사정이 옥쇄를) 모보경, 이상호

“네 말이 그럴진대 내 성도 이가니 네 뜻이 어떠헌고?” “분부가 그러허오면 아뢸 말씀 없사오니 죽여주오, 죽여주오. 어서 급히 죽여주면 혼비중천 높이 날어 삼청동을 올라가서 이몽룡을 보겄네다. 어서 수이 죽여주오.” “안될 말이다. 여수 황금이 임자가 각각 있느니라.” 어사또 지환 내어 주시며, “네 이것 춘향 주어라.”

어사또와 춘향모의 상봉 (허허 저 걸인아) 모보경, 이상호

세거인두백허니 백발이 완연히 되었으니 자네 일이 말이 아니로세. 나를 몰라? 허어, 자네가 나를 몰라?” “나라니 누구여? 말을 히야 내가 알지. 덮어놓고 모르냐고 허니 내가 자네를 어찌 알어. 해는 저물어지고 성부지 명부지 헌디 내가 자네를 어찌 알어. 말을 허소 말을 히여.” “나를 몰라? 허어, 자네가 나를 몰라? ‘이’가래도 모르겠나?”

사또전 춘향모의 말 (춘향 어머니 여짜오되)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향자 가진 기생들이 차례로 들어와도 춘향은 종시 없거늘 사또 물으시되, “너의 고을에 춘향이라는 기생이 있다는데 점고에 불참이니 웬일이냐?” 호장이 여짜오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춘향은 본시 기생이 아니오라 양반의 기출로 대비 넣고 물러 나와 여공만 숭상허옵다가, 구관 자제 이몽룡씨와 백년 언약허고 올라가신 후로 수절허고 있나이다.” 사또...

광한루 풍경 (동편을 가리키며)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광한루 당도하야 나귀 내려 풀 뜯기고, 도련님은 누각 우에 올라서 사면 경치를 둘러보시더니, “이 얘 방자야, 처음 보는 곳이라 어데가 어데인 줄 모르겠구나. 네가 좀 일러라.” 방자 팔을 들어 역력히 고하는디,[진양조]동편을 가르치며, “저 건너 보이는 산은 지리산 내맥인디 신선 내려 노든데요.” 북편을 가르치며,“교룡 산성이 저기온디 화계...

난향이 춘향을 달랜다 (적적한 심야간으)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춘향이는 이리 앉어 울음을 울제, 그때여 사또는 춘향을 옥에 가두어두고 아무리 달래어도 듣지 않고 고집을 허니 교방청 기생들을 불러놓고, “너희 중에 춘향을 달래어 수청 들게 하는 자 있으면 기안에 이름을 빼어 줄 것이고 수 천냥 상덕을 주마.”허시니, 기생 중 난향이 여짜오되, “소녀와 춘향은 연령이 동갑이요, 죽마고우로 정이 매우 깊사오니...

월매의 실망 (춘향 모친 기가맥혀) 모보경, 이상호

[중모리]춘향 모친 기가 맥혀. 떴다 절컥 떨어져 밖으로 우루루루루루루루 뛰어 나가 정화수 그릇을 들어쳐 매어 와닥딱 와그르르르르 탕 탕 부딪치며,“죽었구나. 죽었구나. 내 딸 춘향이 영 죽었네. 칠십당년 늙은 년이 당산철륭으 엎드려서 우리 사위 잘 되라고 밤이나 낮이나 하나님 전 축수를 허였더니, 저 지경이 웬일이여? 노천이 망령 들어 살펴 주실 줄...

향단의 변명 (하나는 남중문장재사요)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네 요년, 말히라. 바른대로 허면 이어니와 만일 둔사허는 날은 죽고 남지 못 허리라. 간밤에 애기씨가 무슨 일이 있었지? 너는 모를리 없을테니 바른대로 말해라.”이렇듯 호통허니 향단이 겁을 내어, “마나님 진정허시고 제 말씀을 들어뵈겨요. 간밤에 애기씨와 제가 바느질을 허는디 책방도련님이 나와겨서 애기씨와 말씀허시기에 저는 제 방으로 왔사오...

군로 사령이 나간다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말은 허여 보옵지만 안 될 듯 허옵니다.”사또 그 말을 더 멋지게 듣고, “그러기에 저를 기특타 하지야. 나도 한 번 알면 그 사람같이 섬길테니 그 아니 기특한 일이냐? 그리고 에미 말 어찌 안듣겠느냐? 네가 잘 타일러 보아라.”이렇듯 춘향모를 시켜 사오차 달래어도 죽기로써 영영 안들으니 사또 그제는 분을 내어,“그 년 괘씸한 년이지. 제가...

교명오작선인교요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좋다좋다. 호남의 제일루라 하겠다. 이 얘 방자야, 이런 좋은 경치에 술이 없어 무미허구나. 술상 이리 가져오너라.” 방자 술상 갖다놓고 술 부어 올리니 이 삼배 자신 후 취흥이 도도하야 글 한 수를 지었으되 춘향 상봉할 글을 지었것다. [시창] 교명오작선인교요, 누호광한옥경누를. 차문전생수직녀오, 지응금일아견우를.

과거장 (그때여 몽룡씨는) ~ 서리 역졸 분발 (남대문 밖 썩 내달아)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그때여 이몽룡은 춘향을 이별허고 서울로 올라가 글 공부 힘써 헐 제, 때마침 태평과를 보이는지라. 과거를 보러 들어가는디,[자진모리]그때여 몽룡씨는 서책을 품에 품고 장중 들어가 어탑을 바라보니, 홍일산 홍양산 봉미선이 완연허고, 병조판서 봉명기 도총관의 별운검과 승사각신이 늘어서 선상에 훈련대장 후상에 어영대장 유진의 금위대장 총융사 별군직...

어사또가 춘향을 찾아간다 (초경야경) 모보경, 이상호

[진양조]초경 이경 삼사 오경이 지내니 파루 시간이 당허였구나. 파루는 뎅 뎅 치는디 옥루는 잔잔이라, 향단이가 파루 소리를 듣더니만,“마나님 파루 쳤나이다. 애기씨한테 가사이다.”“오냐, 가자. 먹을 시간도 지내가고 갈 시간도 늦었구나.”향단이는 앞을 세고 걸인 사위 뒤를 세워 옥으로 내려갈 제, 밤은 적적 깊었는디 인적은 고요허여 사람 자취가 끊쳤...

임을 찾아서 갈까부다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이렇듯이 군로 사령들이 서슬이 퍼렇게 나가는디, 그때여 춘향은 사령이 오는지 군로가 오는지 아무런 줄 모르고 외로운 벼개 우에 벽만 안고 홀로 누워 시름 상사 울음을 우는디,[중모리]“갈까부다, 갈까부네. 임을 찾어 갈까부다. 어이허여 못 오신고? 바람도 쉬어 넘고 구름도 쉬어 넘는 해동청 보라매 모두 쉬어 넘는 동설령고개, 임이 왔다허면 나...

월매의 한탄 (춘향 모친 전후사를 생각허니)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춘향모 들어보니 일이 그럴듯도 허여,“이 년아 듣기 싫다. 애기씬가 뭣인가나 깨 오니라. 어찌된 사연이나 들어보자.”향단이가 들어가 춘향을 깨워 마나님께 탄로된 말을 다 허니 춘향이 겁을 내어 저의 모친 앞에 와 벌벌 떨고 서있을 제,[진양조]춘향 모친 전후사를 생각허니 설움이 복받치어 춘향이를 물그러미 바라보더니 두 눈에 눈물이 듣거니 맺거...

춘향의 꿈 (책상의 촛불을 돋우켜고)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글 지어 읊은 후 다시 일어 배회헐 제, 그때여 춘향이는 도련님을 만날라고 그 전일 초나흗날 밤에 몽사 하나를 얻것다.[단중모리]책상의 촛불을 돋우 켜고 열녀전을 외어가다 홀연히 잠 오거날 서안을 의지허고 잠깐 조으더니, 비몽사몽간의 춘향 몸이 공중으로 날리어 바람을 어거허고 구름을 헤쳐가다 한 곳을 당도허니 주궁패궐은 보던바 처음이라. 그 ...

사령 맞는 춘향 (그럴줄 내 알었다)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이렇듯 설리 울 제, 향단이 급히 뛰어 들어오며,“아이고 애기씨, 사령들이 떠들고 나오면서 애기씨를 부르니 아마도 무슨 야단이 났는개비요.” [단중모리]“그럴 줄 내 알었다. 홈초리나 받으리라.”치자 다래 그린 유문지호사로 머리를 바드득 졸라매고 문밖으로 나오면서 “김번수네 아저씨 박패두네 오라버니, 이번 신연에 가셨다더니 노독이나 없이 다녀...

어사또와 옥중 춘향의 상봉 (춘향이가 나오는디) 모보경, 이상호

[중모리]춘향이가 나오는디, 형문 맞은 다리 더덕이져서 촌보헐 길이 전이 없고 큰 칼 목으 칼 몽오리 서서 목 놀릴 길이 전혀 없네. 칼머리를 두 손으로 들어 저만쯤 옮겨 놓고 형문 맞은 다리를 두 손으로 옮겨 놓으며 뭉그적 뭉그적 나오더니,“아이고 어머니, 어찌 왔소?”“오냐, 왔더라.” “오다니, 누가 와요?”“밤낮주야 기다리고 바래던 너의 서방 ...

어사또의 형색 (각처로다) 모보경, 이상호

[중모리]각처로 다 분발허고 그때여 어사또는 패의 파관을 채리는디 앞살 터진 헌 망건으 박 쪼가리로 관자 달어 두 눈썹 잔뜩 눌러 두통나게 졸라매고, 철대 없는 헌 파립 버리줄 총총 매어 노갓끈을 달어 쓰고, 자락 없는 헌 베 도포 열 두 도막 잇은 띠를 흉당 눌러 잡어매고, 질목 짚신 감발허고, 주령을 끌면서 독담물을 지내어 숫고개를 얼른 넘어 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