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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무덤가에 배한성

당신의 무덤가에 패랭이꽃 두고 오면 당신은 구름으로 시루봉 넘어 날 따라오고 당신의 무덤 앞에 소지 한 장 올리고 오면 당신은 초저녁별을 들고 내 뒤를 따라오고 당신의 무덤가에 노래 한 줄 남기고 오면 당신은 풀벌레 울음으로 문간까지 따라오고 당신의 무덤 위에 눈물 한 올 던지고 오면 당신은 빗줄기 되어 속살에 젖어오네 도종환님

가신이에게 (시인: 이해인) 배한성

♠ 가신 이에게 ♠ 갈꽃 같은 얼굴로 바람 속에 있었습니다 춥고 어두운 땅 밑에 누워 하얏게 사위어가는 당신이 지금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당신이 살아 있는 이들보다 더 깊고 맑은 영혼의 말을 건네 주십니다 당신의 말은 나비가 되어 나의 하늘에서 춤을 추고 그것은 또 꽃이 되어 내 마음밭에 피고 하나의 별이 되어 어둔밤을 밝힘니다

한송이 수련으로 (시인: 이해인) 배한성

♠ 한송이 수련으로 ♠ 내가 꿈을 긷는 당신의 못 속에 하얗게 떠다니는 한 송이 수련으로 살게 하소서 겹겹이 쌓인 평생의 그리움 물 위에 풀어 놓고 그래도 목말라 물을 마시는 하루 도도한 사랑의 불길조차 담담히 다스리며 떠다니는 당신의 꽃으로 살게 하소서 밤마다 별을 안고 합장하는 물빛의 염원 단 하나의 영롱한 기도를 어둠의 심연에서

부활의 아침 (시인: 이해인) 배한성

♠ 부활의 아침 ♠ - 막달레나의 노래 문을 열어 주십시오 너무도 가혹하게 사무쳐 오던 고난의 멍든 세월을 다시는 기억치 않으렵니다 죽음보다 갑갑하고 어둡던 시간 당신의 부재로 하여 아픔이 피와 같던 시간을 탄식하며 무덤 밖에서 절절히 목메어 울었었거니 굳게 닫힌 무덤의 문 홀홀히 죽음의 옷 벗으시고

편지 (시인: 이해인) 배한성

♠ 편지 ♠ 밤은 항상 뜨거운 불가마에 나를 구워 내는 도공(陶工)입니다 벗이여 칡뿌리같이 싸아한 향기를 거느린 밤 나는 깨어 사는 시인들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 후둑후둑 비 맞고 섰는 빌린 목숨을 지켜보다 끝내는 신(神) 앞에 무릎 꿇었다는 당신의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지금은 고요히 창을 닫는 시간 허공을 뚫고 가는 기인 기적 소리에

가을편지 (시인: 이해인) 배한성

가는 곳마다에서 나는 당신의 눈빛과 마주 칩니다. 가을마다 당신은 저녁노을로 오십니다. 3 말은 없어지고 목소리만 살아남는 우리들이 가을. 가는 곳마다에서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 목소리에 목숨을 걸고 나는 나의 푸른 목소리로 나는 오늘도 당신을 부릅니다. 4 가을의 그윽한 이마 위에 입맞춤하는 햇살.

가을날 (시인: 릴케) 배한성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당신이 왕이라면 (시인: 이해인) 배한성

울리도록 큰 대답 주십시오 당신이 왕이라면 살아 온 당신을 향해 또다시 밤마다 칼을 가는 자들이 유다와 함께 횃불 들고 달려오는데 당신을 모르노라 고개 흔드는 베드로와 나도 시시로 악수를 나누는데 그래도 당신이 왕이십니까 빛보다 어둠 짙은 세상에 안겨 바보처럼 숨어서 울지도 못하는 弱者의 설움을 가엾이 여겨 주십시오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당신의

나비의 연가 (시인: 이해인) 배한성

날으는 한 마리 순한 나비인 것을 가볍게 춤추는 나에게도 슬픔의 노란 가루가 남몰래 묻어 있음을 알았습니다 눈멀 듯 부신 햇살에 차라리 날개를 접고 싶은 황홀한 은총으로 살아온 나날 빛나는 하늘이 훨훨 날으는 나의 것임을 알았습니다 행복은 가난한 마음임을 가르치는 풀잎들의 합창 수없는 들꽃에게 웃음 가르치며 나는 조용히 타버릴 당신의

바다여 당신은 (시인: 이해인) 배한성

산에서 어둠을 걷고 오늘도 나에게 노래를 다오 세상에 살면서도 우리는 서투른 이방인 언젠가는 모두가 쓸쓸히 부서져 갈 한 잎 외로운 혼임을 바다여 당신은 알고 있는가 영원한 메아리처럼 맑은 여운 어느 피안 끝에선가 종이 울고 있다 어제와 오늘 사이를 가로 누워 한번도 말이 없는 묵묵한 바다여 잊어서는 아니될 하나의 노래를 내게 다오 당신의

말을 위한 기도 (시인: 이해인) 배한성

도와 주시어 좀더 겸허하고 좀더 인내롭고 좀더 분별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내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른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주여 용서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 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당신의

하늘같은 사랑 배한성

나는 그대에게 하늘같은 사랑을 주고 싶습니다 그대가 힘들 때마다 맘놓고 나를 찾아와도 언제나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그대를 지켜주는 그대의 그리움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하늘같은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그대가 씩씩하게 잘 살아가다가 혹시라도 그러면 안되겠지만 정말 어쩌다가 혹시라도 힘이 들고 지칠 때가 있다면.. 그럴 땐 내가 이렇게 높...

나그네 배한성

나그네 - 박 목 월 - 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 三百里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리라꽃 던지고 (시인: 한하운) 배한성

♣ 리라 꽃 던지고 - 한하운 시 P양 (孃). 몇 차례나 뜨거운 편지 받았습니다. 어쩔 줄 모르는 충격에 외로와 지기만 합니다. 양이 보내주신 사진은, 오월의 아침 아까시아 꽃 청초로. 침울한 내 병실에 구원의 마스코드로 반겨줍니다 눈물처럼 아름다운 양의 청정무구한 사랑이 회색에 포기한 나의 사랑의 窓門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의학을 전공...

별헤는 밤 (시인: 윤동주) 배한성

별 헤는 밤 - 윤동주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

진달래 꽃 (시인: 김소월) 배한성

★*…진달래 꽃 - 김소월 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우리 고유의 민요 가락인 7.5조의 언어 구성으로 님을 떠나보내는 사무...

부활 (시인: 서정주) 배한성

♣ 부활의 아침 -서정주 시 내 너를 찾아왔다. 수나(娜) 너 참 내 앞에 많이 있구나. 내가 혼자서 종로를 걸어가면 사방에서 네가 웃고 오는구나. 새벽닭이 울 때 마닥 보고 싶었다. 내 부르는 소리 귓가에 들리드냐. 수나. 이것이 몇 만시간만이냐. 그날 꽃상여 산 넘어서 간 다음 내 눈동자 속에는 빈 하눌만 남드니, 매만저볼 머릿카락 하나 머...

태워진 편지 (시인: 푸시킨) 배한성

♣ 태워진 편지 - 푸시킨 시 안녕, 사랑의 편지여 안녕. 그 사람이 이렇게 시킨 것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 나는 주저하고 있었던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나의 손은 모든 기쁨을 불에 맡기려고 맹세하였던가... 하지만 이제 지긋지긋하다. 시간이 찾아왔다. 불타라 사랑의 편지여 나는 각오하고 있지. 마음은 무엇에도 현혹되지 않지. 탐욕스런 불꽃은...

성평리 (시인: 정공채) 배한성

♣ 성 평 리 -정공채 시 삼천포에서 다도해 뱃길 남으로 남빛을 쪼개면서 노저어 돌면 바른편엔 내내 표고 구백의 산자 소오산 치맛폭에 펼쳐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그늘 노량 바다 성평리는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하동군 고전면의 성평리가 보일 것인가! 남빛 그 좋은 바다도 뒷전으로 놓아둔 달을 먼저 보는 저쪽 산맥의 돌담투성이 성평리 크나큰 ...

바람 (시인: 정공채) 배한성

♣ 바 람 - 정공채 시 1 내가 바람을 잡아, 바람을 피웠을 때 주위의 사람들은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였지 나의 아버님은 안경을 쓰시고 말았지 내가 캬바레에서 검은 구둣발로 놀아난 날 내가 살롱에서 빨간 술에 담배만 피운 날 숨가쁘게 청춘의 빨간 차표를 손에 들고 있었던 날 나를 위해 기도를 해 주던 당신 당신이 없어서 그럴까 그래서 전원...

애너벨 리 (시인: 포우) 배한성

♣ 애너벨 리 ~^* -포우 詩 이제는 오래고 오랜 옛날 일이었지요, 바닷가 한 왕국에 에너벨 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 아가씨는 나를 사랑하고 내게 사랑받는 일 외엔 아무 다른 생각 없이 살았습니다. 나도 아이였고, 그녀 또한 아이였습니다. 바닷가 왕국에서, 그러나 우리는 사랑 이상의 사랑으로 사랑했습니다- 나와 나의 애너벨 리는- 하늘을 나...

인적없는 외진곳에 그 소녀는 살았다 (시인: 워즈워드) 배한성

♣ 인적 없는 외진 곳에 그 소녀는 살았다 - 워즈워드 시 다브의 샘가 인적 없는 외전 곳에 그 소녀는 살았네, 칭찬하는 사람 아무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 또한 전혀 없던 그 소녀, 이끼 낀 바위틈에 반쯤 가리워 다소곳이 피어있는 한 송이 오랑캐 꽃, -하늘에 홀로 반짝이는 샛별처럼 아름답던 그 소녀, 아는 이 없는 삶을 살다가 아는 이 별로 ...

인적없는 외진곳에 (시인: 워즈워드) 배한성

♣ 인적 없는 외진 곳에 그 소녀는 살았다 - 워즈워드 시 다브의 샘가 인적 없는 외전 곳에 그 소녀는 살았네, 칭찬하는 사람 아무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 또한 전혀 없던 그 소녀, 이끼 낀 바위틈에 반쯤 가리워 다소곳이 피어있는 한 송이 오랑캐 꽃, -하늘에 홀로 반짝이는 샛별처럼 아름답던 그 소녀, 아는 이 없는 삶을 살다가 아는 이 별로 ...

낙화 배한성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평화의 기도 (시인: 성.프란시스코) 배한성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심게 하소서. 위로받기 보다는 위로하며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하며 자기를 온전히 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이니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순박한 아내를 가지기 위한 기도 (시인: 프란시스 잠) 배한성

주여, 내 아내가 될 수 있을 여인은 겸손하고 따사로우며 다정한 친구가 되도록 해 주소서. 우리가 잠잘 때에는 손을 서로 맞잡고 잠들도록 해 주소서. 그녀가 메달이 달린 은목걸이를 가슴 사이에 감추일 듯 말 듯 목에 걸도록 해주소서. 그녀의 살갗이 늦은 여름 조는 듯한 자두보다 더 매끄럼고 그녀의 마음 속에 부드러운 순결이 간직돼 있어 서로 껴안으...

너에게 (시인: 김남조) 배한성

♣ 너 에게 -김남조 시 아슴한 어느 옛날 겁劫을 달리하는 먼 시간 속에서 어쩌면 넌 알뜰한 내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지아비의 피 묻은 늑골에서 백년해로의 지어미를 빚으셨다는 성서의 신의 이야기는 너와 나의 옛 사연이나 아니었을까 풋풋하고 건강한 원시의 숲 찬연한 원색의...

눈 (시인: 구르몽) 배한성

♣ 눈은 내리네 - 구르몽 시 시몬, 눈은 그대 목처럼 희다. 시몬, 눈은 그대 무릎처럼 희다. 시몬, 그대 손은 눈처럼 차갑다. 시몬, 그대 마음은 눈처럼 차갑다. 눈은 불꽃의 입맞춤을 받아 녹는다. 그대 마음은 이별의 입맞춤에 녹는다. 눈은 소나무 가지 위에 쌓여서 슬프다. 그대 이마는 밤색 머리칼 아...

흰장미와 백합꽃을 흔들며 (시인: 박두진) 배한성

♣ 흰 장미와 백합꽃을 흔들며 - 박 두 진 시 눈 같이 흰 옷을 입고 오십시요. 눈 위에 활짝 햇살이 부시듯 그렇게 희고 빛나는 옷을 입고 오십시요. 달 밝은 밤 있는 것 다아 잠들어 괴괴-한 보름밤에 오십시요...빛을 거느리고 당신이 오시면, 밤은 밤 은 영원히 물러간다 하였으니...

사모 (시인: 조지훈) 배한성

♣ 사 모 - 조지훈 시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리 핏물...

여인 (시인: 한하운) 배한성

♣ 여 인 - 한하운 시 눈여겨 낮익은 듯한 여인하나 어깨 넓직한 사나이와 함께 나란희 아가를 거느리고 내앞을 무사희 지나간다 아무리 보아도 나이가 스무 살 남짓한 저 여인은 뒷모습 걸음걸이 하며 몸맵시 틀림없는 저.....누구라 할까... 어쩌면 엷은 입술 혀끝에 맴도는 이름이요! 어쩌면 아슬아슬 눈 감...

산맥 (시인: 이해인) 배한성

♠ 산 맥 ♠ 아득한 하늘 너머 천년 그리운 님의 얼굴이여 천년을 묵묵히 기다려야 하는가 파랗게 이끼 먹도록 태양을 외면한 체 매양 너를 키워 온 검은 바위 바위를 안고 그렇게 오래도록 침묵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어야만 하는가 지나온 날들을 생각지 않겠다 모질게 아려오는 슬픔의 노랠랑 아예 부르지 않겠다 녹슨 세월을 발 돋음하고 노을처럼 붉게 타오...

기도 (시인: 이해인) 배한성

♠ 기 도 ♠ 오늘은 가장 깊고 낮은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게 해 주소서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당신을 떠나 보내야 했던 마리아의 비통한 가슴에 꽂힌 한자리의 어둠으로 흐느끼게 하소서 배신의 죄를 슬피 울던 베드로의 절절한 통곡처럼 나도 당신 앞에 겸허한 어둠으로 엎드리게 하소서 죽음의 쓴잔을 마셔 죽음보다 강해진 사랑의 주인이여 당신을 닮지 않...

누군가 내안에서 (시인: 이해인) 배한성

♠ 누군가 내 안에서 ♠ 누군가 내 안에서 기침을 하고 있다 겨울나무처럼 쓸쓸하고 정직한 한 사람이 서 있다 그는 목 쉰 채로 나를 부르지만 나는 선뜻 대답을 못 해 하늘만 보는 막막함이여 내가 그를 외롭게 한 것일까 그가 나를 아프게 한 것일까 겸허한 그 사람은 내 안에서 기침을 계속하고 나는 더욱 할 말이 없어지는 막막함이여

피묻은 님들이여 (시인: 이해인) 배한성

♠ 피 묻은 님들이여 ♠ -순교복자들에게 보이지 않아도 나날이 미더웁고 나날이 친숙해 온 피 묻은 님들이여 목숨을 걸고 사랑 한 죄로 칼을 받아야 했던 피묻은 얼굴들이 태양이 되어 아직도 그 빛 안에 우리가 살고 있음이여 어둠과 비애의 폭풍이 잦아 갈수록 슬퍼진 땅에 살기 위에 죽어서 우리도 묻혀야 할 이 그리운 땅...

6월엔 내가 (시인: 이해인) 배한성

♠ 6월엔 내가 ♠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 하는 6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 없는 산 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 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촛불 (시인: 이해인) 배한성

♠ 촛 불 ♠ 말은 이미 끝났습니다. 순백의 가슴둘레 불꽃으로 피운 눈물 바람에도 휘지 않는 노을빛 사랑 당신은 내 이름을 불러 주십시오 죽어서도 무덤 없는 고독의 불꽃 소리도 안 들리는 곳에서 승천을 꿈꾸며 태워 온 갈망 당신위에 준비된 나에게 말은 이미 소용이 없습니다

이별 (시인: 괴테) 배한성

♣ 신 곡 ~^* -단 테 詩 이생의 나그넷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에서 벗어났던 내가 눈을 떴을 때에는 컴컴한 숲속에 있었다. 그 가혹하고 황량하며 준엄한 숲이 어떤 것이였는지는 입에 담기조차 역겹고 생각하기만 해도 몸서리 쳐진다. 그 괴로움이란 자칫 죽을 정도였었다. 그러나 거기서 만나게 된 행운을 말...

가지말라 애인이여 (시인: 타고르) 배한성

가지말라 애인이여 - 타고르 - 가지 말라 애인이여 작별의 말없이 나는 밤새껏 지키었다. 그렇길래 이제 내 눈은 감기기만 한다. 나는 걱정스럽다. 내가 자고 있는 사이에 그대를 잃지 않을까. 가지 말라 애인이여 작별의 말없이. 나는 깜짝 놀라 일어났다. 그리하여 그대에게 닿으려 손을 내밀었다.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꿈이었던가?) 오직 내 마음을...

우중의 다리위를 거닐며 (시인: 정공채) 배한성

♠ 우중의 다리 위를 거닐며 -정공채 詩 기억(記憶)의 자욱한 비안개가 다리 위에 와서 머문다. 젖은 비는 우산을 타고 내리고 나는 행복한척 부루우스를 출까. 천대 받는 빨가벗은 나의 가난한 빨가벗은 뒷다리는 빗물에 젖으면서 나는 어젯밤 전차가 꽃잎을 많이 죽인 아픈 기억의 다리...

해 (시인: 김동환) 배한성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

순박한 아내를 가지기 위한 기도 (시인: 프란시스잠) 배한성

♥♥ 순박한 아내를 가지기 위한 기도 -프란시스 잠 詩 주여, 내 아내가 될 수 있는 여인은 겸손하고 따사로우며, 다정한 친구가 되도록 해주소서. 우리가 잠 잘 때에는 손을 서로 맞잡고 잠들도록 해주소서. 그녀가 메달이 달린 은 목걸이를 가슴사이에 감추일듯 말듯 목에 걸도록 해주소서. 그녀의...

평화의 기도 (시인: 프란시스잠) 배한성

♥♥ 평화의 기도 -성. 프란치스코 詩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상처가 있는 곳에 사랑을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심게 하소서. 위로 받기 보다는 위로 하며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 하며 사랑을 받기 보다는 사랑하며 자기를 온전히 줌으로써 영생을 ...

진달래꽃 (시인: 김동명) 배한성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첫사랑 그사람은 (시인: 노천명) 배한성

♣ 첫 사랑 그 사람은 ~^* -박재삼 詩 첫사랑 그 사람은 입 맞춘 다음엔 고개를 못 들었네. 비단올 머리칼 하늘 속에 살랑살랑 햇미역 냄새를 흘리고, 그 냄새 어느덧 마음 아파라, 내 손에도 묻어 있었네. 오, 부끄러움이여, 몸부림이여, 골짜기에서 흘려 보내는 실개천을 보아라, 물비늘 쓴 채 물살은 ...

연륜 (시인: 박목월) 배한성

슬픔의 씨를 뿌려놓고 가버린 가시내는 영영 오지를 않고 ··· 한 해 한 해 해가 저물어 질 고은 나무에는 가느른 핏빛 나이테가 감기었다. (가시내사 가시내사 가시내사) 목이 가는 소년은 늘 말이 없이 새까아만 눈만 초롱 초롱 크고 ··· 귀에 쟁쟁쟁 울리듯 차마 못잊는 애달픈 웃녘 사투리 나이테는 더욱 새빨개졌다. (가시내사 가시내...

너는 한송이 꽃과 같이 (시인: 하이네) 배한성

너는 한 송이 꽃과 같이 - 하이네 시 너는 한송이 꽃과 같이 그다지도 귀엽고 예쁘고 깨끗하여라 너를 보고 있으면 서러움은 나의 가슴속까지 스며드누나 하나님이 너를 언제나 이대로 밝고 곱고 귀엽도록 지켜주시길 네 머리 위에 두 손을 얹고 나는 빌고만 싶어지누나

조용히 조용히 (시인: 베르펠) 배한성

조용히 조용히 -베르펠 시 조용히 조용히 좀더 조용히 너의 품에 나를 안아 주라. 더운 이마를 피곤한 두 눈을 너는 나의 즐거운 새벽 네 손길에는 새벽의 애무가 있고 너의 상냥한 말에는 서광이 있다 그래서 나는 고뇌를 잊고 날마다 새롭게 살아간다.

하동땅이 어떻습니까 (시인: 정공채) 배한성

♣ 하동땅이 어떻습니까 - 정공채 시 온갖 일이 마음에 들지 않거들랑 산수 절로 트인 하동땅 풍광길이 어떻습니까 하동 땅으로 내려 오시지요 그 옛날 고사도 여길 들라치면 청학이 됐다죠 그야 그렇챦겠지만 그쯤 치는 풍광이라지요 최치원 외론 구름도 햇빛 고운 하동땅 산 내리는 입산승 먼 발치 두고 한번 들면 그만이지! 그는 이땅의 쌍계동문 그 바깥...

첫사랑 그사람은 (시인: 박재삼) 배한성

♣ 첫사랑 그 사람은 -박재삼 시 첫사랑 그 사람은 입 맞춘 다음엔 고개를 못 들었네. 나도 딴 곳으로 보고 있었네. 비단 올 머리칼 하늘 속에 살랑살랑 햇미역 냄새를 흘리고, 그 냄새 어느덧 마음 아파라. 내 손에도 묻어 있었네. 오, 부끄러움이여, 몸부림이여, 골짜기에서 흘려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