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을 이예요 눈물처럼 떨어지는
당신의 잎새를 보고 있지요 그댄 잊지 못하나요
뜨거운 사랑으로 입맞춤 해주던 님
가버렸는데 지난날 그 푸른 정열, 어리석은 태양의 욕망
여름은 모두 환상이예요 그대는 벌써 잊으셨나요
계절의 길목에 서성이면 상심한 그대의
발자국만 그대 내게 오시는 날 내 가슴속의
화는 풀려 그대 마음 용서하고 맞이할텐데
또 황혼의 어둠 내려오면 벽난로에 불 지피고
잘 익은 모과차도 끓여 드릴텐데 문 밖엔
풀벌레 소리, 하루종일 국화향기 여름은
모두 환상이예요 그대는 벌써 잊으셨나요
계절의 길목에 둘이 서서 사랑과 미움을
기도해요 나는 가을 이예요, 그댄 나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