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벤치에 앉은 너를
처음 봤을 때 벚꽃이 내렸어
햇살이 참 눈부셨었는데 말이야
넌 더 눈부셔 내 맘을 부셔
인사만 몇 번씩 연습했는데
매운 걸 먹은 것처럼
네 앞에선 말이 안 나와
날씨가 참 좋은데
바람이 참 좋은데
나랑 한강 근처 걷는 건 어때
썼다 지웠다 다시
썼다 지운 말이 벌써
밤하늘에 별이 되어 지는 밤
늦은 밤 자꾸만 떠오르는
너의 얼굴이 달빛을 가리네
끝내 보내버린 문자 한 통에 난
1분 1초가 10년 같아
너의 집 앞으로 가는 내내
답장 온 문자를 보고 또 보고 웃어
날씨가 참 좋은데
바람이 참 좋은데
한강 근처 걷는 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난
너무 좋은데 어느새
너네 동네 편의점 앞이야
천천히 걸어오는
너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
혹시 내가 짓게 만든 웃음일까
그 꽃말이 혹시 시작인 걸까
날씨가 참 좋은데
바람이 참 좋은데
한강 근처 걷는 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난
너무 좋은데
이제는 너와 날 우리라고 쓰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