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이승환

비릿하네 앙다문 기억을 호비고 스민,
심장 가까이 고여오는 너
저릿하네 여물지 않는 밤들에
저물지 않는 느릿한 빛

잠시 너를 못 보게 흠씬,
하얀 밤들에 적신 눈을 멀게해

널 떠나선 안 되는 거였어
어디에도 니가 있고 어디에도 니가 없으니
널 만나선 안 되는 거였어
영원한 사랑은 커녕 영원한 아픔이라니

빛은 이제 성가시고 불결해 불길하다.
밤도 체념해 무심하니
가련하네 밤과 섞이지 못하는 어둠이라니.
태양이여.

잠시 너를 못 보게 흠씬,
하얀 밤들에 적신 눈을 멀게해

널 떠나선 안 되는 거였어
어디에도 니가 있고 어디에도 니가 없으니
널 만나선 안 되는 거였어
영원한 사랑은 커녕 영원한 아픔이라니

흐린 환영과 잔상이 섞인 옅은
선잠이 깨인 눈을 멀게해

떠나선 안 되는 거였어
어디에도 니가 있고 어디에도 니가 없으니
만나선 안 되는 거였어
영원한 사랑은 커녕 영원한 아픔이라니

떠나선 안 되는 거였어
어디에도 니가 있고 어디에도 니가 없으니
만나선 안 되는 거였어
영원한 사랑은 커녕 영원한 아픔이라니

비릿하네 여물지 않는 밤들이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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