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고하는데

조상현

도창: (늦은 중몰이) 아드드득 일어서니 도련님 더욱 기가 맥혀 가는 춘향을 부여 잡고,
이도령: (늦은 중몰이) 게 앉거라. 게 앉거라. 니가 미리 속을 지르기로 내가 미처 말을 못허였다. 속 모르면 말을 마라.
춘  향: (아니리) 사또께서 동부승지 당상하여 내직으로 올라가신단다. 그리하여 나는 내일 내행을 모시고 먼저 떠나라 하시니 이 일을 장차 어찌했으면 좋겠느냐?
춘  향: (아니리) 아이고, 그럼 댁에는 경사났고 그려. 내가 도련님 따라 안갈까혀서 그러시요? 여필종부라 허였으니 천리만리 어디라도 도련님을 따라가지.
이도령: (아니리) 이 말이 사람 많이 상할 말이로구나 내가 너를 다려가게 생겼으니 이리허겠느냐. 어머님께 이런 사정을 여쭈었더니 일언지하에 거절이로구나. 그러니 아무리 생각해도 후기를 들수 밖에 수가 없다.
춘  향: (아니리) 후기라뇨, 그럼 이별허잔 말씀이요
이도령: (아니리) 이별이야 되겠느냐마는 당분간은 너와 내가 헤어져 있을 수밖에 수가 없느니라.
도  창: (아니리) 춘향이 뜻밖에 이 말을 들어노니 얼굴이 푸르락 노르락 하여지며 사생결단을 허기로 든다.
도  창: (진양조) 와락 뛰여 일어서며 발길에 밟히는 치마자락도 쫙쫙 찢어서 도련님의 앞에다 내던지고, 명경, 체경도 두루쳐 번뜻 안어다가 문밖 사우에다 와당땅 때려서 와그르르르르르 탕탕 부딪치고,
춘  향: (진양조) 아이고ㅡ 여보, 도련님! 지금 허신 그 말씀이 재담이요, 실담이요, 패담이요? 답답하니 말좀하오. 작년 오월 소녀집을 찾아와서 도련님은 저리 앉고 춘향 저는 여기 앉어 무엇이라 말하였소? 산해로 맹서허고 일월로 증인을 삼어, 상전이 벽해가 되고, 벽해가 상전이 되도록 떠나 사지 마쟀더니 한돐이 다 못되어 이별 말이 웬 말이요? 나의 손길 부여잡고 창앞으 훨씬 나가, 경경이 맑은 하늘을 천번이나 가르치고, 만번이나 맹세 허였지요. 맹세 구름이 저기 떳소. 말을 허여. 공연한 사람을 살자 살자 조르더니 평생 신세를 망치네 그려. 향단아, 건넌방 건너가서 마나님전 여쭈어라. 도련님 이 떠나가신단다. 사생결다을 헌다고 죽느 줄이나 아시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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