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자라가 음침경에 기어올라 사면 경치를 살펴보니 왼갖 날짐생들이 모여 상좌 다툼을 하는구나 봉황새 척 나앉으며
중모리
이 내 말을 들어봐라 순임금 남훈전에 오현금가지시고 소소구성 노래할 제 봉산 높은 봉 아침볕에 내가 가서 울음을 우니 팔백년 문물이 울울혀여 주 문무 나 계시고 만고대성 공부자도 내 앞에서 탄식하니 천 길이나 높이 날아 기불탁속 허여있고 영주산 석산오동 기염기염 기어올라 소상 오죽 좋은 열매 내 양식을 삼었으니 내가 어른이 아니시냐
아니리
까마귀 꾸짖어 왈 “너는 대구리 크고 털 텁수룩한 놈이 어데로 상좌를 한단 말이냐” 봉황새 꾸짖어 왈 “너는 전신에 흰 점이 없고 두 눈이 검은 창뿐인 놈이 어디로 상좌한다는 말이냐” 까마귀 왈
엇중모리
내 근본 들어라 이 내 근본을 들어봐라 이 주둥이 길기는 월왕구천이 방불허고 이 몸이 검기난 산음 땅 지내가가 왕회지세연지 풍덩 빠져 먹을 들여 이 몸이 검어있고 은하수 생긴 후에 그물에 다리를 놓아 견우직녀 건너주고 오난 길에 적벽강 선유헐제 남비 둥둥 떠 삼국흥망을 의논할제 천하의 반포은을 내 홀로 알았으니 천하의 비금주수 효자는 나 뿐인가 아 아이고 설움이야 아 아이고 설움이야 아 아이고 설움이야.
잦은모리
부엉이 허허 웃고 네 암만 그런 대도 네 심정 불칙하야 열두가지 울음을 울어 과부집 담에 앉아 울음을 울어 동요할 제 까옥까옥 도락도락 괴이한 음성으로 수절과부 유인허고 네 소리 꽉꽉 나면 세상 인간 미워라 돌을 들어 날리며 떠나자 배 떨어지니 세상에 미운 놈은 너 밖에 또 있느냐 빈 통이나 찾아가지 이 좌석은 불길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