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토끼 보러 좋아라고 “아닌게 아니라 참말로 좋소 좋아 그런디 어서 안에 들어가니 나 훈련대장 좀 빨리 살게 좀 해 주시오” “아따 글랑은 염려 마시오 그런디 여기 가만이 앉어 계시다가 혹시 토끼가 잡아 들여라 하거든 놀래지 말시오” “아니 어찌 그렇단 말이요” “아 세상 같고 보면 훈련대장 입시들여라 하느 소리인께 놀래지 말란 말이요 나 안에 들어가서 훈련대장 타실 남려 가지고 나오리다” “그렇다니 시키는 대로 하리다마는 그 법인즉 천하 말질법이요 내가 훈련대장 살게 되면 그 법은 착 뜯어 고칠버릴라요” “아따 글랑 그리시오” 그때에 별주부는 영덕전 너른 뜰 공손히 복지하야 여짜오되 “만리 세상에 나갔던 별주부 현신이요” 용왕이 반겨하사 “수로 만리를 무사히 다녀왔으며 토끼를 어쩌고 왔는고” “예. 토끼를 생금하야 저 궐 문 밖에 대령하였나이다” “그럼 빨리 잡아 잡아드리도록 하여라” 영을 내려보니
잦은모리
좌우 나졸 금군 모조리 순령 일시에 내달아 토끼를 에워쌀 제 진황만리장성 싸듯 산양 싸움에 마초싸듯 첩첩이 둘러싸고 토끼 겹쳐 잡는 거동 영문 출사 도적 싸듯 토끼 두 귀를 꽉 잡고, 네가 이 놈 토끼냐 토끼 기가 막혀 벌렁벌렁 떨며, 토끼 아니오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개요 개 같으면 더욱 좋다 삼복다름에 너를 잡아 약개탕도 좋거니와 네 간을 내어 오개탕 다려먹고 네 껍질 베껴내야 잘양무어 깔게 되면 응혈 내종 혈담에는 만병회춘의 명약이라 이 강아지 몰아가자 아이고 내가 개도 아니요 그러면 네가 무엇인가 내가 송아지요 소 같으면 더욱 좋다 도판에 너를 잡아 뒷 핏죽 살찐 다리 양 횟간 천엽 통팥 후박없이 노나먹고 네 뿔 빼어 활도 메고 네 가죽 베껴내어 신도 짓고 북도 메고 똥오줌은 거름을 하니 벌릴 것 없나니라 이 송아지를 몰아가자 토끼가 생각하니 날도 뛰도 못허고 꼼짝달싹 없이 죽었구나 아이구 내가 소도 아니오 그러면 네가 무엇인고 내가 망아지요 말 같으면 더욱 좋다 선관목 후관족이라 요단항장 천리말이다 연왕의 오백금도 네 뼈를 사갔으니 너를 산채 몰아다가 대왕전에 바쳤으면 천금상을 아니 주랴 듣거라 토끼를 결박하야 발그런 주장대로 꾹 찔러 들어놓니 토끼 하릴없이 대롱대롱 매달려, 아이고 이 급살을 맞은 년의 남녀 두 번만 타게되면 옹두리 뼈도 안 남겄네 토끼를 결박하야 영덕전 너른 뜰에 동대이쳐, 토끼 잡아들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