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잡혀 들어와 사면을 살펴보니 강한지장과 천택지신이 좌우로 옹위하여 눈만 끔쩍끔쩍 하고 앉았더라 용왕이 반겨하사 “네 토끼 들어라 내 우년 득병하여 명의 더러 물은 즉 네 간이 으뜸이라 하기로 우리 수궁의 어진 신하를 보내여 너를 잡아 왔으니 죽노라 한을 마라” 토끼가 생각하니, 저 놈한테 잡ㅇ혀와 속절없이 꼭 죽게 생겼구나 한 꾀를 얼른 내어 배를 의심없이 척 내밀며 “자 내 배 따보시오” 용왕이 생각하기를, 저 놈이 배를 안 띠일랴고 무수히 잔말이 심할 터인데 저리 의심없이 배를 썩 내민 것은 필시 무슨 곡절이 있구나 “이 놈아 할 말 있으면 말이나 하려므나” “아니요, 내가 말을 해도 내 말을 곧이 듣지 않은 모양이 두말말고 얼릉 내 배나 따 보시오.” “이 놈아 기왕에 죽을 바에야 말이나 허고 죽으려므나.”
중모리
말을 허라니 허오리다 말을 허노라 허오리다 소토 간인즉 월륜정기로 생겼삽더니 보름이면 간을 넣고 그믐이면 간을 들어내다 세상에 병객들이 소퇴 얼른하면 간을 달라고 보채기로 간을 내어 파초잎에다 꽁꽁 싸서 췌노를 칭칭 동여 의주 석산계수나무 느러진 상상가지 끝끝토리 달아매고 도화유수 옥계변에 탁톡하러 내려왔다가 우연히 주부를 만나 수궁흥미가 좋다기로 완경차로 왔나이다 용왕이 듣고 화를 내어 이 놈 네 말이 모두 다 당치않는 말이로구나 사람이나 짐생이나 일신지내장은 다를 바가 없는데 네가 어찌 간을 내고 들이고 임의로 출입헌단 말이냐 토끼가 당돌히 여짜오되 대왕은 도지일이요 미지기이로 소이다 복희씨는 어이하야 사신인수가 되였으며 신농씨 어찌하여 인신우두가 되였으며 대왕은 어찌하야 꼬리가 저리 기드란 허옵고 소토는 무슨 일로 꼬리가 이리 뭉툭 하옵고 대왕의 옥체에는 비눌이 번쩍번쩍 소토의 몸엔 털이 이리 송살송살 까마귀로 일러도 오전 까마귀 쓸개 있고 오후 까마귀 쓸개 없으니 인생만물 비금주수가 한 가지라 뻑뻑 우기니 답답지 아니 하오리까 용왕이 듣고 돌리느라고 그리허면 네 간을 내고 들이고 임의로 출입하는 표가 있으냐 예 있지요 어디 보자 자 보시오 빨간 궁기가 셋이늘어 있거날, 저 궁기 모두 어쩐 내력이냐 예 내력을 아뢰리다 한 궁기는 대변이고 또한 궁기로는 소변보고 남은 궁기로는 간 내고 들이고 임의로 출입허나이다 그러허면 네 간을 어데로 넣고 어데로 내느냐 입으로 넣고 밑 궁기로 내 놓으니 만물시생이 동방 삼팔목 남방 이칠화 서방 사구금 북방 일륙수 중앙 옷십토 천지음양 오색광채 아침 안개 저녁 이슬 화하야 입으로 넣고 밑 궁기로 내어놓니 만병회춘에 명약이란 으뜸 약이 되나이다 미련트라 저 주부야 세상에서 나를 보고 이런 이야기를 하였으면 간을 팥낱만큼 떼어다가 대왕변도 직차하고 너도 충성이 나타나서 양주양합이 좋을 것을 미련하드라 저 주부야 만시지탄이 쓸데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