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토끼가 어떻게 말을 잘 해 놓았든지 용왕이 싹 돌렸것다 “하마터면 아까운 인재를 놓칠 뻔 하였구나 여봐라 퇴공을 해하는 자는 정배를 내릴 터이니 각별히 조심허도록 허고 술상하나 가져오너라” 술상이 들어오니 뜻밖의 수궁 풍류가 낭자하는디
엇모리
왕자진의 봉피리 곽처사의 죽장구 쩌지렁쿵 정저쿵 석련자 거문고 설그덩 둥덩둥 장량의 옥통수 해강의 해금이며 완적의 휫파람 격타고 취용적 능파사 보허사 우의곡 채련곡 곁드려서 노래할 제 낭자한 풍악소리 수궁이 진동하니 토끼도 신명내어
아니리
앞내 버들은 청포장 두르고 뒷내 버들은 유록장 둘러 한 가지 찢어지고 한 가지는 펑퍼져 춘비춘흥을 못 이겨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흔들흔들 흔들흔들 흔들흔들 흔들 노닐 적에 어머니는 동이를 이고 아버지는 노구를 지고 노고지리 지리 앞 발 번쩍 추켜들더니 촐랑촐랑 노닌다
아니리
대장 범치란 놈이 토끼 뒤를 졸졸 딸라 다니다가 촐랑촐랑 소리가 난께 “아따 애들아 토끼 배솟에 간 들었다” 고함을 질러노니 토끼 깜짝 놀라 주저 앉으며 “아니 어느 시러배 아들놈이 내 뱃 속에 간 들었다 그러느냐, 아 이 놈아 내가 못 먹는 술을 몇 잔 빈 속에다가 들여 부었더니 아마도 똥뗑이가 촐랑촐랑 하는 모양이다 이렇듯 장담은 하였으나 오래 지체하다가는 기어이 배를 뗄 모양이라 용왕께 하직을 하되 “대왕의 병세 만만이종하오니 소퇴가 간을 가져 오겠나이다” 용왕이 반겨하사 기특고 고마운지고 “여봐라 별주부 퇴공을 모시고 세상을 빨리 나가 간을 주거든 속히 가져오도록 하여라” 명을 내려노니
중모리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 토끼란 놈이 본시 간사하야 뱃속에 달린 간 아니 내고 보며는 조목금스라도 치소할 터이요 맹획의 칠종칠금하던 제갈량의 재조 아니여든 한번 놓아 보낸 토끼를 어찌 다시 구하리까 당장에 배를 따 보아 간이 들었으면 좋으려니와 만일에 간이 없고 보면 소신의 구족을 멸하여 주옵고 소신을 능지처참 하드래도 여한이 없사오니 당장 따 보시오 토끼가 기가 막혀, 여봐라 이 놈 별주부야 너 날과 무슨 원수드냐 왕이 지중커든 내가 오찌 기만하랴 옛말을 못 들었느냐 하걸학정으로 용방을 살해코 미구에 망국이 될 것이니 너도 이 놈 내 배를 따 보아 간이 들었으면 좋으려니와 만일은 간이 없고 보면 불쌍한 나의 목숨이 너의 나라 사가되고 너의 용왕 백년 살 때 하루도 못 살테요 너의 나라 만조백관 한날한시에 모두 다 몰살시키리라 아나 옛다 배 갈라라 아나 옛다 배 갈라라 아나 옛다 배 갈라라 똥 밖에는 든 것 없다 내 배를 갈라라 똥 밖에는 든 것 없다 내 배를 갈라 내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