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길 떠나는데

장영찬

(중모리)
뺑덕이네 앞을 세우고 황성길을 떠나간다. 어이 가리너 어이 갈꼬 황성 천리를 어이 갈꼬 조자룡의 월강허든 청총마나 있거드면 이 날 이시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이 내 다리로 몇날을 걸어서 황성을 갈끄나 어이 가리너 황성천리를 어이 가리. 여보소 뺑덕이네 길소리를 좀 맞어 주소. 다리 아퍼 못 가겠네. 뺑덕어미가 길소리를 맞는디 어디서 메나리조를 들었는지 메니리조로 먹이것다. 워이 가리너 워이 가리 황성 천리를 어이 가리. 오늘은 어디가서 자고 가고 내일은 어디가서 자고 갈까나. 날개 돋힌 학이나 되면 수루루 펄펄 날어 이날 이시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봉사가장 다리고 몇날을 걸어서 황성을 갈거나. 이렇듯이 올라가다 일모가 되니 주막에 들어 잠자는디 그때으 뺑덕이네는 황봉사와 등이 맞어 주인과 약속을 허고 밤중 도망을  허였는디 심봉사는 아무런줄 모르고 첫 새벽으 일어서서 뺑덕이네를 찾는구나.

(아니리)
“여보소 뺑덕이네 삼복성염에 낮에는 더워서 갈 수 없고 새벽길을 사오십리 처야 될띠, 어서 일어나, 어서. 아 어디 갔어.”
또 장관이지
“그 방구석에서 멋허고 섰어. 허허 내가 보듬고 와야지.”
방 네구석을 더듬어도 없제.
“여보 주인 우리 마누라 혹 안에 들어갔오.”
“아니요 간밤에 어느 봉사와 밤길 친다고 발써 떠났오.”
“아니 그러면 주인 녀석이 되어가지고 인제 그말히여.”
“아 그 분과 내외간인지 알었지, 심봉사님과 내외간인지 알았오.”
“그는 그럴 것이오, 아이고 이년이 갔구나.”

(진양)
허허 뺑덕이네가 갔네그려 예이 천하 의리 없고 사정없는 이년아 당초에 늬가 버릴 테면 있던데서 마다허지 수백리 타향에다 날 버리고 네가 무엇 잘 될소냐. 이년아. 귀신이라도 못 되리라 이년아. 오라 오라 현철한 곽씨도 죽고 살고 출천대효 내 딸 청이 생목숨도 죽었는데 네까짓 년을 생각허는 내가 미친 놈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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