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솜 틀어 드립니다
전봇대 바람 살랑살랑
낡은 광고 문구
이불솜 틀어드립니다
이불솜 이불솜
이 불 솜
솜 나는 솜 이라는 글자를
생각보다 오래도록 쳐다봅니다
솜 솜 솜사탕
솜은 왜
솜이 되었을까
솜 솜 솜 솜사탕
솜사탕도 사탕일까
사탕 깨물다 이빨 빠진 금강새
화이트 데이 솜사탕 남자
솜사탕은 구름
당신에게 구름을
구름의 침대
구름 베게
구름 이불
당신 맘대로 해요
내 몸으로 만들어 드릴게
나는 솜사탕 남자
솜 솜 솜사탕 구름
저 구름이 달디 달아요
분홍 이불 속에서
당신과 나의 맨발은
부싯돌처럼 부딪치며 뜨거워져
이불 솜 틀어드립니다
옛날 응암동 살 때
두 골목 위 솜틀집에서
마스크 쓰고 솜을 틀던 할머니는
지금 쯤 저 구름을 타고 계실까요
솜 솜 솜사탕 할머니는 이제
마스크를 벗으셨겠네요
할머니 젖가슴
숨 모시 적삼 새하얀 다듬잇돌
눈부신 봄날의
솜 솜 솜
솜사탕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