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길을 빠져나오기도 전
숨 차오른다, 아직
밤나무집 담 모퉁이 돌아
콩밭 깨밭 지나
실개천 다리 건너
냇물 따라 마을을 에둘러 가야
예배당에 다다르련만, 더 가지 못 하고
흰 머리 노구는 주저앉는다,
개망초 하얗게 핀 길가 너럭바위 위에
수십 년 한결같이
한걸음에 내닫던 이길
언제부터였던가
저만치 교회당이 보이는 예서
쉬어가기로 했다
쉬지 않으면 도착할 수 없는 세월이 되었으므로
쉬어도, 좀체 누그러지지 않는 가쁜 숨
점점 무거워져 욱신거리는 다리
온 힘을 다하고서야
여든의 노구는 예배당에 들어선다
마침내 당도했다
온 힘을 다했으므로
이제, 여한이 없다
온 힘을 다해 와서
당신 앞에 섰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