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이야기

손지연

왜 난 너를 떠나게 했는지 몰라
후회할 길을 찾을 수 없고
처음을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와
달빛이 가늘게 얼굴을 비출때

젖은 담장 밑에 핀 꽃을 꺽어서
머리에 꽂고 환하게 웃으며
수도 없이 예쁘냐 물어봐도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지 말문이 막혀버렸지

아무 말 없이 너의 빈 가슴에 기대어
살며시 바닥에 나비처럼 낙엽처럼 앉아
심술궂은 바람에게 부탁해
이글거리는 태양에게 부탁해

마음이 아프면 해가 기울었지
한차례 비가 되어 내렸지
실제로 있었던가 날 사랑했었는지
믿고싶은건 모두 지나간일인걸 이제와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
사랑은 시간을 잊게 만들어
온종일 생각해봐 점점 멀어지던 널
바다에게 털어놓고 물어봐도 모른다
내사랑이 너무나도 아파서
떠난다 말못해 머뭇거리다 머물러버렸던
바다 저 편 다홍색 물 든 하늘로
저만치 흘러갈 어제를 만났나

여름은 무덥고 나는 외로웠다
너의 얼굴도 희미해져 가서
비가 오는 날에는 그리움 배가 되고
해가 뜨면 그리움 만발한 꽃이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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