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신해철

기도

나를 절망의 바닥 끝까지 떨어지게 하소서.

잊고 살아온 작은 행복을 비로소 볼 수 있게.

겁에 질린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라 해도.

아니건 아니라고 말하는 그런 입술을 주시고.

내 눈물이 마르면 더 큰 고난 닥쳐와

울부짖게 하시고

잠못 이루도록 하시며

내가 죽는 날까지 내가 노력한 것 그 이상은

그저 운으로 얻지 않게 뿌리치게 도와주시기를...

거친 비바람에도 모진 파도 속에도

흔들림 없이 나를 커다란 날개를 주시어

멀리 날게 하소서

내가 날수 있는 그 끝까지.

하지만 내 등 뒤편에서 쓰러진 친구 부르면

아무 망설임 없이 이제껏 달려온

그 길을 뒤돌아 달려가 안아줄

그런 넓은 가슴을 주소서.




가사 수정 / 삭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