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네가 손님으로 올 때 - 손혜경
농가에 밥짓는 연기가 피어올라
지상으로 따뜻하게 퍼질 때
너는 찾아 올 것이다
나는 우선 열쇠를 쩔렁거리며
녹슨 창고를 열고
오래 묵은 포도주를 꺼내련다
신선한 음식에 조촐한 식탁을 마련하고
낡고 고적한 사원에
촛불같은 초에 불을 밝히련다
오래 오래 눈맞쳤던 진보라 혹은 눈부신 흰꽃을 놓아 두련다
내가 바느질한 무명 주머니에 넣은 쑥향을 맞게 하련다
그리고선 봄날 대지를 축이는 이슬비의 목소리에
천둥과 번개가 요란한 날
바람 소리 같은 목소리를 섞어
쾌쾌묵은 침묵의 봉인을 떼어버리고
갓 태어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사귀어논 풀, 벌래, 나무
눈앞에 놓인 열매를 어떻게 주어왔는가를 이야기 할 것이다
깨어나서도 꿈인 긴꿈과 긴꿈에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내 머리 속은 햇빛과 천사가 질투할 정도로 맑고 맑게 청소해져
텅빔의 사랑이 가득 차일 것이다
피
이런 말은 바로 이웃아닌 영화나
우리가 잡을 수 없는 시대속에 풍경을 배경으로
따다 놓은 말이어야 할 것이다
창밖에 새는 지저귀나 날아가도 눈으로만 인사할 것이다
상상속에 네가 손님으로 올 때
정지와 같은 영원한 발자국이 찍히고 찍혀져
불사신 같이 오래 오래 얘기 할 것이다
천국도 이렇겠네 하고 다시 웃으며
다시는 네가 돌아 갈 일이없는
초대의 저녁만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