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4 서정윤
하느님
어젯밤 그녀와 다퉜습니다
나는 그녀가 보다 순한 종이 되기를 원했고
그녀는 나를 자신의 말로
움직이려 했기에
오래 다퉜지만 아무런
결말도 나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말하지 않고 있는 걸 아시지요
내가 그녀에게 다 줘버리면
나는 허수아비만 남고
그녀도 허수아비와 사는걸 원치 않을 텐데요
아니
이건 변명이라는걸 아시지요
당신은 아담과 이브를 만드실 때
이미 그들이 다투리라는 것을 아셨지요
그들이 다투는 걸 보며 즐기시려고
다툴 수 있도록 만드시지 않을 줄은 알지만
아직도 당신이 우리를 불완전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나는 불만입니다
이번에 시작된 냉전은 상당히 오래 갈 것 같아요
그녀가 자기 분을 못이겨 울기까지 했거든요
집으로 가겠다는 걸 그래도 말려 놓았습니다
언제쯤 말을 걸면 될까요
당신은 모든 걸 다 주라지만
아직 나는 그렇게 안되는걸요
그렇게만 되어진다면
내가 내 자신을 버릴 수만 있다면
아
나는 왜 이다지 힘든 생을 택해 걸어야 하는지
어쩌다 정말 어쩌다가 한번쯤
당신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하느님 나의 하느님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