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순교자 앞에
오래전에 흙속에 묻힌
당신의 눈물은
이제 내게와서
살아있는 꽃이 됩니다
당신이 바라보던
강산과 하늘을
나도 바라보며 서있는땅
당신이 믿고 바라고
사랑하던 님을
나도 믿고 바라고 사랑하며
민들레가 되고싶은 이땅에서
나도 당신처럼
남몰래 죽어가는 법을
잊혀지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박해의 칼아래 피흘리며 부숴진
당신의 큰 사랑과 고통이
내안에 서서히 가시로 바뀌어
나의 삶은 아플때가 많습니다
당신을 닮지못한 부끄러움에
끝없는 몸살을 앓습니다
당신을 통해 님을 더욱 알았고
영혼의 한끝을 만졌으나
아직도 자주 흔들리는 나를
조용히 붙들어 주십시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거룩한 순교자여
오래전에 흙속에 묻힌
당신의 침묵은 이제 내게 와서
살아있는 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