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햇살 비추던 날 서럽게 울며
벤치에 앉아 꽃을 들고
있던 그녀에게 다가가
울고 있는 그녀의 뺨을 만져주었지
그녀는 들릴 듯 말듯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지
어느 덩치 좋은 사내가 따라와
내게 이 꽃을 주었노라고
그는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하얀 이를 드러내놓고
환하게 웃으며 사랑한다고
고백했다고 하는데
그녀는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또한 매우 아픈 사람이라고
또한 매우 친절하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지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기엔
너무 커다란 벽이 있어요
우린 과연 넘을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나요 아버지
일어설 수 없는 그녀는
볼 수 없는 그의 사랑을
받아줄 수 없는 설움에 그만
고개를 떨구고 말았네
저들의 애틋한 만남을
저들의 따뜻한 마음을
저들의 가련한 사랑을
누가 이토록 밟아버렸는지
마주 앉아 서로의 눈을 보며
위로의 말을 건낼 수밖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것밖에는 없는 걸요
웃으며 즐기며 사랑하는 사람들
제겐 너무 힘겨운 걸요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눈물만 흘리고 계실 건가요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기엔
너무 커다란 아픔 있어요
우린 정말 사랑할 수 없나요
그런 건가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