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져버린지 오래
빛 잃은 어두운 밤속엔
점차 고개를 치켜세우는 달빛
너무나 길게 느껴지는
이 밤이 제발 부탁컨대
눈 깜빡하는 새 지나가길
달 기운이 솟아 나는 만큼
가슴에 멍이 치료제 없이
자꾸 퍼져만 가잖아 나도 알아
생각과 감정은 따로 움직이더라구
인생은 짧아 그래서 정체되기 싫은데
난 자꾸만 빙판길에
회전하는 몹쓸 차 같구나
실컷 운다거나 술 한잔 삼켜가
오늘을 태워버린 후 남는 재 한줌만
한 손에 쥐고 길고
긴 한숨 뱉으면 흩어져
검은색만이 좀 있음 싱그런
이슬이 맺히겠지 그럼 이 비트는
달리던 트랙을 멈추고 잠들어
그 때쯤 쿵쾅거림이 멎을때
나 또한 잠들어
두꺼운 창문 너머
부서지는 가로등 불빛
어디론가 새어 들어와
나를 휘감아도는 습기
이리저리 뒤척이며
구겨진 이불 속에
눕힌 몸은 아직까지도
잠들지를 못해
어두운 내 방 안에서 굳게 다문 입
거듭 제자리를 맴도는 내 맘
그저 몇 분 내
사라져 버릴만한 상념들
그것들이 잠을 먹고서
크게 자라났거든
떠올랐다가 스쳐가듯 사라지는 씬
Fade in & fade out
불빛이 깜빡이듯이
어째선지 내 못난 면만
구박하는 의식의 필름이 돌아갈수록
더욱 한탄이 늘지
특별한 아이에서 평범한 어른으로
나도 모르게 내 주변에
다 굵은 선을 그어 결국
스스로 만든 벽과 마주치는 존재
끝내 아직까지도 잠들지를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