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시장

언니네 이발관

모든게 잊혀져간 꿈이 되어 그 빛을 잃어가
그를 아는 사람들은 소리내어 찾지 않나

가리봉시장에 밤이 깊으면
가게마다 내걸어 놓은 백열전등 불빛 아래
오가는 사람들의 상기되는 얼굴마다

따스한 열기가 오른다
긴 노동 속에 갇혀 있던
우리는 자유로운 새가 되어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깔깔거리고
껀수 찾는 어깨들도 뿌리뽑힌 전과자도
뭄부벼 살아가는 여자들도 술집 여자들

눈을 빛내며 열이 오른다

*가리봉 시장에 밤이 익으면
허기지고 지친 우리 공돌이 공순이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구경만 하다가
허탈하게 귀가길로
발길을 돌린다

닿을길 없는가요 슬픈 마음뿐인걸
잊어야 하는가요 슬픈 마음뿐으로

그를 아는 사람들이 소리내어 찾지 않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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