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

Fate/stay night

Fate ? 14 : moonlight (Ⅰ)
14일째 ? 아침~데이트
『Hurry ? go ? round』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아침이 되어 있었다.
「……한심하다. 결국 한잠도 못 잤어」
한숨을 쉬면서 자명종을 멈춘다.
오늘은, 세이버가 뭐라 해도 데이트다.
지금까지 가지 못했던 곳, 이런저런 노는 곳에 데리고 다니면서, 친절을 강매하면서 즐겁게 해 주는 것이 최우선사항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없는 지혜를 짜내서 데이트 코스 따위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신이 드니 시계가 울고 있었다.
「…………」
시계는, 만일을 위해 맞춰 놓았었다.
어젯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다 할 구체적인 사안이 떠오르지 않아서, 이건 장기전이 되겠군, 하고 토오사카한테서 빌려온 것이다.
신념을 굽히면서까지 맞춰놓은 것치고는, 전혀 도움이 안 됐지만.
「……생각해 보면. 나, 데이트 같은 거 해 본 적 없었지」
하아, 하고 다시 한 번 한숨을 쉰다.
요컨대 그런 거다.
긴장해서 한숨도 못 잤다는 것보다, 하룻밤 동안 생각해서 여자애가 좋아할 만한 데이트 코스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 쇼크인 것이다.
「------좋아. 이렇게 되면 우선 하고 보는 거야. 닥치는 대로 데리고 다니면서, 그 녀석에게 즐거움이란 걸 깨닫게 해 주겠어……!」
그렇다, 세이버도 여자애이다.
어쨌든 예쁜 가게를 이 집 저 집 다니면 즐겁지 않을 리가 없다.
아니, 어딘가 이 작전에는 결점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그렇게 결정하면 그런 거다.
다른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은 세이버가 항복할 때까지 오락에 푹 절여 주는 거다.
「그럼, 이리야스필은 아직 눈을 뜨지 않은 건가요?」
「응, 아직 잠든 채야. 저 상태라면 눈을 뜰 때까지 좀 더 걸릴 것 같은데, 오늘은 그게 도왔네.
이리야, 깨 있으면 시로 뒤에 붙어 다니면서 방해할 거고」
「그렇군요. 지금까지처럼 시로에게 동행해서는 못 참아요.
어젯밤은 그렇게 되어 버렸지만, 오늘부터는 전력을 다해서 남은 마스터를 찾는 겁니다. 시로에게는 이리야스필에게 신경 쓰고 있을 여유는 없죠」
「아아, 그 쪽 방해가 아니지만……뭐, 상관없겠지.
내가 말해봐야 어쩔 수 없고, 이건 시로와 세이버의 문제기도 하고」
키키키, 하고 웃음을 누르는 토오사카.
「하? 저와 시로의 문제, 인가요……?」
세이버는 시선으로 의문을 호소해 온다.
「----------------」
아침식사는 끝났고, 시간적으로는 딱 좋을 때다.
세이버는 마스터를 찾을 생각이 가득하지만, 이쪽도 기력이라면 지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는 정말 단호히, 남자답게 화제를 꺼낼 뿐이다.
「그거 말인데 말이지, 세이버.
오늘은 신토에 나갈 테니까, 준비할 게 있으면 지금 끝내 줘」
「마스터를 찾으러 말인가요? 그렇다면 신토가 아니라 교외 쪽이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게 아냐. 둘이서 놀러 갈 테니까, 교외 같은 데 가도 어쩔 수 없잖아」
「하--------?」
세이버가 굳어진다.
……뒤쪽에서 웃음을 참고 있는 녀석에게는, 나중에 절대 복수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군.
「저, 시로……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놀러 간다, 라는 것은 시로와 린이 아니라, 그」
「내가 가니까, 따라오는 건 세이버 이외에 없잖아. 토오사카는 집에서 이리야를 돌봐주게 할 테니까 관계없어」
「------무슨 바보 같은. 저와 시로가 신토를 탐색해 봐야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어요. 그런 걸 해도 의미가 없죠. 대체 뭘 하려고 하는 겁니까, 당신은」
똑바로 불만을 발산해 오는 세이버.
……예상대로라고 하면 예상대로지만, 이만큼 확실히 말해도 “마스터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간다” 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전도다난이다.
「……곤란한데. 이렇게까지 말해도 모르는구나, 세이버는. 요컨대, 나는 데이트하자고 하고 있는 건데, 어때」
토오사카의 시선을 무시하면서 말한다.
어디까지 이해해 준 건지, 세이버는
「그런 말로는 알 수 없어요.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 주지 않겠습니까, 시로」
라고, 더욱 더 언짢은 듯이 물어본다.
「----------------」
그걸로, 척, 하고 스위치가 들어갔다.
……이런 일에 관해서, 신경 써 주는 건 역효과다.
세이버에게는 확실하게, 알기 쉽게 말하는 쪽이 서로를 위하는 길인 듯.
「시로. 거리에 나간다면 따르겠습니다만, 데이트를 하자고 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설명해 주세요.
아무리 이 시대에 익숙해져 있다고 해도, 저에게도 모르는 단어는 있습니다. 너무 전문적인 약어는 쓰지 말아줬으면 해요」
「별로 전문적인 단어가 아닌데.
모른다면 가르쳐 주겠지만, 데이트라는 건, 여자애랑 놀러 간다는 의미야」
「하--------?」
딱, 하고 굳어지는 세이버.
「……? 여자애, 라는 건, 저를 가리키고 있는 건가요……?」
멍해진 채로 중얼거린다.
물론, 하고 끄덕이자, 세이버는 더욱 더 이상하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말의 의미는 알았지만, 의도를 전혀 모르겠어요. 그런 걸 하는 이유는 뭡니까」
「--------음」
그렇게 오는 건 예상 밖이었다.
데이트의 의도 같은 건 잘 알고 있지만, 얼굴에다 대고 세이버한테 말하는 건 꺼려진다고 할까--------
「아아, 진짜, 그런 답지 않은 단어 쓰니까 착각하는 거야. 데이트라고 하지 말고, 더 알기 쉬운 말로 설명하면 되는데」
보다 보다 못했는지, 참견해 오는 토오사카.
「알겠어, 세이버? 데이트라는 건 말야, 요컨대 밀회야.
시로는 놀러 간다고 했지만, 결국, 남자애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어필하는 찬스라는 거지」
「윽--------!」
뜻하지 않게 콜록거린다.
그거야 물론 토오사카의 말은 옳지만, 데이트와 밀회는 격심하게 다른 듯한 생각이 든다.
「----------------」
……하지만, 참견할 필요도 없다.
저 태도로 보건대, 세이버도 데이트의 의미를 간신히 이해해준 것 같고.
「------그렇다는 말이야, 세이버.
오늘 하루는 싸우지 않고 거리에 나가는 거야. 애초에, 낮에는 사람 눈에 띄니까 싸울 수 없잖아. 그럼 어떻게 시간을 보내도 괜찮지」
「------그건 그렇습니다만……하지만, 너무나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걸 해도, 시로에게는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지만, 별로 그래도 상관없어.
오늘은 세이버를 위해서 쓴다고 결심했으니까, 나는 신경 쓰지 마.
어쨌든, 오늘은 절대로 거리에 갈 거야. 이것만은 무슨 말을 해도 바꾸지 않을 거야, 세이버」
번뜩, 하고 정면에서 세이버를 바라본다.
「----------------」
세이버는 못마땅한 얼굴로 생각한 뒤.
「……그럼, 제가 반대하는 경우라도, 시로는 혼자서 거리로 나갈 생각인가요?」
「응, 절대로 갈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룻밤 종일 생각한 내가 바보 같잖아」
「…………그럼, 제가 곁에 따르지 않을 수도 없죠. 서번트로서, 마스터를 혼자 둘 수는 없으니까요」
하아, 하고 심호흡을 한 뒤.
여느 때 말투로, 세이버는 그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
서번트니까 행동을 함께 한다, 라는 건, 솔직히 퍽 하고 타격이 있었다.
그래도 세이버를 데리고 나가는 거에는 성공한 거다.
그럼 이제는, 작은 건 생각하지 않고 세이버를 데리고 다니는 것뿐이다------
「갔다 와. 선물 잘 부탁해--」
라고, 마지막까지 사람을 보면서 즐기는 토오사카에게 “지옥에나 떨어져라” 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밖으로 나온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이제부터 어떻게 하는 건가요, 시로」
「어떻게 하다니, 일단 신토에 나가야지. 교차점에서 버스가 다니니까, 그걸 타고 가자」
언덕길은 묘하게 조용했다.
평일 아침 9시 좀 지난 무렵, 거리는 점점 활기를 띠어가고 있지만, 아직 외출하기에는 약간 빠른 거겠지.
길에 사람 그림자는 없고, 거리는 전세 낸 상태다.
「……그러고 보면, 학교를 쉬는 거에 저항이 없어졌구나. 요즘 계속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고」
「당연하죠. 시로는 마스터니까, 쉽사리 나다니는 쪽이 이상합니다」
척, 하고 날카롭게 찔러 온다.
……아무 말 없이 등뒤에 대기하고 있다, 라는 건 여느 때와 마찬가지지만, 오늘은 태도가 다르다.
좀 부드럽게 말하면, 등뒤에 따끔따끔 위압을 느낀다고 할까.
어쨌든, 세이버는 보통 때보다 더욱 벅차다.
버스에 탄다.
바로 1시간 전까지라면 승객으로 꾹꾹 잔뜩 채워지지만, 이 시간의 이용자는 셀 수 있을 정도 밖에 없다.
의자에 앉아있는 건 어린애를 데리고 있는 할머니 정도로, 여기도 거의 전세 상태였다.
「세이버, 제일 뒤에 앉자」
왜인지 제일 앞에 앉으려고 하는 세이버에게 말을 걸어, 뒤의 큰 좌석에 앉는다.
「…………」
세이버는 아무 말 없는 채로, 흘러가는 경치를 덤빌 듯이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을 몰래 엿보면서, 새삼스럽게,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을 실행하고 있는가 하고 뼈저리게 깨달았다.
신토로 향하는 버스라는 것은, 자신에게 있어서 당연한 일상이다.
그 일상 속에, 있을 수 없는 비일상(非日常)이 섞여 들어가 있다.
……뭐 그, 요컨대.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제부터 정말로 데이트 따위 하는 거냐--! 라고 머릿속이 척척 육면체 퍼즐처럼 변형하기 시작했다고 할까.
「----------------」
------아.
이런, 약간, 본격적으로, 손쓸 방법이 없을 정도로 긴장하게 되는데.
「----------------」
후우, 하고 세이버에게 눈치 채이지 않도록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그만 두면 좋을 것을, 다시 한 번 세이버의 옆얼굴을 훔쳐 본다.
「윽--------」
두근, 하고 한층 크게 심장이 뛴다.
……좌석에 앉은 세이버는, 내가 모르는 세이버였다.
아니, 세이버 자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이고, 다른 건 이 장소뿐.
그런데도.
……그것만으로 다짜고짜로, 그녀가『다른 것』이라고 재인식해 버렸던 것이다.
에미야 가에서는 알아채지 못했던 것.
이런, 자신에게 있어서 당연한 일상은, 세이버가 있는 것만으로 다른 세계처럼 느껴진다.
금가루를 뿌린 듯한 머리카락도, 녹색 눈동자도, 그것만으로 타를 압도하는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비교할 것이 적었으니까, 그런 것도 잊고 있었다.
……세이버와 막 만났을 무렵을 생각해 낸다.
세이버가 거북해서 피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 세이버를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되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세이버가 뭐라고 해도, 나에게 있어서는 세이버는 검사이기 이전에 여자애였고.
그런 그녀에게 어떻게 접하면 좋을지 몰랐고, 자신의 마음도 눈치채지 못했다.
「……………………」
아무래도 순서가 뒤바뀌었다.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까지 세이버를 믿게 돼서, 그 뒤에 데이트를 하자고 정했다.
그것만으로도 순서가 거꾸로인데, 이 버스에서 내리면 하루가 시작된다고 하는 단계에서, 겨우, 좋아하는 여자애와 데이트를 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대사건인지 알아챘으니까.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거야.
애초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전력을 다해서 하는 것밖에 재주가 없으니까, 이제 와서 겁내고 있을 수 없다.
「--------------」
마음을 진정시키고, 시시하고 나약한 생각을 떨쳐낸다.
버스는 다리를 다 건너서, 빌딩이 늘어선 개발지구로 들어간다.
좋아, 하고 휘파람처럼 숨을 뱉고 각오를 다진다.
자주 들어 익숙해진 방송이, 다음은 신토역 앞이라고 하고 있었다.
14일째 ? 아침~데이트
『Boy ? meets ? Girl (Ⅴ) 』
아직 오전 9시 반 즈음인데도, 역전 파크에는 사람 모습이 많았다.
대개의 가게는 10시 개점이지만, 카페테라스나 작은 서점 등은 이미 가게를 열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사람 수는 미야마 쵸와는 비교도 되지 않고, 파크가 붐비는 건 휴일이나 마찬가지였다.
「……………………」
버스에서 내려서, 세이버는 언짢은 듯이 파크를 바라보고 있다.
……그것도 당연.
세이버는 데이트에는 찬성하지 않았었고, 게다가, 지나가는 녀석들은 전부 세이버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것이다.
세이버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실수했는걸. 생각해 보면, 아침부터 세이버를 데리고 오면 당연히 이렇게 되지」
하지만, 그런 건 오늘 하루 종일 따라다니게 될 것이다.
누그러뜨릴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세이버를 즐겁게 하는 수 밖에 없다.
「--------좋아」
팡, 하고 주먹을 치고 세이버에게로 돌아선다.
「세이버. 하기 전에 물어보겠는데, 어딘가 가고 싶은 데는 있어? 모처럼 왔으니까, 오늘 정도는 좋아하는 걸 해도 되잖아」
「글쎄요. 별로, 이렇다 하게 흥미가 있는 장소는 없으니까요. 애초에, 저에게 그런 선택을 할 지식은 없습니다」
「정말이야? ……그거 곤란한데. 그럼 정말로, 여기서부터는 우선 가고 봐야 된다는 건가. 세이버한테 가고 싶은 데가 없고, 이쪽도 어디에 가면 좋을지 모르니 전도다난이군」
「……설마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은 건가요, 시로?」
「응? 아니, 조금은 있지만, 내용물은 텅텅. 일단 닥치는 대로 가게를 이 집 저 집 다녀보자」
아니 뭐, 그것도 어렵다고 하면 어렵다.
내가 들어가서 지루하지 않은 장소라면 알고 있지만, 여자애가 좋아할 만한 가게 같은 건 상상도 가지 않고.
……정말, 이럴 거라면 한 번 정도는 반 여자애랑 같이 다녀볼 걸 그랬어.
「……정말. 반론하는 건 아니지만, 시로는 이상해요. 휴식을 취하려는 생각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휴식조차 명확한 예정을 세우고 있지 않다는 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 세이버가 설교 모드로 들어갔다.
……도장 이외에서 세이버가 이렇게 줄줄 불만을 들어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부터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거에 덧붙여서, 길 가는 사람들의 호기심 서린 눈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전부터 당신이 생각하는 게 무른 거에는 한 마디 하고 싶었어요. 당신은 주위는 눈에 들어오는 주제에, 아무래도 자신에 대한 취급이 소홀합니다.
결과, 어긋남을 메우기 위해서 당신 자신이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 되게 돼요.
------잠깐, 듣고 있는 겁니까, 시로!」
「듣고 있어. 요컨대 지금 이러고 있는 게 납득이 안 가는 거지, 세이버.
뭐 나한테 끌려 다녀도 재미없을 건 뻔하고, 싫어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에------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저는------지금은, 이런 걸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그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안 들을 거야. 나는 오늘 하루, 세이버가 나와 행동을 함께 해 주게 하겠다고 결정했어.
이것만은 뭐라고 말해도 안 굽혀. 절대야」
정면에서 세이버를 응시한다.
세이버는 멍하니 이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다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을게.
불만도 있을 거고, 그런 건 지금 말해 줘. 그 쪽이 서로 어렵게 여기지 않고 끝나니까.
세이버가 나와 데이트하는 게 싫다고 한다면, 다른 방법도 생각할게」
「아……아니,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할까요……저는, 그」
세이버답지 않게, 시선을 움직이면서 말을 흐리는 세이버.
「그럼 불만은 없는 거지. 그럼 가자.
세이버한테 리퀘스트가 없다면, 어디 가도 화내지 마」
우선은 수족관이라던가, 그런 곧잘 듣는 단골손님이겠지.
좋아, 하고 결심하고 세이버의 손을 잡는다.
「저, 저, 시로! 부, 불만은 없지만, 굳이 손을 잡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 아니, 시간도 아깝고, 좀 달릴 거니까. 안내할 테니까, 떨어지지 않게 잘 따라 와」
「에……아니, 이런 상태로는, 저……!」
세이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세이버에게 위세 좋게 말한 이상, 이제 한심한 모습은 보여줄 수 없다.
이 뒤는 생각이 미치는 한 에스코트를 할 뿐이다.
세이버의 손을 쥔 채로, 인파를 피해서 달려간다.
단념한 건지, 무언가 이것저것 불평하고 있었던 세이버도 얌전해졌다.
자, 시간은 오전 10시 좀 전.
정오 점심 시간까지 2시간, 뜻 있게 써서 세이버를 깜짝 놀라게 해 주자--------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폭풍 같은 2시간이었다.
보통 때는 가지 않는 부티크에도 발을 옮겼고, 룰을 가르쳐주면서 볼링을 즐기기도 했다.
수족관은 찾지 못했지만 공원에서 새에게 모이를 주기도 했다.
취미로 골동품점에 들린 건 애교고, 영화를 피한 건 현명했다고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
어쨌든, 철저하게 여자애가 좋아할 만한 장소로 어택을 반복해, 격침되거나 옥쇄하거나 한 2시간이었다.
……하지만, 이건 절대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데이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인가 하면 진검승부이고, 손드는 쪽이 지는 데스매치다.
세이버는 어디에 데려가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고, 때로는 정말로 화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불안해질 정도로 침묵할 때도 있었다.
빈말로도 즐기고 있었다, 라고 설명하는 건 꺼려질 정도의 무반응한 모습에 대조되게, 이쪽은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하고 기를 쓴다.
결과적으로, 세이버를 웃게 하려고 고집을 부리며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이렇다 할 성과도 얻지 못하고 정오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세이버의『시로, 점심 시간입니다』라는 지적에 점심 시간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쳐서, 일단 휴식을 취하기로 했는데.
「…………뭐지, 여기」
테이블에 안내 받고, 무의식 중에 중얼거렸다.
“점심이라면 강변의 카페를 추천할게”
그게 어젯밤, 토오사카가 나한테 한 유일한 어드바이스였다.
거기에 따라서 가게를 고르긴 했는데, 설마 이런 까다로운 가게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
일단 메뉴를 손에 잡는다.
다행히, 품목에는 일본어도 들어가 있어서 읽는 데는 곤란하지 않다.
곤란한 것은 들은 적이 없는 요리 이름뿐이라는 것과, 가격이 터무니없다는 것뿐이다.
「……화성인가 여기는. 뭘 시켜야 될지 전혀 모르겠는데, 진짜로……」
음--, 하고 메뉴를 보고 신음한다.
「시로……? 여기에는 점심을 먹기 위해서 들른 게 아닌 건가요?」
맞은 편 자리에서 묘하게 약한 목소리가 하나.
「그런데, 애석하게도 사정이 다르다고 할까」
얼굴을 든다.
그러자.
거기에는, 궁지에 몰린 토끼 같은 세이버의 얼굴이 있었다.
「세이버……?」
「여기서 점심 식사를 하지 않는다면, 지금만이라도 저택에 돌아가죠. 시로가 준비해주는 것 쪽이, 저는 좋습니다」
「에……그건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거야?」
「아뇨, 저택에 돌아가고 싶은 게 아니라 말이죠, 저……오늘은 굉장히 긴장해서, 보통 때보다 지쳐버린 거예요」
「정말이야? ……그래, 여기서 밥을 먹고 한숨 돌린 뒤에, 또 거리를 나다니려고 생각했는데……세이버가 지쳤다면, 당분간 여기서 쉴까」
「설마, 그렇지 않아요! 지쳤다고 하는 건 어폐가 있었습니다. 그, 제대로 말하면 말이죠」
세이버의 입이 멈춘다.
꾸륵, 하는 작은 소리는, 다행히 내 귀에만 닿은 듯 하다.
……뭐야, 배가 고팠으면 고프다고 말을 하면 되는데, 세이버 녀석.
「죄송합니다. 요컨대, 점심 식사는 빨리 해 주면 좋겠다, 라는 거예요」
「라져. 그렇군, 재미가 없지만 무난한 걸 시켜서, 잽싸게 밥이나 먹을까」
가볍게 먹는 걸로 좋다면 얘기는 빠르다.
런치 메뉴 같은 걸 둘 골라서, 잽싸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식후 커피를 마시면서, 오후 예정을 생각해 본다.
오정 중에 배운 것은, 볼링이다 뭐다 하는, 몸을 움직이는 놀이는 그다지 좋지 않다, 라는 것이다.
세이버 본인은 승부가 되면 갑자기 진지해진다.
그건 그거대로 기쁘지만, 안 그래도 눈에 띄는 세이버가 더 눈에 띄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한 게임 끝낸 뒤, 사람 눈에 띄는 걸 피하고 싶어했던 세이버는, 주위에서 쏟아지는 주목의 시선에 우-- 하고 토라져 버렸다.
「그런 이유로 몸을 움직이는 건 피한다…….
있잖아, 세이버. 두 번째로 묻겠는데, 어딘가 가고 싶은 데 있어?」
「저에게 말인가요? 아뇨, 특히 없습니다. 저는 잘 모르니까, 이대로 시로에게 맡기겠어요」
말하고, 세이버는 티 컵을 손에 들었다.
세이버가 식후에 시킨 건 홍차로, 맛 쪽도 상당히 마음에 든 듯 하다.
우리 집에서는 홍차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타 봐야 인스턴트다.
아무래도 홍차파인 듯한 세이버가 보면, 마실 것에 관해서만은 불만이 있었던 듯.
이야, 오늘 밤부터는 조심하자.
「----------------」
세이버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홍차를 마시고 있다.
기쁜 듯한 것도 아니고, 지루해 보이지도 않는다.
한 마디로 말하면 자연스럽다, 일까.
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 그늘에서, 바른 자세로 티 컵을 입으로 가져간다.
그 모습은 처음 보는 데도 위화감이 없고, 이전부터 알고 있는 것 같이 생각되기까지 했다.
……왜 그런 착각을 했을까.
내가 알고 있는 세이버는, 항상 검을 들고 싸우는, 긴장하고 있는 소녀인데.
「------------아아, 그런가」
하지만,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검을 손에 든 뒤의 그녀에 지나지 않는다.
검에서 손을 놓으면, 세이버는 언제라도 온화했다.
이 광경이 신선하게 비춰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그녀의 본질이기 때문이겠지.
아무리 검사로서 뛰어나도, 세이버는 이렇게 하고 있는 게 보통이다.
오히려 검을 들고 있는 쪽이, 이 소녀에게는 이상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그녀는 싸움에 맞지 않는다, 라고 꿈에서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뛰어난 검술을 가지고 있어도, 얼마나 전장을 질주해 왔어도.
그녀가 그녀인 한, 그것은, 결코 마음 편한 장소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건 당연한 것.
검을 들지 않고, 긴장을 풀고 쉬는 세이버.
그 평온한 풍경이야말로,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이니까.
14일째 ? 데이트
『Present』
오후가 되어도 하는 일은 변함없다.
이쪽은 생각 나는 모든 가게에 향하고, 세이버는 아무 말 없이 따라온다.
다만, 그건 오전 중에 비하면 그렇게 괴로운 것은 아니게 되어 있었다.
내가 익숙해진 건가, 세이버도 단념한 건가.
세이버는 여전히 말이 없지만, 잘 보면 화가 나지 않은 얼굴과 화난 얼굴은 미묘하게 다르기도 하다.
가게에서 나왔을 때에 세이버의 발걸음이 가볍거나 하면 달성감이 있다고 할까, 순수하게 기뻤다.
------그래서.
여러 각도에서 세이버가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은 요인을 검증한 결과.
자신도 반신반의기는 하지만, 여기가 제일 세이버의 반응이 좋을 것 같은 가게라고 판단했다.
「앗--------」
콰과--앙, 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서는 세이버.
그 어깨가 벌벌 떨고 있는 것은, 화내고 있어서인지 감동하고 있어서인지, 역시 나는 판별이 되질 않는다.
「시, 시로, 여기는」
「여기서 제일 물건이 많은 인형가게래. 남자 금지라는 것 같아서, 들른 적은 없었지만」
물론, 금남 같은 규칙은 없다.
다만 이용객이 여자애뿐이고 남자가 없기 때문에, 그런 암묵의 룰이 생겨 있을 뿐이다.
사실, 이러고 있는 지금도 주위에는 묘령의 여자애들 밖에 없다.
금발인 세이버도 흘끔흘끔 보고 있지만, 남자인 나는 번뜩번뜩 노려보고 있다.
우리들의 성역에 들어오지 마--! 라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정말 동감이다.
나도, 이런 데에 발을 들여놓는 녀석은 남자로서 인정할 수 없다.
「뭐, 모처럼 왔으니까 주위는 신경 쓰지 말고 돌아보자. 세이버, 좋아하는 동물 있어?」
「에……그, 주로 사자나 표범 같은 건,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지만……이상한가요?」
눈으로만 올려다보며 질문해 온다.
「윽--------」
그걸로, 순간적으로 얼굴을 돌리고 웃음을 참았다.
아니 뭐가 웃기냐면, 사자가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세이버가 웃긴다.
「……시로, 지금 그 행위는 부자연스럽습니다. 어쩐지, 이유 없는 분노를 느낍니다만, 제 기분 탓인가요?」
「아, 아니, 미안미안. 사자라는 게 너무나도 세이버다워서, 그만 웃어버렸어」
「윽……! 사, 사람의 취향을 웃는 건 좋지 않은 겁니다, 시로! 거기에 사자도 나쁘지 않아요!」
「그러니까 미안하다니까. 사과하는 뜻에서 좋은 데 데려갈 테니까, 그걸로 기 분 고쳐」
웃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에에, 보아하니 동물계 인형은 저쪽인가.
그리하여.
가게 가장 깊은 곳에서 입구까지 돌아오는데 1시간 하고 조금 더.
세이버와 인형의 눈싸움을 아무 말 없이 지켜본다거나,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거지 싶을 정도로 많은 여자애들의 숫자에 신경을 소모하면서, 어쨌든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피곤했던 1시간이었다.
하지만 무섭게도, 이걸로 가게 절반 밖에 돌지 못했다.
세이버가 빈번히 마비……인형과 눈싸움 상태이다……에 들어가기에, 겨우 절반 도는 것만으로 이만큼 걸린 것이다.
세이버는 남은 절반에도 흥미진진인 듯 하고, 뭐, 함께 할 수 밖에 없지만.
「시로……? 왜 그러나요, 한숨을 쉬고. 계속 걸어서 피곤해졌다던가……?」
「응……? 아아, 조금 지쳤어. 이런 정도로 약한 소리할 정도로 무르진 않지만, 여기는 특별해. 역시 익숙하지 않은 건 하는 게 아닌 건가」
하아, 하고 크게 한숨을 쉰다.
세이버와 걸어가며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는 건 상관없지만, 이런 여자애들뿐인 가게라고 하는 건 역시 진정이 안 된다.
정신적 피로라는 건, 때로는 다리에 타격을 주는 것이다.
「그러는 세이버는 괜찮아? 이런 가게, 처음이잖아. 지쳤으면 말해」
「확실히 저도 진정은 안 되지만, 시로 쪽이 마음이 불편해 보여요. 여기만이 아니라, 아까 가게도 그 전 가게도 그랬죠.
……혹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시로는 자기가 가고 싶지 않은 곳을 고르고 있는 거 아닌가요?」
「----------------」
나에게 있어서는.
뭐라고 할까, 세이버의 그 말만으로, 그런 심로는 날아가버렸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일부러 거북한 데를 고르고 있는데」
「……역시. 이상해요, 시로. 익숙하지 않다고 알고 있으면서, 왜 이런 곳만 고르는 건가요. 그래서야 당신이」
「아니, 하지만 여자애한테는 이런 곳이 어울리잖아.
놀러 가자고 데리고 나온 건 나니까, 오늘은 세이버의 날인 셈이고」
「--------」
「거기에, 그렇게 있기 괴롭지는 않은데. 세이버가 있으니까 괜찮아. 옆에 이 정도 미인이 있으니까, 질투 받기는 해도, 이 곳에 안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것도 없을 거고」
「무……무슨, 바보 같은. 무장하고 있지 않아도, 저는 서번트입니다. 아무리 비전투시라고 해서, 저를 여성 취급할 필요는 없어요.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서번트로서 취급해 주세요」
「바보는 그 쪽이야. 보통 때와 마찬가지고 뭐고, 세이버는 원래부터 여자애잖아. 별로 오늘만 마음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 나는 여느 때랑 달라 보여?」
「아--------」
멍하니.
새삼스럽게 무언가를 눈치챈 듯이, 세이버는 입을 열었다.
「아뇨, 똑같아요.
당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의, 시로였어요」
「그렇지. 그러니까 나한테 신경 쓸 필요 같은 거 없어.
자, 저쪽 가자. 제일 마음에 든 걸 살 거니까, 남은 절반도 보지 않으면 안 되잖아」
세이버의 손을 잡는다.
세이버는 아무 말 없이 내 팔에 끌려오며,
「……그랬었군요. 처음부터 그랬는데, 이제 와서, 알아채다니」
멍해진 채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14일째 ? 귀가
『다리 위의 이별』
익숙하지 않은 하루는 분주하게 지나갔다.
세이버는 마지막까지 소리를 내서 웃지 않고, 나도 진심으로 웃는 일은 없었다.
인상에 남을 정도로 즐거운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후회할 정도로 재미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었다.
이럴 거라면 저택에 남아서, 도장에서 세이버와 검 수련을 하는 쪽이 세이버는 기뻐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하루는 나쁘지 않았다.
시시해도 재미없어도, 세이버를 이렇게 데리고 다녔던 걸, 나는 마지막에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싸움이 끝나고, 전부 원래대로 돌아온 뒤.
세이버와 지낸 시간이 싸움뿐이었다니, 그런 건 너무나도 허무하다.
비록 어리석은 행위라도, 싸움 이외의 시간을 쌓지 않으면 그녀가 여기에 있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지금은 가슴을 펴도 좋다.
……끝은 가깝다.
전부 끝나고, 이제 싸울 필요가 없어졌을 때.
이런 일도 있었다, 라고 세이버가 회상해 준다면, 그건 충분히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일이니까--------
돌아오는 길은 도보였다.
막 버스로 돌아가려고 하는 참에,
「돌아가는 건 걸어서 가죠」
라고 세이버가 제안했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선명한 석양이 다리를 붉게 비추고 있다.
「--------아」
세이버는 무언가에 주의가 미친 것인지, 다리를 멈추고 강 가운데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 끝에 있는 것은, 별것 아닌 와해의 산이다.
와해의 산, 이라고 해도 높지는 않다.
수면보다 약간 낮은 정도로 쌓인 철골 등등이, 강의 흐름을 약간 일그러뜨리고 있다.
사정은 모르지만, 꽤 옛날에 정박하고 있었던 배가 침몰했다던가 해서 파편이 흘러, 쌓여서 산이 됐다는 듯 했다.
미관을 해치니 철거해 달라, 라고 하는 근처 주민의 요청이, 벌써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는 듯 하다.
「? 왜 그래, 세이버. 저게 신경 쓰이는 거야?」
「아뇨, 아직 남아 있었구나 하고. 저게 생긴 원인은 저니까요. 저번 싸움에서 수상전을 본의 아니게 하게 돼서, 여기서 보구를 써 버렸어요.
피해는 강이 말라버린 것뿐이었지만, 운 나쁘게 정박하고 있었던 배가 말려들어 버렸던 거죠」
「하아--------? 말려들다니, 설마 엑스칼리버에 말야!?」
「그, 그런데요, 다행히 승객은 없었고, 피해도 크지는 않았어요. 강도 지금은 원래대로고, 그렇게 화내지 않아도 괜찮지 않습니까.
……저도, 그, 반성하고 있으니까」
「………………」
……조심하자.
엑스칼리버를 쓸 때는, 최소한 이 정도 넓은 데가 아니면 장난 아닌 일이 벌어진다.
「시로……? 아직 화내고 있나요?」
「에? 아니, 별로 화 안 났어. 그냥 놀랐을 뿐이지. 그리고 뭐, 저번의 자취라는 것도 꽤 있구나 하고.
중앙공원의 황야에 비하면, 강의 와해 정도야 문제가 아니잖아. 뭐, 배 주인은 재앙이었겠지만」
「그건 안심을. 배 주인한테는 보험이 들어왔다고 키리츠구가 말했었고, 애초에 완충재로 쓸 생각으로 배를 멈춰 놓은 거니까요. 선체를 벽으로 써서, 보구의 위력을 깎은 거죠」
「……뭐야. 그럼 처음부터 알면서 배를 부쉈다는 거야」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에요. 그건 키리츠구가 저한테 아무 말 없이 준비한 겁니다.
……그렇군요. 키리츠구는 처음부터 싸움이 어떻게 흘러갈지 읽고 있었던 거겠죠. 배를 준비하기 전도 그 뒤도, 한 마디도 하지 않았기에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리고 나서, 그리운 듯이 세이버는 강을 내려다보았다.
반짝반짝 석양을 반사하는 수면.
강에서 불어 올라오는 바람은 약간 강해서, 세이버의 머리카락을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일까.
「세이버. 오늘은 즐거웠니」
이대로 세이버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불안에 사로잡혀, 묻지 않아도 되는 걸 묻고 있었다.
「네? 무슨 말 했나요, 시로?」
「했어. 오늘은 즐거웠니, 하고 물었어」
……숨을 삼킨다.
세이버는 동그랗게, 눈을 뜬 뒤.
「그렇군요. 신선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되겠죠」
이미, 그것이 일어날 수 없는 일인 양.
동경을 담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
……그러니까, 대답 따위 알고 있었던 거다.
남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면, 그래, 하고 끄덕이고 돌아가는 것뿐.
그것뿐이라면, 아직------되돌릴 수 있을 터.
「그래」
세이버의 눈을 응시한 채로 끄덕이고.
「그럼 또 가자. 별로 이런 건 이번이 끝인 게 아니니까」
아마도, 돌이킬 수 없는 말을 입 밖에 냈다.
「----------------」
세이버의 표정이 굳어진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았겠지.
그녀는 나를 확실히 응시한 채로, 조용히 머리를 옆으로 흔들었다.
두 번째는 없다. 라고.
이건, 오늘로 끝내야 할 잘못이라고 말하는 듯이.
「------그건, 어째서」
세이버의 대답 같은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생각한 세이버의 대답에 납득이 가지 않아서 되물었다.
「왜고 자시고 없겠죠. 서번트는 싸우기 위해 존재하는 자입니다. 오늘 같은 행위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게 돼요.
시로가 휴식해야 한다고 판단했기에 따랐습니다만, 이제 앞으로는, 몸을 쉬게 할 필요는 없겠죠.
남은 적은 적어요. 시로가 명해준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랜서를 찾아내고 싶을 정도인데」
투지가 담긴 눈으로 바라봐 온다.
명령만 있으면 이 자리에서 싸움에 향하겠다, 라고 세이버는 말하고 있다.
그것이.
지금까지 납득이 가지 않았던 부분에, 화륵 하고 불을 붙여버렸다.
「------뭐야, 그건. 그렇게 싸우고 싶은 거야, 너는」
「당연하죠. 싸우면 싸울수록 성배에 다가가는 겁니다.
저에게 있어서, 전투는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할 일입니다. 그건 시로도 역시 알고 있을 터인데」
「아아, 알고 있어. 그래서 이상한 거야.
전부터 말하고 싶었지만 말야, 모순돼 있어, 너. 세이버는 싸움이 소중하다고 하는 거에 비해서, 자진해서 싸우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잖아. 다른 수단이 없으니까, 싫어도 싸우고 있는 거에 지나지 않는 거 아니냐」
「뭐……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전투를 주저하지 않아요.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수단은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아, 분명히 말했지.
하지만 그런 건, 전투를 좋아하는 이유조차 되지 못한다.
「가능한 범위에서잖아. ……알겠어? 세이버.
단순히 다른 마스터를 쓰러뜨리고 성배를 손에 넣는다고 하면 말야, 라이더처럼 사람을 습격해서 힘을 얻으면 되잖아. 하지만 세이버는 그게 싫은 거지」
「------그건」
「관계없는 사람을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냐. 막상 싸움이 벌어지면 사람은 죽는 거라고 너는 잘 알고 있잖아.
그래, 그렇기에 너는 전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어했어. 싸우면 죽은 사람은 나와. 그러니까 빨리 끝내고 싶다, 라고. ------요컨대 말야. 너는, 희생자가 나오는 싸움이라는 게, 견딜 수 없이 무서운 거야」
「----------------」
숨을 삼키는 소리.
세이버는 유령이라도 본 듯이 눈을 크게 뜬 뒤, 으득, 하고 이를 악물고 시선을 바로 했다.
「아닙니다. 저는, 싸움을 두려워하고 있지 않아요」
「……그래. 분명히 너는 처음부터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해. 그런 개인의 공포 따위, 왕의 사명이라는 걸로 완전히 덮여버렸을 테니까」
「윽--------」
「하지만, 그래도 너는 싸움을 싫어하고 있어.
너는, 단지 강하고, 싸움을 잘했을 뿐이야. 하지만, 그건 네가 원한 재능이 아니잖아.
------똑똑히 말하지. 너는 싸움에 안 맞아. 사실은 검을 잡는 것조차 싫었을 거야.
싸우는 것만이 목적이라는 건, 너 자신이, 너를 속이기 위한 말에 지나지 않아」
------그런 것에.
어째서 주위에 있던 녀석들도, 너 자신도, 마지막까지 알아주지 않았던 건지.
「------시로.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 이상의 모욕은 용서하지 않습니다」
「정곡이니까 참을 수 없는 거지. 인정하면 싸울 수 없게 되니까」
으득, 하는 소리.
세이버는 분노를 억누르며 나를 노려본다.
「----------------」
그래도 물러날 수는 없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면, 여기서 도망칠 수는 없다.
「……그러니까, 그만 둬. 너도 그만두고 싶어하고 있잖아. 검 같은 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알고 있잖아. 그렇다면 그만두면 돼.
서번트 따위 그만두고, 더 자신에게 맞는 걸 해」
본래 손에 들어왔을 터였던 인간다운 행복이라는 걸, 지금부터라도 되찾으면 돼.
그걸 위해서라면, 나는--------
「------바보 같은 소리를. 저에게 싸움 이외의 선택지는 없습니다. 이 저는 성배를 손에 넣는 것만을 위한 것.
왕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이 몸을 바쳤어요. 그 이외의 일에 자신을 쓰는 길은, 저에게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바------」
성배를 손에 넣는 것만을 위한 것.
무엇이 열 받았냐 하면, 그게 제일 열 받았다.
어째서 그렇게, 자기자신에게 들려주듯이 하찮은 소리를 하는 걸까.
그런 소리만 하니까------주위 사람들도,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버렸다.
「바보, 그럴 리가 있냐……! 길 따위 얼마든지 있어! 너는 여기에 있잖아, 옛날 너하고는 달라……!
그렇다면------이제부터는 자신을 위해 살지 않으면 안 돼. 절대로. 절대로, 성배를」
------그, 마지막으로 허락된 자신의 소망을.
「……뭐든지 좋아, 다른 사람을 위해 쓰지 마.
여기에 있다면, 세이버는 여기서 행복하게 되지 않으면 안 돼」
바람 소리가 귀에 울린다.
세이버는 대답하지 않는다.
끄덕이지도 않는다.
그저, 똑바로 내 눈을 마주 쳐다보며,
「------그 말에는 수긍할 수 없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따른다고 계약했죠. 하지만 마음까지 맡긴 것은 아닙니다, 마스터」
그렇게, 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왕의 맹세는 깰 수 없어요. 저에게는 왕으로서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책무가 있습니다.
아서 왕의 목적은 성배의 입수예요. 그것이 이루어진다 해도, 제가 알트리아로 돌아가는 일은 없겠죠.
제 소망은 처음부터 하나뿐. ------검을 손에 쥐었을 때부터, 이 맹세는 영원히 바뀌지 않으니까요」
「……어째서. 세이버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그런 게 아니잖아.
그런------마지막까지 보답 받지 못하다니 잘못돼 있어. 너에게는 성배 따위 필요 없어. 게다가」
……게다가, 세이버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어나버린 일을 없던 일로 하다니, 그런 건 가능할 리가 없으니까.
「세이버. 일어나버린 일을 고쳐서 다시 하는 그런 건 불가능해. ……아니. 그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런 것 정도는, 너도 알고 있는 거 아니냐」
「……아뇨.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말하겠어.
비록 아무리 너무한 결말이라도, 일어나버린 일을 바꾸는 것 불가능해.
하지 못했으니까 다시 하고 싶다니, 그런 건 어린애 응석이나 마찬가지잖아……!」
……거기서 말은 끊겼다.
세이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도, 해야 할 말은 없다.
귀에 울리는 바람소리도 그쳤다.
아니.
바람은 그친 게 아니라, 잠시 동안 멈췄을 뿐이다.
후웅, 하는 소리.
볼에 바람을 느낀 그 때.
「------시로라면,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것은, 맞바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고,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입니까」
차가운 목소리.
거기에는, 이미 거절밖에 남아있지 않다.
「자기 주제를 좀 알았으면 좋겠군요. 당신 같은 인간이, 제 무엇을 안단 말입니까.
당신에게, 제 마음 속에 내디딜 권리 따위 없습니다.
싸우지 말아라, 라고요? 제가 지켜주지 않으면 안 되는 미숙한 마스터가 무슨 소리를. 그런 투정을 늘어놓는 건 혼자서 싸울 수 있게 된 뒤에 해 주십시오.
------흥. 뭐, 그런 일은 영원히 있을 수 없겠지만」
「아니--------투정이라니, 나는……!」
「그러니까 투정인 겁니다. 자신을 생각해라, 라고요? 그건 시로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당신은 자신의 목숨을 고려하지 않아요.
당신은 제가 틀렸다고 하지만, 당신 쪽이야말로 틀렸습니다.
……자신보다 타인을 우선하다니 그런 건 죽은 자의 생각이에요.
자신의 목숨의 무게도 모르는 천치가,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군요」
「뭐--------세이버, 너」
「신경에 거슬렸나요. 그렇다면, 아예 계약을 해제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당신은 성배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저 혼자서 마스터를 부수고, 성배를 손에 넣을 뿐이니까.
……그렇게 싸우는 게 싫다면, 당신은 멀리서 숨어있으면 되겠죠」
「세이버. 너,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딱딱 이가 소리를 내고 있는 건, 자신도 놀랄 정도로, 감정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연합니다. 제 목적은 성배뿐. 그 이외의 일들은 쓸데없는 것.
------시로. 그건 당신도 예외는 아닙니다」
격철이 떨어졌다.
눈앞이 새하얗게 되는 걸 참아내고, 반쯤 들어올려진 주먹도 간신히 억눌렀다.
「이 벽창호……! 좋아, 그렇게 싸움이 하고 싶으면 멋대로 해! 이제 나는 몰라!」
그저, 감정만은 억누를 수 없었다.
핑계 같은 말을 소리지르고, 그대로 세이버로부터 달려서 떠났다.
멀어져 가는 모습.
그저, 한 순간
멍하니 서 있는 세이버의 모습이, 보인 것 같았다.
「제길, 제길, 제길……!」
그저 달렸다.
뭐가 분했는지, 뭐가 열 받았는지 알지 못한 채로, 격정에 몸을 맡기고 달렸다.
“그 이외의 일들은 쓸데없는 것. 시로. 그건 당신도”
「윽……!」
깨져버릴 정도로 이를 악물고, 날뛰기 시작할 것 같은 목소리를 억눌렀다.
솔직히, 생각해 내는 것만으로 눈앞이 어질어질해서, 이대로 전봇대나 무언가에 몸통박치기 할 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단순히 세이버에게 화가 났었던 것뿐이라면, 바보 같이 화풀이를 하고 끝내면 된다.
하지만, 이 격정의 정체는 그런 게 아니다.
열 받아 있는 건 세이버 때문만이 아니다.
이렇게 분해서, 달리고 또 달리고, 숨을 쉬는 것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계속 달리는 것은, 자기자신이 한심하기 때문이다.
……멍하니 서 있는 세이버의 모습.
풍향이 바뀌는 그 사이에, 한 번만 흘린 말.
“시로라면,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윽……! 제길, 그런 거 이해할 수 있겠냐, 바보……!」
내뱉고, 엄청난 후회에 구를 뻔 했다.
……그건, 어떤 토로였던가.
결별하는 듯한 목소리는, 동시에 울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그 말만이 진실이었던 건 아닐까.
얼굴을 숙이고 중얼거린 말.
기대와 실망과, 애원이 섞인 목소리.
------그렇다면.
배신한 건 어느 쪽이고, 배신 당한 건 어느 쪽이었던 것인가.
방에 뛰어들어서, 턱, 하고 장지를 닫았다.
그대로 대자로 쓰러졌다.
서 있는 것도 안타깝다.
지금은 그저, 뒹굴면서 잠들어버리고 싶다.
「하아------하아, 하아, 하--------」
하지만, 누워봐야 몸은 여전히 뜨겁다.
심장은 터질 것 같고, 폐는 필사적으로 산소를 원하고 있다.
다리에서 여기까지, 쉬지 않고 전력질주다. 몸이 맥을 못 추지 않을 리가 없다.
감정적으로는 아직 더 달리고 싶지만, 몸 쪽이, 슬슬 진정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아……하아, 하아, 하--------아」
조금씩 진정되어 간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뱉었다.
「하아……하아……하, 아」
그렇게 호흡이 가다듬어진 뒤.
머리 속을 점하는 것은, 자신이 무엇에 화내고 있었는가 하는 것뿐이었다.
「----------------」
……그런 건, 생각할 것까지도 없다.
무언가를 뿌리치듯이 달린 것은, 자신이 너무나도 무력했기 때문이다.
……내 능력으로는, 세이버를 구할 수 없다.
그것이 분해서, 자기자신에게 화가 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
그 녀석을 웃게 해 주겠다고.
세이버를 지키겠다고 결심한 주제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그저 화가 났다.
「……하지만, 어쩌라는 거야. 세이버 자신이 자시의 행복을 원하지 않는 한, 타인이 이러쿵저러쿵 말해도 헛수곤데」
그래서 세이버 자신이, 자신의 행복이라는 걸 찾아낼 수 있도록, 어울리지 않는 노력을 해 봤다.
그것도 무의미라는 말을 듣고, 그 끝에 천치 취급이다.
「자기 목숨의 무게도 모르는 천치, 라고--------」
……그렇게 말은 해도 어쩌라는 거야.
나도 자기 목숨은 소중하고, 자진해서 죽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그것과 세이버는 다른 문제다.
거기서 내 말을 한 건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바보라도, 세이버가 잘못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거다.
그걸 그렇게 부정당하면, 이제 손을 쓸 수가 없잖아--------
「……제길. 아아 진짜, 멋대로 해……!」
털푸덕, 하고 누워있다가 엎어지도록 돌아눕는다.
시야에 다다미만 보이게 돼서, 아예 눈을 감고 머리 속을 새카맣게 한다.
「………………」
그걸로 끝이다.
이제 세이버 따위 모른다.
그렇게 성배가 소중하다면 성배랑 결혼하란 말야.
이렇게 말해도 못 알아듣는 완고한 녀석에게, 이 이상 상관하고 있으면 심한 꼴을 당한다.
아니, 심한 꼴은커녕,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대미지를--------
「--------윽」
그런 건, 이미 입고 있었다.
화상 정도가 아니다.
그 녀석과 만나고, 몇 번이나 충돌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살을 맞댔다.
그 밤의 열은, 화상은커녕 뇌사 직전이었다.
어째서, 이렇게--------엄청나게 열 받아 있을 때, 그 때 일을 다시 떠올려버리는 걸까.
그런 걸 생각해내 버리면, 세이버가 무슨 말을 하든 관계없게 되어 버린다.
「……뭐가 싸울 뿐인 자야. 그렇다면 어중간하게 약한 부분 같은 건 보이지 말란 말야」
……어쨌든, 세이버는 비겁하다.
뭐가 비겁한지는 모르지만, 알지 못하는 그 부분이 반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만큼 열 받았는데도 미워할 수 없고, 내버려두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버려둘 수 없게 되다니, 그런 건 모순된다.
말하자면 존재 자체가 반칙이다.
정말 내 의사 따위 관계 없이, 그 녀석을 싫어하게 되지 못하니까.
「------제길, 반한 쪽이 진 거라는 게 이런 건가」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아무리 헛수고라고 해도 포기할 수 없다면, 마지막까지 관철할 뿐이다.
세이버가 아무리 싫어하고 거절해도, 자신이 바르다고 믿었다면--------
“시로라면,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윽」
울 것 같았던 얼굴을 생각해 낸다.
이 뒤에.
내가 다시 그 얘기를 할 때마다, 저 녀석은 저런 얼굴을 하는 걸까.
「……그래도 안 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끄덕일 수는 없어」
……내가 틀렸고, 세이버가 올바르다고 해도.
그 녀석이 정말로 소중하다면, 절대로, 사과는 할 수 없다--------
14일째 ? 밤~거리로
『Last ? Boy ? meets ? Girl』
무언가 소리가 난 듯한 생각이 들었다.
……어느 새 해가 졌는지, 방은 어둠에 빠져 있다.
조금도 틀리지 않고 울리는 초침 소리가, 매우 귀에 거슬린다.
「이봐, 언제까지 잠에 취해서 멍해있는 거야. 슬슬 일어나주지 않으면 곤란한데」
「--------?」
「그러니까 일어나라니까. 벌써 열 시 지났어. 밥 먹여 달라고 이리야가 시끄러우니까, 일어나서 상대해 줘」
언짢은 듯한 목소리.
그걸로, 완전히 눈이 떠졌다.
「여, 열 시가 지나-------- !?」
벌떡, 하고 몸을 일으킨다.
「그래, 정확히는 22시 27분. 저녁 시간으로는 논외네」
그리고, 눈앞에는 어이없는 얼굴을 한 토오사카가 있었다.
「윽……미안, 자 버렸어. 금방 갈 테니까, 거실에서 기다려 줘」
「그건 괜찮은데. 시로, 세이버는?」
「? 아니, 여기에 없다면 도장이나 거실 아냐?」
「시로. 나는 세이버가 없으니까 묻고 있는 거야」
「--------」
토오사카의 눈은 진지하다.
그걸로--------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한 순간에 파악했다.
「설마--------그 녀석, 돌아와 있지 않은 거야……!?」
「잠깐만 시로! 돌아오지 않다니 어떻게 된 일이야……!」
뒤늦게 방에서 뛰쳐나오는 토오사카.
하지만, 설명할 여유 따위 없다.
등으로 토오사카의 고함소리를 흘려내면서, 다른 데에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밖으로 향했다.
거리는 조용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기척이라고 하는 것이 완전히 끊긴 세계.
그걸 수상하게 생각할 여유도, 지금은 없다.
세이버가 돌아오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그건 당연하다.
그 정도 말다툼을 했다.
혼자라도 싸운다고 했다.
그렇다면------그 녀석 성격으로 보건대, 정말로 혼자서라고 싸우겠지.
세이버는 어디에도 없다.
찾아내는 것도 하지 못하고, 지금쯤, 마지막 서번트인 랜서와 싸우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맨 먼저 여기로 왔다.
강변의 공기는 차갑다.
한층 차가운 밤, 공원은 서리를 가득히 깐 것처럼 차가웠다.
숨은 새하얗고, 볼이나 귀는 얼어서 아프다.
여기서조차 그러니까, 강에서 바람이 부는 다리는, 어느 정도 얼어붙어 있을까.
거기에, 그녀의 모습이 있었다.
내가 달려서 떠나왔을 때와 마찬가지.
다리의 난간에 기대서서, 세이버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강을 바라보고 있다.
……진작에 가라앉은 석양을 쫓고 있는 것인지.
멀리 향해진 시선은, 있지도 않은 붉은 지평선을 보고 있는 듯 했다.
「--------------」
그걸로, 통감했다.
강한 주제에, 이렇게나 약하다.
늠름한 모습은,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증거겠지.
그런데도, 손을 뻗으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릴 것처럼 덧없다.
혼자서는 절대로 살아갈 수 없는 주제에, 아마도 마지막까지, 그 긍지를 계속 지킨다.
------그러니.
손이 닿지 않는 별을 보고 있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것밖에 모른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이, 먼 낙일을 바라보는 소녀.
그 모습을, 내버려 둘 수 없다.
졌다고 하면, 진작에 완전히 패배해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그런 얼굴은 하게 놔두지 않겠다고, 결의시켰으니까.
다리를 건너 간다.
발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세이버는 알아채지 못한다.
「------------------」
아무 말 없이 걸어가서, 아까와 같은 장소, 세이버의 옆에서 멈춰 섰다.
「세이버. 몸, 차가워진다」
흠칫, 하고 떠는 몸.
……이렇게까지 해야 간신히 알아챈 건가.
「------시로?」
묻는 듯이, 세이버는 돌아봤다.
「뭐 하는 거야, 이런 시간까지.
언제까지고 돌아오지 않으니까, 토오사카가 걱정하고 있었어」
「------그렇습니까. 그건, 미안하게 됐군요」
「……별일 아니니까 괜찮지만 말야. 그렇지만, 어째서 이런 데에 있는 거야, 넌. ……아니 뭐, 찾는 거 편해서 좋았지만」
「……네. 여기에 있었던 건, 아직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로는 멋대로 하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멋대로 하려고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뭘 해야 할지, 뭘 하고 싶은 건지, 어디에 가고 싶은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 계속, 어디에 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미아처럼 중얼거린다.
부담감이 있는 건지, 세이버는 나로부터 시선을 돌리고만 있다.
……분명히, 그 정도 말싸움을 한 거다.
내가 화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겠지.
「……죄송합니다. 린에게는 신세 졌다고 전해주세요.
랜서를 쓰러뜨리고, 성배를 손에 넣으면 시로에게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때까지--------」
혼자서, 돌아갈 곳도 없이 방황하고 있겠다고 말하기라도 할 거냐, 바보.
「무슨 말 하는 거야. 네가 돌아갈 곳은 우리 집이잖아.
밥도 이불도, 세이버 분은 딱 준비돼 있으니까」
「------그렇지만, 시로는 이제 저 같은 건 모른다, 고」
「그래. 세이버가 뭘 생각하는지, 난 모르겠어」
말하고.
자, 하고 세이버의 손을 잡았다.
「아--------시로」
「집에 돌아가자. 아무리 서번트라고 해도, 이렇게 몸이 식으면 감기 걸려. 빨리 돌아가서, 따뜻한 거라도 먹자」
「--------저, 저, 하지만, 저는」
「그리고, 말해 두겠는데 나는 사과하지 않을 거야.
불만 있으면 지금 말해」
무례하게, 가능한 한 세이버로부터 눈을 돌리고 말했다.
「----------------」
멍하니 바라봐 온다.
세이버는 아무리 봐도 사과하고 싶어하는 얼굴이었지만, 그런 건 모른다고 무시한다.
……그것이, 조금은 플러스가 된 것인지.
세이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에게 손을 잡힌 채로 얌전히 따라와 주었다.
다리를 내려와서, 공원으로 나온다.
……시간은 11시.
공원에는 인기척 따위 전혀 없는데, 분수라든지 가로등이라든지, 필요 이상으로 장식한 것이 많았다.
「----------------」
「----------------」
척척 걷는다.
세이버의 걸음은 완만했다.
……생각해 보면 5시간 이상, 저 다리 위에서 계속 서 있었던 거다.
몸은 완전히 차가워져 있을 거고, 피로도 쌓여 있는 건지도 모른다.
손을 끌면서 걷고 있자니, 때때로 넘어질 것처럼 앞으로 기우뚱하고 있고.
「세이버, 조금 더 천천히 걸을까? 왠지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은데」
돌아서서 어떤지 본다.
「아, 아뇨, 몸은 아주 건강해요……!
그저, 그……린의 말에 놀아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손을 잡고 있으면 정말로 밀회 같구나, 하고」
「에--------?」
그래서.
들은 나 자신이, 그 말로 단숨에 볼이 뜨거워졌다.
「그, 그래. ……저, 손, 놓을까? 에에, 세이버가 싫다면 그러자는, 거지만」
「아뇨, 저도 이러고 있는 쪽이 좋아요. 시로의 손은 따뜻해서, 안심되니까요」
……이야기는 그걸 끝으로 끊어져버렸다.
이쪽은 멋쩍은 것을 얼버무리듯이 걷고,
세이버는 아무 말 없이 나에게 따라와 준다.
저택까지, 앞으로 어느 정도 남았을까.
잡은 손의 따스함에 볼을 긁으면서, 공원을 뒤로 한다.
……오늘 하루, 여러 가지 파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끝이 이 따스함이라면, 오늘부터 종교 바꿔서 그 신부한테 기도해도 좋다, 라고 감사했을 때.
「------어디에 가나.
멋대로 다른 사람 걸 가지고 가지 마라, 애송아」
------결코 만나서는 안 되는 것에, 우리들은 만나버렸다.
조우
『가장 오래된 왕』
흥분돼 있던 의식이, 한 순간에 얼어붙었다.
전신에는 소름이 돋고, 목은 호흡을 잊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시, 로」
그건 뒤에 있는 세이버도 마찬가지인 것인가.
겹쳐진 손가락이 강하게 쥐어진다.
------내가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을 느끼고 있듯이.
세이버도 또, 뒤집어 엎을 수 없는 절망을, 그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기다리게 했군, 세이버.
약속대로, 이렇게 맞이하러 왔다」
……그것은, 조소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거만하고 무자비.
타인의 생각 따위 고려한 적도 없다는 오만함에는, 일반적인 인간다운 감정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아, 쳐------------------」
흘러나온 말은, 꼴사나울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황금의 서번트.
어젯밤, 캐스터의 뼈들을 일소하고, 도망치려고 하는 캐스터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한 정체불명의 영령.
그 괴물이, 우리들의 앞에 있다.
이렇게나 가까이.
그럴 생각이 들면 금방이라도 칼부림을 시작할 수 있는 거리에, 버서커 이상의 “죽음”이 서 있었다.
「왜 그러나, 세이버. 이 몸이 일부러 마중을 나와 준 게다. 언제까지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무례가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이 몸의 것이 되기 전에 조금쯤 놀 생각인가, 기사왕이여」
즐거운 듯이 웃음을 누르는 아쳐.
그 눈은 나를 보고 있지 않다.
저 녀석은 세이버만을 보고 있다.
그 거리낌 없는 붉은 눈으로, 마음에 든 미술품을 품평하는 듯이.
세이버의 분위기가 바뀐다.
……각오를 한 것인가.
아직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이미, 그 서번트를 적으로서 응시하고 있었다.
「……시로, 어떻게든지 처음 일격만은 막겠습니다. 그 틈에, 당신만은 이탈해 주세요.
……그게 어느 정도로 곤란한지는 알고 있지만, 저 서번트 상대로는 그게 최선입니다」
그걸 용납해 달라고, 그녀의 등이 말하고 있었다.
……그녀로서도, 막을 수 있는 것 처음 일격뿐.
그런 상대로부터 도망치다니, 너무나도 성공률이 낮다.
그 어리석음을, 세이버는 용서하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녀 자신, 저 서번트를 타도할 수단이 없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
그건, 안 된다.
버서커 때와는 다르다.
저 서번트와 세이버를 싸우게 해서는 안 된다, 라고 확증도 없이 생각했다.
……아니, 확증은 있었던가.
어젯밤, 저 녀석의 보구를 보고 직감했던 것이다.
------지금의 세이버는, 결코 저 남자에게 이길 수 없다.
그건 기사로서의 실력 운운 이야기가 아니다.
애초에 전제가 잘못되어 있다.
영령인 이상, 모든 영령은, 녀석을 넘는 건 불가능하다고 알아버렸다------
「------아냐. 도망치는 건 네 쪽이야, 세이버」
「아, 시로……!?」
세이버 앞으로 나서서, 아쳐와 대치한다.
「호오------그런가, 마스터가 있었군. 너무나도 초라하기에, 개나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유쾌하게 말하고.
남자는 한 손을 들고, 천천히 손가락을 맞댔다.
「--------」
------구역질이 난다.
지금 당장 물러나지 않으면 죽는다.
이유도 논리도 없다.
그저, 저 녀석 정면에 있으면 죽는다고 직감하고------
「------가라, 세이버……!
여기에서라면 교회가 가까워. 그 녀석이라면, 저게 상대라도 너를 숨겨 줄 거야--------!」
세이버를 밀어내고, 전신을 찌르는 죽음의 예감을 떨치듯이 달렸다.
노리는 건 하나.
운을 하늘에 맡기고 품 안으로 달려들어서, 버서커와 싸웠을 때와 마찬가지로, 한 번 더 세이버의 검을 “투영”해서--------
「--------」
몸이 날아간다.
------무엇이 일어난 것인가.
녀석이 손가락을 울린 순간, 바로 옆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아--------윽」
그것이 거대한 철퇴이고, 자신이 먼지처럼 날아가서, 지면에 떨어진 것만, 알았다.
「하--------아」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전신의 뼈가 산산조각이 난 듯한 허무감.
손발의 감각은 이미 없고, 아픔도 둔해서, 자신이 살아있는가 조차, 잘 알 수 없다.
「죽이지는 않겠다. 지금 여기서 네놈을 부숴버리면 세이버도 사라져버리니까 말이지. 바라던 바가 아니지만, 성배를 부를 때까지는 살려둬 주마」
남자가 웃는다.
「아--------크------」
일어나려고 손을 움직이지만, 몸은 무엇 하나 말을 듣지 않았다.
피가 통하질 않는다.
육체를 움직이는 혈액동력이, 손발에까지 전해지지 않는 듯.
「허나 기어오르지 마라, 잡종. 네놈 따위 없어도 서번트를 존명시키는 방법은 있다. 단지 지금 상태가 가장 손이 덜 갈 뿐이지. 그 이상 재잘대면 죽일 테다?」
「아------」
그걸로, 마음이 죽었다.
녀석은 죽인다.
내가 이 이상 움직이면, 그야말로 아무런 수고도 하지 않고 실행하겠지.
「----------------」
그런 사실을 보고서도, 어떻게, 이 이상 몸이 움직인다는 걸까--------
「시로--------!」
쓰러진 나에게로 달려오려고 하는 세이버.
「어디에 가나. 방해되는 건 없어진 게다. 네가 향해야 할 사람은, 그런 쓰레기가 아니지 않느냐」
하지만, 남자는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쓰러진 내 앞에 서서, 달려오려고 하는 세이버가 오기를 기다린다.
「윽--------」
발을 멈추고, 남자를 노려보는 세이버.
……둘 사이의 거리는 10미터 정도.
아쳐는 어쨌든, 세이버라면 단숨에 좁힐 수 있는 간격이지만--------
「……흥. 그 기색으로 봐선 아직 이 몸을 따를 생각은 없는 것 같구나. 이해하기 힘들군. 너 정도의 영령이라면, 이 몸에게 선택 받는 것이 어느 정도의 가치인지 알 것인데」
「--------허튼 소리를. 영령이 되었다 해도 나는 왕이다. 네놈에게 항복 따위 할 것 같나」
「그런가? 아무리 왕이라 해도, 너는 여자다.
깔리고, 유린당하는 것이 여자의 행복이지 않느냐. 그런데도 뭘 그리 거부하나. 설마 남자를 모르는 것도 아닐 터인데, 이 몸의 여자가 되는 건 무서운가?」
「네놈------」
「그리 노하지 말아라. 이 몸은 뺏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동등하게 쾌락도 주도록 하지. 이 몸의 것이 된다고 한다면, 말 그대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주도록 하마.
자긍하도록 해라, 너에게는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게다」
……남자가 움직인다.
두 팔을 벌리고, 세이버를 맞이하는 듯이 걷기 시작한다.
「그렇다, 수호자가 되는 일 따위도 없고, 죽음으로 향하는 운명에 돌아가는 일도 없이.
딱 한 번만 더 말하리라, 세이버. 이대로 이 몸의 것이 되어라. 이 세계에서, 함께 두 번째 생을 구가하는 것이 어떠한가」
「------거절하겠다.
그런 것에 흥미는 없고, 무엇보다------네놈과 함께 사는 것 따위, 무슨 일이 있어도 있을 수 없다」
끄덕이지도 않고, 후퇴하지도 않고.
세이버는 정면에서 아쳐를 응시하고 있다.
「크--------후,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발이 멈춘다.
뭐가 재미있는지, 남자는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좋구나, 그래야 이 몸의 눈에 들어온 여자인 게지!
그래, 이 세상에 하나 정도는, 이 몸에게 따르지 않는 것이 있지 않으면 안 되지……!」
「좋아, 그럼 우격다짐이로군. 성배를 손에 넣은 뒤에, 그 몸에 성배에 든 것을 쏟아내 주리라」
「------기뻐하라, 세이버. 그렇게 되면 마스터 따위 필요하지 않게 될 테니.
만능의 그릇인 성배, 그 힘 전부를 마셔버리는 것이니 말이지. 서번트 따위, 인간의 패밀리어에 만족하는 일도 없어질 게다」
만족스럽게 남자는 말한다.
거기에.
「……아쳐. 네놈의 목적은 뭐냐」
이제 와서는 싸울 뿐이라고 결단한 것인지.
세이버는 마지막에, 적의 이유를 추궁한다.
------그러나.
남자의 대답은, 너무나도 예상 밖이었다.
「목적인가. 글쎄다, 뭐였었던가. 공교롭게도 이 세상의 재물 모두를 손에 넣은 몸이라서 말이지. 원하는 것 따위 이미 없는 게다」
「뭐------성배를, 구하지 않는다고 하는 건가」
「성배? 아아, 불로불사 말인가. 흥, 그런 것은 뱀에게 주었다」
「--------불로불사를, 뱀에게 양보했어……?」
세이버의 기백이 얼어붙는다.
……지금 그 대화에 무엇이 있었는지.
세이버는 약간 머리를 흔들고, 중얼거린 말을 부정했다.
「------허나, 이 세계는 재미있더군.
근본은 그대로다만, 장식도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면 다른 물건이지. 이렇다면야, 다시 이 세계에 군림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그렇군, 이 몸의 목적이라고 하면 그런 정도일까. 그것을 효율 좋게 진행시킬 수 있다고 한다면, 성배의 힘도 나쁘지는 않겠군」
「……지배욕인가. 경멸한다, 아쳐. 그런 것을 위해 성배에 욕심을 내다니」
「욕심을 내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재물은 전부 나의 것. 자신의 것을 타인이 사용하게 두는 것을 참을 수 없을 뿐인 게야.
너도 역시, 그 성검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면 화가 나지 않겠느냐, 기사왕이여」
------세이버의 몸이 흐릿해진다.
한 순간의 섬광 뒤에, 세이버는 은의 갑옷에 싸여 있었다.
「호오--------」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지체 없이, 세이버의 몸이 달렸다.
겨우 숨 한 번 쉴 틈에 남자에게로 파고들어, 필살의 속도로 보이지 않는 검을 힘껏 때려 넣는다--------!
「윽--------!」
튕겨져, 크게 뒤로 뛰는 세이버.
세이버의 갑옷이 마력에 의한 구현이라면, 녀석의 갑옷도 같은 것인가.
한 순간의 공방 사이에, 적은 무장을 마치고 있었다.
「----------------」
자세를 잡은 채로, 세이버는 냉정하게 아쳐를 응시한다.
그 시선을 받고도 여전히 조소를 무너뜨리지 않고,
「------좋다. 반항하는 것을 허락하마, 세이버」
적은, 즐거운 듯이 사투의 개막을 고하고 있었다.
백광이 뻗어나간다.
주저하는 일 없이 황금의 기사에게로 뛰어든 세이버의 검이, 뇌광(雷光)을 띄고 내리쳐진다--------
1격. 2격. 3격. 4격--------!
세이버의 검이 적을 노릴 때마다, 눈을 부술 정도의 빛이 작렬한다.
섬광장치를 보는 듯한 연격.
처음으로 세이버를 본 그날 밤, 랜서를 상대로 했을 때와 마찬가지.
세이버는 남아도는 마력을 검에 실어, 번개 바로 그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검극을 계속 내지르고 있다.
검과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
남자는 검을 차고 있지 않다. 세이버의 검을 앞에 두고, 그 두 손은 간신히 머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저 남자에게는, 세이버의 검을 완전히 받아낼 정도의 기량은 없다.
검술로 말하자면, 세이버는 압도적으로 남자보다 뛰어나다.
덤으로, 세이버의 검은 보이지 않는다.
설령 남자가 검을 차고 있었다 해도, 저 보이지 않는 검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겠지.
보이지 않는 검은, 재미있게도, 남자의 갑옷에 직격한다.
검은 갑옷의 표면을 때리고, 깎고, 뇌광 같은 불꽃을 뿌린다.
남자에게 가능한 것은, 세이버의 검으로부터 두 손으로 얼굴을 지키는 것뿐이다.
싸움조차 되지 않는다.
이래서야 일방적인 섬멸전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황금의 갑주는 여전히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세이버의 검극을 그 정도 받고도, 여전히 상처 하나 없다고 한다면.
녀석의 “보구”는, 저 황금의 갑주임에 틀림없는 것 아닌가------
「……흥. 과연 이 이상은 좋지 않겠군. 여전히 바닥을 모르는 마력이구나. 이 몸의 갑옷이 삐걱대다니, 그리 있는 일은 아니거늘--------」
방어전으로만 가고 있던 적이 한쪽 팔을 든다.
그건 세이버에게 드는 것이 아니라.
무슨 짓인지, 남자는 아무 것도 없는, 그저 밤이 펼쳐져 있을 뿐인 공간에 팔을 뻗어------
「희룽대는 것은 끝이다. 그 지체(肢體), 여기서 이 몸에게 바치도록 하여라」
------눈의 착각인가.
그 팔에, 무언가.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의, 열쇠 같은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윽--------!」
한층 크게 자세를 잡고, 세이버는 혼신의 일격을 날린다.
그것을,
적은, 검붉은 검으로 튕겨냈다.
「윽------지금 그건, 복수의 저주가 깃든 보구인가------!」
두 번째로 간격을 벌리고, 적이 손에 든 검을 노려보는 세이버.
……적이 검을 든 것은, 분명히 위협이다.
하지만 동시에 카드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녀석의 보구가 갑옷이든 검이든, 그 형태만 보이면 대처할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세이버가 자세를 바로 잡는다.
……남자가 말한대로, 녀석의 갑옷도 한계가 가깝다.
다시 한 번 세이버가 지금 그 맹공을 계속하면, 갑옷째로 녀석을 양단할 수 있겠지.
아무리 보구를 꺼냈다고 해도, 다음 일격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것에 변함은 없다.
「------마지막이다. 저번에 내지 못했던 결판을 내자, 아쳐」
손에 든 검은 보이지 않는 채로.
바람으로 봉인한 성검을 겨누고, 세이버는 적을 응시한다.
……세이버는 그 “보구”의 정체를 알고 있는 듯 하다.
때문에 순간적으로 간격에서 벗어난 것이고, 대처할 방법을 알고 있기에, 정면에서 적과 대치하고 있다.
서로의 보구가 검이며, 그 능력이 호각이라면, 남은 건 검기에만 의한 승부다.
그 법칙에 따른다면, 세이버의 승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좋다------그럼 오도록 하여라, 세이버.
그 검을 봐서, 이 몸의 모든 것을 보여주도록 하마」
남자가 웃는다.
「그렇다면------!」
주눅들지 않고 달리는 세이버.
------이번에야말로 세이버의 검이 갑옷을 자른다.
그렇게 확신한 순간.
「--------Gate ·“왕of ·의 Babylon재보”」

남자의 등 뒤에서,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문”이 열렸다.
「뭣------이…………!?」
세이버의 자세가 어긋난다.
적이 손에 든 그것은, 검붉은 검과는 다른 것이었다.
하나째는 세이버와 같은, 투명한 검.
그걸 세이버가 막은 그 순간, 남자의 손에는 다른 검이 쥐어져 있었다.
내질러지는 검은 얼음.
몸을 틀어서 피하지만, 휘둘러진 공간 그 자체가 굳어져 있다.
얼음에 덮이면서도 순간적으로 후퇴하는 세이버.
달라붙은 얼음이 깨져서 흩어져 가는 중에, 적의 손에는, 사신의 낫 같은 흉기가 쥐어져 있다.
「--------------!」
목에 닥쳐오는 흉기를, 순간적으로 한쪽 건틀릿(gauntlet)으로 방어에 들어간다.
하지만 무의미.
낫은 세이버의 건틀릿 따위 없는 것처럼 관통하여, 푹, 하고, 마력을 빼앗아 갔다.
……피나 살이 아니라, 노린 곳의 뼈 바로 그것을 뽑아가는 것처럼.
「아------크……!」
헛발을 디디며, 간신히 버텨내는 세이버.
……그건 지금까지의 후퇴와는 달랐다.
간격을 벌려서, 다음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그저, 적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만을 위한 필사의 후퇴--------
「그런------바보 같은」
마비된 한쪽 팔에 마력을 돌리면서, 세이버는 적을 노려본다.
……남자의 주위에는, 무수한 자루가 떠 있었다.
그것이 캐스터를 도살한 것의 정체이며,
세이버를 궁지에 몰아넣은, 황금의 기사의 “보구” 였다.
그것은, 떨어져서 보고 있는 나조차, 눈을 의심하고 싶어지는 광경이었다.
남자의 등 뒤에 떠오른 그것은, 틀림없이 “보구”의 자루다.
10이나 20으로 셀 수 없다.
아니,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그 숫자는 그야말로 끝이 없다고 실감할 수 있다.
고금동서.
온갖 전승에 잠재하는 신비의 전부를, 저 서번트는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이--------
「아쳐. 당신은, 누구인가」
세이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서번트가 진명을 질문 받고, 대답할 리가 없다.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저 적의 보구는 이상했다.
「대답해라, 아쳐……! 영령이 가지는 보구는 하나뿐일 터. 아니, 그 중에는 복수의 보구를 가지고 있었던 자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2개가 한도.
------그렇게, 끝도 없이 보구를 가진 영령 따위 존재할 리가 없다……!」
「존재할 리가 없어……? 그건 경솔한 생각이로군, 세이버.
영령은 생전에 가지고 있었던 무기를 보구로 가진다. 그렇다면 간단한 이야기가 아닌가. 이 보구는 전부, 이 몸이 생전에 모은 것이라는 말이 되지 않는가?」
「--------나를 얕보고 있는 건가, 아쳐. 그거야말로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당신이 누구라고 해도, 다른 영령들의 심볼인 보구를 모을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러한 영령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세이버의 말대로다.
녀석이 가진 보구는 전부 다 진짜다.
북구에 전해지는 마검이 있는가 하면, 남미 근처에 전해지는 마검도 있다.
그런 광범위에 걸쳐서 활약한 영웅 따위 없고, 애초에------기 불가를 가지는 것은 랜서 뿐이다.
영령은, 생전 애용한 무기를 보구로 가진다.
그 룰로 말하면, 기 불가를 가지고 있는 시점에서, 녀석은 쿠창의 컬린주인이 아니면 안 된다.
하지만 저 녀석은 쿠 컬린이 아니다.
그렇다면 저 창은 기 불가일 수는 없는데, 성가시게도 틀림없이 진짜 기 불가인 것이다.
만약, 저 보구가 전부 가짜라고 한다면 그나마 설명은 된다. 하지만 오리지널인 이상, 이 모순은……………………………………………………………
………………………………………………………………………………아니, 잠깐.
오리지널--------원형의, 무기……?
「--------설마. 아니, 하지만」
그런 것도 있을 수 있다.
전승, 신화라고 하는 것은 제로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온갖 신화에 공통항이 있는 것은, 모델이 되는 커다란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신앙으로서 완성되는 전승은, 그 토지에 귀순한 것뿐이다. 마검, 성검 종류가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그 근처부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만약 그 전.
온갖 신화에서 보구로 불리는 것이, 그렇게 불리기 전의 형태가 있다고 하면--------?
「호오. 네 마스터도 아주 쓰레기는 아니로군. 아무래도 이 몸의 정체에 짐작이 가는 듯 한데」
「에--------?」
세이버가 이쪽에 시선을 향한다.
……멀다.
이렇게 거리가 있으면 도와줄 수도 없다.
손발. 몸은 간신히, 이를 악물고 손가락이 움직이는 정도밖에 회복되어 있지 않다.
「도망, 쳐, 세이버--------그 녀석의, 보구는」
「진짜라고 하는 게지?
그렇다, 간단한 이야기다, 세이버.
가장 오래된 시대, 아직 세계가 하나였던 무렵의 이야기를 하지.
그 나라는 번영하고, 왕은 온갖 재보를 수집하였지.
모을 수 없는 것 따위 없고, 부족한 것 따위 없었다.
왕은 완벽한 보물창고를 가지고, 그 안에 있는 유상무상의 무기는 사용되는 일 없어, 왕과 함께 잠에 들었다」
「------요는 그것뿐인 게다.
왕의 사후, 보물창고의 내용물은 세계에 흩어져, 명검이기에 소중히 여겨지고 활약하여, 결국 보구로서 다루어진 게지.
……흥, 알겠느냐, 기사왕이여.
너희들이 다루는 보구라는 것은, 원래는 그 왕의 소유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것은, 유산 같은 것이다.
계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원형”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각국에 전해지는 신화, 전승, 보구의 발단원형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아득한 과거, 그것들의 원형을 모으는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면, 모든 보구를 소유한 것이 된다.
거기에 해당하는 영웅은 한 사람뿐.
세이버나 버서커보다 오랜 전설을 기원으로 하는 자.
과거 고대 메소포타미아에 군림했다고 하는 마인.
자신의 욕망에 따라 모든 재보를 모으고, 그 끝에 불로불사를 원했던 반신반인인 왕의 이름은, 분명히--------
「길가메쉬------인류 최고(最古)의 영웅왕--------」
망연해하는 세이버의 목소리.
황금의 기사------길가메쉬는, 그 울림을 만족스럽게 받아들인다.
「--------과연 그러하다. 이 몸은 네놈들로 당해낼 리도 없는, 최강의 영령이다」
그리고, 황금의 기사는 전진했다.
------이미 이야기해야 할 것은 없다.
남은 것은, 그 남아도는 보구로 적을 분쇄하는 것뿐이다.
「호오? 이 몸의 이름을 알고도 아직 거역하는 겐가. 이번에야말로 승산이 없다고 깨달았을 터인데」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죠.
아무리 영웅왕이라고 해도, 넘지 못하는 것이 있을 터」
세이버의 주위가 흔들린다.
불기 시작한 바람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선풍이 되어 그녀를 지킨다.
동시에 나타난 황금의 검.
「--------안 돼, 세이버」
……큰일이군.
세이버 녀석, 여기서 엑스칼리버를 쓸 생각인가……!?
길가메쉬의 발이 멈춘다.
녀서거도 세이버의 성검의 힘은 알고 있는 건지, 눈에 보이게 여유라는 것이 사라져 갔다.
세이버는 길가메쉬를 응시한 채로, 한 번만 이쪽에 시선을 던진다.
「………………」
이러는 동안에 도망쳐라, 라고 하는 건가.
길가메쉬는 강을 등에 지고 있다.
대하여 세이버는 이쪽 편.
아까 검을 맞부딪치는 사이에 그랬겠지.
어느 새, 세이버는 나를 지키듯이 길가메쉬와 대치하고 있었다.
「--------아냐. 안 돼, 이런 데서--------」
몸에 힘을 넣는다.
완전히 마비된 몸에 채찍질을 해도, 움직이는 것은 한쪽 팔뿐이었다.
그래도, 그 한쪽 팔로 몸을 일으키려고 전신의 마력을 동원한다.
「윽--------이--------!」
감각 따위 없었던 주제에, 막상 움직이려고 하자 뼈라는 뼈는 다 삐걱댄다.
그 아픔은 경고다.
전신에 간 금이, 이 이상 움직이면 깨져 버린다고 호소하고 있다.
「------------윽…………!」
무시하고, 간신히 상체를 일으킨다.
「아--------하아, 하--------아……!」
아픔을 억누른다.
신경 쓰고 있을 틈은 없다.
지금은 1초라도 빨리 일어나서, 세이버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오한이 드는 것이다.
그 적과 대치했을 때에 느낀 예감.
뭘 해도 이길 수 없다고.
그 녀석만은 세이버와 싸우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직감이, 절대로 떠나질 않는다--------
「--------흥. 소문에 듣던 성검인가. 좋다」
소용돌이치는 바람은, 이미 폭풍으로 화해 있었다.
그 안에서 빛나는 성검을 앞에 두고도, 황금의 기사는 기가 꺾이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그럼, 이쪽도 그에 상응하는 물건을 꺼내지 않으면 안 되겠지」
굉장히 이질적인 “검”을, 등뒤의 문에서 꺼냈다.
------그것이, 오한의 정체였다.
나타난 검은, 어떤 전승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녀석의 등뒤에 있었던 보구, 그 전부의 형상을 간파할 수 있는 자신조차, 저 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몸은 모든 보구의 원형을 가진다. 허나 그것들은 전부 무명이며, 이 몸밖에 가지지 못한 보구라는 건 아니지」
원기둥 같은 검.
3개의 파츠로 만들어진 칼날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하고 있다.
그 모습은, 단단한 암반을 꿰뚫어 가는 굴삭기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다르지. 진정으로, 이 영웅왕 밖에 가지지 못한 검인 게다.
------이름(銘) 따위 없기에 말이지. 이 몸은 에아라고만 부르고 있는데」
「윽--------순수한 보구의 힘 대결을 하겠다, 고……?」
집속하는 빛.
둘의 거리는 겨우 10미터 정도.
그 간격이라면, 길가메쉬는 피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겠지.
「그렇다. 아니, 사양할 필요는 없지. 최강이라고 불리는 그 검, 한 번 맛보고 싶기도 했었으니」
웃음을 억누른 목소리가 울린다.
그걸 도발로 받아들인 것인가.
「------좋다.
그렇다면 나의 검, 멋지게 받아보도록 해라……!」
세이버의 검이 움직인다.
그 입술이, 성검의 진명을 자아낸다.
이미 도망칠 길은 없다.
소유자에 의해 이름이 해방된 보구는, 그 힘을 용서 없이 길가메쉬에게로 세차게 내리친다.
「차례가 왔다. 일어나도록 하여라, 에아」
원기둥의 검, 에아가 울부짖는다.
길가메쉬의 말에 호응하여, 3개의 칼날이 소리를 내며 회전한다.
세이버의 엑스칼리버가, 바람을 털어내 선풍을 부른다면.
길가메쉬의 에아는, 바람을 끌어들이는 것에 의해 폭풍을 만들어낸다------
「”Ex약속된--------“」
그렇지만, 대성보구의 사용만 보면 세이버가 약간 뛰어나다.
에아의 포효보다 더욱 빠르다.
세이버는 겨우 몇 초 만에 마력을 임계까지 부어넣어, 최대의 힘으로--------
「”Calibur승리의 검----------!”」
거기에 망설임 따위 없다.
한 번 휘둘러 대하(大河)를 끊는 성검을, 세이버는 기합과 함께 해방한다--------!
직전.
「”에천지누를 갈마라놓엘는, 개리벽의 슈별--------“」
완전히 동위의 빛이, 엑스칼리버의 일섬을 받아냈다.
그, 무시무시하기까지 한 충돌--------!
거칠게 부는 열풍은 나무들을 쳐 쓰러뜨리고, 서로 부딪치는 섬광은 폭발하는 태양이 되어 눈꺼풀을 태운다……!
「하………그런, 몸, 이------」
쓰러진 몸이, 바람에 날려가려고 한다.
한쪽 팔로 간신히 지면에 달라붙으면서, 빛과 열의 홍수 속에서, 필사적으로 버텼다.
------충돌은 얼마나 계속되는 것인가.
세계를 둘로 나누는 게 아닐까, 하고 위구할 정도로 길항(拮抗)하던 둘의 분류(奔流)는, 하지만.
「크--------아…………!」
흰 빛에 싸여가는 그녀의 모습으로, 당돌하게 끝을 고했다.
캉, 하고.
바로 가까이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세이, 버……?」
그것이 무엇인지.
빛으로 둔해진 눈으로도, 잘못 보는 일은 없었다.
--------죽어 있다, 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해 버릴 정도로, 세이버는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후--------하하,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멀리서는.
상처 하나 없는 황금의 기사가,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크, 인류 최강의 성검이라는 것도 그 정도인 겐가! 인간의 환상 따위 결국은 어린애 속임수로다!」
홍소는 높이, 불탄 대기를 넘어, 하늘에 닿는 듯이.
------그 정도로 즐거운 것인지.
녀석은 쓰러진 세이버를 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위해 웃고 있었다.
Wise up
Status
Archer
진명
: 길가메쉬
상세
기원전, 수메르의 도시국가 우룩을 다스리고 있었던 반신반인의 왕.
전설만이 아니라 실재했다고 하는, 인류 최고(最古)의 서사시 길가메쉬 서사시에 기록된 영웅왕.
3분의 2가 신, 3분의 1이 인간이라고 하는 높은 신격을 가지고, 이 세상에서 그에게 당할 존재는 없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손에 넣은 초월자로서 완성되어 있었다.
백성을 돌보지 않는 폭군이었지만, 엔키두라고 하는 친구를 얻고 나서 그의 행동은 조금씩 변화되어 간다.
엔키두는 길가메쉬의 압제에 괴로워하던 사람들의 소원에 의해, 여신 아루루에 의해 만들어진 신이 만든 자이다.
엔키두와 길가메쉬는 만나야 했기에 만나고, 서로를 강렬하게 의식한다.
처음엔 엔키두를 적으로서 두려워한 길가메쉬였지만, 둘은 얼마 되지 않아 서로 이해하고, 대등한 존재로서 협력해서 나라를 통치하기에 이르렀다.
길가메쉬는 엔키두와 함께 숲의 파수꾼 ? 험바바를 이기고, 지상에서 가장 뛰어난 왕으로서 온갖 재물을 손안에 넣는다.
이 때, 길가메쉬는 눈부시고 강대해서, 신들조차 눈을 돌릴 수 없는 존재였다.
그 길가메쉬에게, 한 여신이 사랑을 했다. 풍요의 여신 이슈타르는 완벽한 왕인 길가메쉬에게 구혼하지만, 그는 이것을 깨끗이 거절한다.
이슈타르가 얼마나 바람둥이이며 잔인하고, 남자를 망가뜨리는 마녀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슈타르는 길가메쉬에게 모욕당했다고 격노하고, 보복으로 아버지 ? 아누 신에게 하늘의 소의 해방을 재촉하고, 이것을 해내버린 것이다.
당할 자가 없는 신의 짐승이기에 지상에 7년간의 기근과 파괴가 찾아온다.
길가메쉬와 엔키두는 협력해서 하늘의 소에게 대항해, 멋지게 격퇴한다. 여신의 체면은 다시 말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슈타르의 분노는 당연히 가라앉지 않고, 그녀는 둘 중 어느 쪽의 죽음을 신들에게 요청했다. 사람의 몸으로 신의 짐승을 죽인 것이 죄이기 때문이다.
이슈타르의 소원은 받아들여져, 둘 중 한 사람, 신에게 만들어진 엔키두는 그 명에 거역할 수 없어 천천히 쇠약사했다.
그것이 길가메쉬의 전락의 계기가 되었다.
자신보다 뛰어날지언정 못하지는 않은 힘을 가진 유일한 친구 엔키두조차 죽는다, 라는 사실에 길가메쉬는 충격을 받은 것이다.
“죽음”의 불안에 초조해하던 길가메쉬는, 결국 불로불사를 얻기 위해 명계로 떠나게 된다.
긴 여행길, 수많은 고난 끝에, 길가메쉬는 불로불사의 묘약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그 돌아오는 길에, 목욕을 하고 있던 틈에 뱀이 묘약을 마시는 바람에 불로불사를 잃고, 비탄에 잠긴 채 이 세상을 떠났다.
뱀이 탈피할 때마다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길가메쉬의 묘약을 빼앗아 마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유 스킬
신성 : B (A+)
최대의 신령적성을 가지지만, 길가메쉬 본인이 신을 싫어하기에 랭크다운 되어 있다.
보구
에천지누를 갈마라놓엘는 개리벽의 슈별
랭크
: EX
종류
: 대계보구(?界?具)
레인지
: 1~99
최대포착 : 1000명
괴리검 ? 에아에 의한 공간절단. 압축되어 서로 부딪치는 풍압의 단층은, 의사적인 시공단층이 되어 적대하는 모든 것을 분쇄한다.
AC에 의해 공격이 수정되는지, 같은 레벨의 대미지에 의한 상쇄가 아니면 막을 수 없는 공격수치. STRⅩ20 대미지이지만, 랜덤으로 MGI의 수치도 STR에 +된다.
최대 대미지 4000.

하지만, 보물고에 있는 보구의 백업에 따라서는 더욱 대미지는 뛰어오른다.
세이버의 엑스칼리버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출력을 가지는 “세계를 갈라버린” 검이다.
Gate · of ·왕의 Babylon재보
랭크
: E ~ A++
종류
: 대인보구
레인지 : --
황금의 도시로 이어지는 열쇠검.
공간을 이어서, 보물고 안에 있는 도구를 자유롭게 꺼낼 수 있게 된다.
사용자의 재산이 있으면 있을수록 강력한 보구가 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VS 길가메쉬
『지키고 싶은 것』
「세이, 버--------」
……대답은 없다.
다만, 헐떡이는 듯이 열린 입에서, 쿨럭, 하고 붉은 것이 토해졌다.
「----------------」
눈앞이, 새빨개진다.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나는.
이렇게 될 건 알고 있었다.
세이버는 길가메쉬에게 이길 수 없다고 알고 있었던 주제에, 어째서------령주를 써서라도, 세이버를 말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싱겁군, 완전히 이쪽의 압승인가!
상쇄하는 것도 하지 못하다니 김빠졌다, 세이버. 아아, 그런가, 조금은 봐 줘야 했군. 여하튼 상대는 아녀자였으니!」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
그 책임은 나에게 있다.
……이길 수 있다, 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나쁜 예감이 들더라도, 세이버의 엑스칼리버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입으로는 그만두라고 해도, 령주는 반응하지 않았다.
------진심이, 아니었던 거다.
진심으로 지키고 싶었다면, 령주로 세이버만이라도 도망치게 하면 됐었고------나 혼자서 싸우는 방법 따위,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자, 그럼 받아가기로 할까. 더럽혀져 버렸다만, 뭐, 필경은 같은 꼴을 당하게 될 터이니. 여기서 상처 입어도 문제는 없겠지」
웃음소리가 다가온다.
「------」
그것 때문에 정신이 들었는지, 세이버는 살짝 눈을 떴다.
「! 세이버, 무사해……!?」
이렇게 저 녀석의 숨쉬는 것까지 보이는데,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거리.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아서, 달려서 가까이 가는 것조차 할 수 없다.
그러니, 필사적으로 말을 걸 수 밖에 없었다.
「세이버……! 세이버, 세이버……!」
「…………아…………윽」
입술이 열린다.
구원을 바라는 듯이 숨을 들이쉬고, 그것도 괴로워, 작게 콜록거린 뒤.
「……시로……? 거기에, 있나요……?」
눈앞에 있는 나를 알지 못해, 약하게 목소리를 냈다.
「윽--------기다려. 금방------」
손을 빌려줄게, 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쓰러져 있는 건 나도 마찬가지고, 몸은 팔 밖에 움직이지 않는다.
세이버를 힘내게 하는 말조차 해줄 수 없다.
……그런, 내 꼴사나운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인가.
「……아아, 그래. 진 거군요, 저는」
아련한 목소리로, 빛이 없는 눈으로 나를 보고.
「------죄송합니다……아무쪼록, 당신만이라도 도망쳐 주세요, 마스터」
피를 토하면서,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였다.
「----------------」
분노로, 시계가 새빨갛게 됐다.
무의식 중에 세이버에게 의지하고, 그 결과가 이것인가.
부주의하게 일격을 맞고, 아직 일어서지도 못하는 건가.
------턱, 하고 유일하게 움직이는 한쪽 팔로, 자신의 머리를 쥔다.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고 싶어져서.
부숴버릴 생각으로, 힘을 넣었다.
격철이 당겨진다.
자신을 마술사로 바꾸는 스위치를, 손가락이 아니라 해머로 때려서 바꿨다.
“------두 번 다시 쓰지 않도록 해. 투영은, 너에게는 힘에 겨우니까------“
토오사카의 말.
도를 지나친 마술은, 술자 그 자체를 폐인으로 만든다고 하는.
그게 어쨌다는 거야.
그런 것보다 저 녀석 쪽이 소중하고, 그것조차 지켜내지 못한다면, 이런 머리 따위 없어도 된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도움 받아 왔다.
지금까지 이 정도로 놔 둘 수 없는 녀석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 녀석을 지킬 수 없다면, 에미야 시로는 여기서 죽어버리는 쪽이 나아--------!
……쇳소리가 난다.
전신의 뼈, 부서진 곳을, 철제 마력이 보강해 간다.
있는 힘은 다 퍼붓는다.
기어는 최고로, 처음부터 최고속으로, 한계 따위 무시하고 가지고 있는 모든 마력을 생성해서 회전시킨다……!
「--------------------, 기」
등뼈에 불이 붙고, 전신이 적열(赤熱)한다.
그, 우선 뇌부터 녹아버릴 것 같은 감각에, 혀를 깨물어 참았다.
핑크색 살을 깨물어서 으깬다.
혀에 구멍이 뚫리는 정도로 의식이 버텨준다면, 문제 따위 하나도 없다------
「--------뭣이」
발소리가 멈춘다.
그 정도로 유쾌한 듯 했던 남자의 홍소가 멈춘다.
「아------시로……?
뭐, 뭘 하고 있는 건가요……!? 안 돼요, 그런 걸 하면, 몸이……!」
보이지 않아도 느끼는 건가.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고 하면서, 세이버가 외치고 있다.
------그걸로, 마지막 힘이 빛났다.
일어선다.
말을 안 듣는 몸은, 한계 이상으로 부어진 마력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건 불이 붙어서, 살아남기 위해 수원으로 달리려고 하는 행위에 가깝다.
그래도 상관없다.
저런 세이버의 모습을 계속 보는 것보다는 낫다.
……아아, 그렇다.
다 타버리려고 하는 사고로, 이렇게도 강하게 통감했다.
원래부터 나는.
저 녀석이 상처 입는 게 싫어서, 검을 쥔다고 맹세한 것이다.
「아--------도망치라고 하고 있는데, 어째서……!」
적을 막는다.
등뒤에는 쓰러진 세이버가 있다.
이제 와선.
여기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물러날 수는 없다.
「--------trace투영, on개시」
……불이 붙어 마구 굴러가는 뇌수를 억누르고, 의식을 통괄한다.
이미지하는 것은 단 하나.
투영을 8절로 나누어, 잃어버린 검을 복제한다--------
왼손에 단단한 감촉.
……육안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다.
두 번째 검제(?製)는, 단 한 번의 감속도 없이 성공했다.
「제, 검--------아, 아니, 그래도 안 돼요. 시로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걸로는 그에게 이길 수 없다고……!
움직일 수 있다면, 지금은 도망치는 것이--------」
「도망치지 않을 거야. 세이버를 맞이하러 온 거야. 그런데, 혼자서 돌아가다니 그런 거 할 수 있을 것 같아?」
검을 겨눈다.
죽도보다 훨씬 무거운 철검을 양손으로 쥐고, 눈앞의 적을 노려본다.
「바------그만둬요, 시로, 이 남자는 그런--------」
세이버의 말을 뿌리치고, 한 발짝 앞으로 나간다.
……간격은 9 미터3칸.
전력으로 파고들면 녀석에게 베어 들어갈 수 있는 거리.
적은 움직이지 않았다.
길가메쉬는 약간 눈을 크게 뜬 뒤, 큭, 하고 유쾌한 듯이 웃고.
「--------죽일까」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
내리쳐진 일격을 순간적으로 막는다--------!
「윽--------이--------!」
몸을 옆으로 움직여서 기습에서 벗어난다.
「--------으으으윽!」
하지만 그것도 제 때에 대지 못한다.
처음 일격이 돌풍이었다면, 이어지는 연격은 폭풍이었다.
「헉------크, 윽, 으…………!」
튕겨내는 것이 고작.
아니, 나만이었다면 처음 일격조차 막아내지 못했겠지.
검을 복제할 때, 그 기억까지 재현한 게 다행이었다.
오래 싸워온 검에는 의사와 경험이 깃든다.
이 명검은, 이 정도 검무는 이미 숙지하고 있는 듯 하다.
나에게는 길가메쉬의 검로(?路) 따위 모르지만, 이 검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때문에, 내가 팔을 휘두르기 전에, 검의 끝이 녀석의 일격에 호응한다.
그 선견(先見)에 늦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고, 결과적으로, 검은 길가메쉬의 맹공을 물리쳤다.
「하------하아, 윽--------!」
하지만 오래는 계속되지 않는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손가락 끝이 저리고, 점점 검의 선견에 따라갈 수 없게 된다.
「--------잡종. 꼴사나운 것에도 정도가 있다」
그런 한때의 저항조차 용서할 수 없는 것인지.
녀석은 화가 난 듯이 나를 노려보며, 약간 후퇴했다.
「아……하아, 하아, 하--------」
……살았다.
그대로 계속하고 있었으면, 그 뒤로 몇 초도 버티지 못했겠지.
크게 숨을 내뱉고,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러자.
「추레한 가짜 놈. 그 정도로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면, 진짜를 보여주리라」
녀석은, 한 자루의 검을 꺼냈다.
「아--------」
그건, 본 적이 있는 검이었다.
장식은 다르다.
하지만 검의 본질, 만들어진 이념, 그 혼이, 너무나도 이 검과 닮아 있다----
「설마--------이 검의, 원형」
「그렇다. 하지만, 보구로서의 정밀도는 비교할 필요도 없지.
네가 가진 “왕을 선정하는 바위에 꽂힌 검은, 북구에 전해지는 “지배를 주는 나무에 꽂힌 검”이 흘러 든 것이지만--------이것은 그 원형, 왕을 선정한다고 하는 “성권(聖?)”의 뿌리다」
지배를 주는 나무에 꽂힌 검------북구의 영웅 시그문드의 마검 그람------그 원형, 이라고……?
「아이는 부모에게는 이길 수 없다. 윤회전생을 계속할 때마다 열화(劣化)하는 복제는, 원형에게는 당해낼 수 없다는 게지--------!」
빛이 달린다.
그것이 버서커를 일격에 장사 지낸 그 일격과 같은 것이라고, 무엇보다 이 검 자체가 이해했다.
「--------윽!」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인가.
손에 든 검은 과거에 찾아볼 수 없었을 정도의 힘으로, 스스로 적의 검으로 달린다.
Caliburn
보구의 이름은 “승리할 황금의 검”. 하지만 그것은,
Merodach원죄라고 하는 검 앞에, 흔적도 없이 깨어져 흩어졌다.
지면을 미끄러져가는 소리가 난다.
좌좌좌좌좍.
평평한 공원은 잘 미끄러지는 건지.
바람에 날아가는 먼지처럼 길바닥을 구르다, 멈췄다.
「시로------시로, 시로…………!!!!」
「뭐야. 세이버,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구나, 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안심했다.
왠지 무언가가 날려버린 것 같은 느낌이지만, 세이버가 가까이에 있다면 됐다.
그렇다면 일어나면, 금방이라도 세이버까지 달려갈 수가 있다--------
「어--------라」
쓰러진 채로 팔을 본다.
새빨갰다.
끈적한 붉은 점막에 싸인 팔은, 그 자체에 출혈은 없다.
「움직이지 마……! 이제 됐어, 됐으니까 움직이지 말아 줘, 시로……!」
……세이버의 목소리가 들린다.
상처를 입은 건 몸통인 것 같다.
아까 그 일격.
길가메쉬의 검을 맞고 날아온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상처는------아아, 과연.
이렇다면, 세이버가, 저렇게까지 평정을 잃는 것도, 알 것 같다.
움직이는 건 오른손뿐이었다.
왼손은 움직이지 않는다.
애초에, 왼쪽 어깨가, 몸에 붙어있질 않다.
「----------------하」
숨도 쉴 수 없다.
왼쪽 어깨부터 비스듬하게 서걱.
대각선으로 갈린 몸은, 서로 맞지 않는 블록처럼 나눠져 있었다.
은행잎이랑 비슷하다.
어깨에서 허리까지 잘린 거다.
이러고도 살아있다는 건, 내 일이지만 기분 나쁠 정도.
……하지만, 그 기적도 슬슬 끝이겠지.
지금은 간신히 의식이 있지만, 점점 시계가 좁아지고 있다.
애초에,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안에 든 게 몽땅 넘쳐서 떨어지는 것이다.
실은 이미 죽어있고, 의식만이, 유령처럼 남아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후, 하하하하하하하! 뭐야, 보기 좋게 흩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질기구나! 과연, 더럽게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이 잡종의 장점이라는 겐가!」
녀석이 웃는다.
------솔직히, 고맙다.
그게 귀에 거슬리면 거슬릴수록, 사라져가는 의식이, 단단히 몸에 달라붙는다.
「허나 거기까지다. 네놈에게 사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여자는 이 몸이 받도록 하지」
발소리.
이번에야말로 세이버를 손에 넣으려고, 녀석이 걷는 소리.
Weapon
그람 - ????
마검 ? 태양검 그람.
뵐숭 ? 사가에 등장하는 북유럽 최대의 영웅 ? 시구르드가 소유했던 영광과 파멸의 마검.
아서 왕 전설에 있는 칼리번의 원형이기도 하다. 칼리번이 바위에 꽂힌 선정의 검이었던 것처럼, 그람은 뵐숭 왕의 커다란 나무에 꽂힌 선정의 검이었다.
마검 그람과, 그 소유자 시구르드의 전설은 대영웅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영광과 파멸로 채색된 이야기이다.
후에 중세 독일에서 편찬된『니벨룽겐의 반지』는 아서 왕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사 이야기이며, 그람은 발뭉이라 이름을 바꾸어 출현한다.
“최강의 성검”에 필적하는 “최강의 마검”이며, 드래곤 슬레이어(Dragon Slayer)의 특성조차 겸비하고 있다.
어떤 기사왕에게 있어서, 이 검이야말로 천적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
1. 일어선다.
VS 길가메쉬
『소원』
「하…………아--------!」
오른팔에 힘을 넣는다.
주륵, 하고 미끄러지는 팔로 지면을 잡고, 절단되다 만 몸을 일으킨다.
「--------!」
한 순간, 세이버의 얼굴이 보였다.
그, 울 것 같은 얼굴을 보고.
그녀에게 반한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자기자신에게 가슴을 폈다.
「--------기다려. 아직 끝나지 않았어」
한쪽 팔만으로 몸을 일으킨다.
두 발은 움직이지 않는다.
억지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던 마력도 다했다.
남은 건 미미한 심장의 고동과, 끼긱끼긱 소리를 내는, 상처 입은 내장뿐.
「호오, 미련인가. 그렇겠지, 저건 너에게는 분에 넘치는 보물이다. 그 마음은 모르는 것도 아니지. 그렇기에 다른 남자의 손에 빼앗기는 것은 분하겠지」
그걸로 끊어졌다.
이 이상, 그 주둥아리를 놀리는 건 참을 수 없다--------
「그러니까------뺏는다던가 뺏긴다던가, 세이버를, 물건, 처럼--------」
오른팔에 힘을 넣는다.
철이라도 들어가 있는 것인가.
몸은 둔한 소리를 내면서, 그래도, 내 의사에 응해 주었다.
「하--------아, 으--------!」
한쪽 무릎을 꿇는다.
「크--------이, 말, 좀--------」
힘을 넣는다.
그 때마다 상처에서, 무언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몽땅 떨어져 간다.
「--------어째서. 이제 무리라고, 어째서 알지 못하는 건가요……!」
세이버의 목소리는, 매도에 가까웠다.
그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분한 듯이 나를 보고 있다.
「하--------으, 윽--------!」
무시하고 힘을 넣는다.
세이버의 목소리는 방해된다.
이런 몸보다, 내 발악을 조소하고 있는 길가메쉬보다, 지금은 세이버가 최대의 적이었다.
왜냐하면, 저런 얼굴로 불복인 것을 호소해오면, 이 마음이 꺾여, 버린다.
간신히.
간신히 한쪽 무릎에 힘이 들어가서, 남은 건 일어나는 것뿐인데--------
「……필요 없어요. 당신의 도움 따위 필요 없습니다. 패배한 이상, 저는 이미 당신의 검이 아닌 거예요……!
이대로------이대로 사라지는 것이, 서번트로서 당연한 결말이 아닙니까……!」
세이버의 목소리.
……제길.
이 이상 방해를 하면, 아무리 너라도 화낼 거야……!
「싫어요------그만둬 줘요, 시로, 그 이상은 안 돼요……! 정말로, 정말로 죽어요. 이런, 이런 일로 당신이 죽으면, 나는------」
--------윽.
이, 사람 마음도 모르고, 잘도 멋대로 떠들고……!
「------시끄러워, 됐으니까 좀 잠자코 있어……! 이럴 때 정도는 의지해도 돼, 넌……!」
「그건 아니에요, 시로, 우선해야 할 순서를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해요.
제 몸 따위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요. 그런 것보다, 당신은 자신의 목숨을 첫 번째로 취급해야 해요------」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
……그런 목소리를 내가 내게 하고 있는 건가 하고 생각하자, 정말로, 마음이 꺾일 뻔 했다.
그래도--------
「------거절하겠어. 나한테는, 세이버 이상으로 바라는 것 따위, 없어」
그 말에는, 끄덕여 줄 수 없었다.
「아--------」
멍하니, 세이버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생각해 냈다.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목숨의 무게를 모르는 천치라고 했다.
그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일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녀석이, 타인에게 손을 내밀다니 자만이다.
그런 것은 독선적인 행복이며, 상대편에서 보면 불안정한 기쁨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
그런 인간이, 분명 헤매는 일 없이 행복하게 돼서, 그 행복을 나눠줄 수 있다.
「……응. 나는 확실히, 자기 목숨을 고려하지 않는 엄청난 바보야」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잘못되었다.
------그 날부터.
그 자리가, 뻥하니 비어있다.
……하지만, 그 일그러져 정상이 아닌 것에 감사하고 있다.
지금은 그 공석에.
진심으로 구하고 싶다고 생각되는 녀석이, 똑바로 버티고 앉아 있으니까.
「하지만 말야, 세이버. 혹시 내가, 자신의 목숨이 제일 소중하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분명히 그 이상으로, 세이버는 아름다워. 너를 대신할 수 있는 것 따위, 내 안에는 하나도 없어」
------그걸로, 알아챘다.
나는 저 녀석에게 동정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꿈에서 본 한 소녀.
혼자서 끝까지 싸우고, 홀로 죽어간 그녀를 보답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아름답다고.
검을 손에 잡고, 한 번도 돌아보는 일 없이 달려나간 그녀의 삶 그 자체가, 동경하게 될 정도로 선명했다.
「--------그래. 그러니」
그러니,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고독한 채였던 네가, 마지막에, 그 어둠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그래. 모든 게 끝나고, 그 죽음을 맞이할 때에.
나의 인생은 자랑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가슴을 펴고 잠들 수 있도록------
------망설임은 사라졌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렇게나 분명하다.
「------미안. 나, 세이버가 제일 좋아.
그래서, 저런 녀석에게 너를 넘겨줄 수 없어」
그렇게 중얼거리고, 사과해버렸구나, 하고 후회했다.
하지만 입 밖에 내고 싶었던 것이다.
이 때. 아무런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지금이기에, 말로 해 두고 싶었다.
「----------------」
숨을 삼키는 기척만이 났다.
돌아보고 싶었지만, 세이버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이제 잘 보이지 않으니 그만두자.
일어선다.
심장의 고동이 있다면 아직 싸울 수 있다.
마력이라는 것은, 즉 생명이다.
고동이 있는 한, 몇 번이라도 그녀의 검을 만들어 낸다.
「잘도 일어섰군. ------그래서? 그 뒤는 무엇이 있는 건가?」
------오른손에 작열을 느낀다.
죽음이 가까이에 있기 때문인지, 10년 전을 다시 떠올렸다.
……굉장한 착각이다.
이 몸이, 지금도 그 불 속에서, 생을 구하며 손을 뻗고 있는 듯.
「사라져라. 너에게, 세이버는 맡길 수 없다」
오른손을 들고 고한다.
「얼빠진 놈. 누가 네놈의 허락을 얻겠느냐」
적이 검을 들어올린다.
「엎드려, 시로--------!」
등뒤에서는 세이버의 목소리.
그것에 거역하며, 남은 모든 마력으로, 한 번 더 검을 “투영” 해서--------
그 빛에, 막혔다.
엑스칼리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닿는 것을 깡그리 태워버리는 빛의 소용돌이가 내질러진다.
「----------------」
몸에 작열을 느끼면서, 생각한 것은 자신의 죽음이 아니라, 등뒤에 있는 세이버에 대해서였다.
「----------------」
이래선 저 녀석도 말려든다.
그렇다면, 최소한 지켜야지.
세이버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렇다, 나는 세이버를 지키고 싶었다.
……저 녀석은 강하지만, 동시에 언제 꺾여도 이상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정신차려야지.
언젠가 칼집에서 뽑힌 검 같은 그녀가 상처 입지 않도록, 그녀의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오른손에는, 검 같은 것이 쥐어져 있었다.
「뭐--------?」
그건 누구의 목소리였던가.
주저는 한 순간.
절대의 승리자인 황금의 기사가 약간 후퇴한 것과 동시에,
「시로, 그것을--------!」
세이버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갑자기 일어난 빛이 멈춘다.
옆에는 바싹 달라붙은 세이버의 모습.
눈앞에는 눈을 크게 뜨고, 약간 피를 흘리는 길가메쉬의 모습이 있었다.
「----------------」
무엇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것이 버서커 전의 재탕이라는 것만은 알아채고 있었다.
내가 만들어낸 무언가를 세이버가 써서, 길가메쉬의 그람검을 깬 것이다.
빛은 빛을 밀어내고, 지금까지 상처 하나 없었던 녀석에게 중상을 입힌 건가.
「----------------」
------무서울 정도의 살의.
눈에 보이는 것, 그 전부를 죽이지 않으면 기분이 풀리지 않겠다는 살의를 내뿜는 채로,
황금의 기사는, 아무 말 없이 이곳에서 떠나갔다.
「……에?」
놀랄 틈도 없다.
왜 녀석이 떠나갔는지 따위 알지 못한다.
그저, 싸움이 끝나 준 것만은, 반쯤 엷어진 의식으로도 실감할 수 있었다--------
무릎이 내려간다.
긴장의 실이 끊겨서, 몸이 지면에 쓰러진다.
「아, 시로……!」
순간적으로 세이버가 받쳐주었다.
엉덩방아를 찧은 상태로, 세이버가 등을 받쳐주도록 하면서, 멍하니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하------」
무의식 중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상처는 이미,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상태였다.
「아--------하아, 하아, 하------」
왼쪽 어깨에서 싹 잘린 몸은, 본래라면 즉사할 상처다.
「윽--------아. 이건, 역시」
그런데도 그럭저럭 살아있는 것은 예의 치유 덕분이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겠지.
거의 두 쪽이 되다 만 몸.
이렇게까지 나눠진 몸을 낫게 하는 건 불가능하겠지.
……이제 자신이 호흡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고, 의식도 점점 가늘어져 가고 있다.
------끝이 가깝다.
다만, 다행인 것은 세이버의 상처다.
나는 치명상이지만, 세이버는 피로뿐인 듯 하다.
지금은 무장을 풀고 있고, 상처도 완전히 나아있다.
그렇다면------이 뒤는, 여기서 내가 리타이어해도, 토오사카가 어떻게든 해 주겠지--------
또, 이 소리다.
뼈가 삐걱대는 듯한 소리는, 내 몸에서 나고 있다.
신경 쓰여서 상처를 내려다 본다.
「----------------아」
그건, 무수한 검이었다.
아니, 검의 도신 같은 것이 몇 겹으로 겹쳐서, 시끌벅적하게, 끼긱끼긱 소리를 내면서, 갈라진 몸을 이으려고 하고 있다.
현기증이 났다.
전신의 뼈라는 뼈, 근육이라는 근육이, 검으로 돼 있는 것 같은 착각--------
「--------에?」
그런 건 없었다.
아까 그건 환상인가, 몸은 지극히 normal이다.
그 증거로 나뉘어 있던 살은 이어지기 시작하고,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어 간다.
치유라고 하기보다는 복원에 가깝다.
그 모습은, 이상한 걸 뛰어넘어서 기분 나빴다.
「아--------」
아무래도 살아난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뭐라 해도 이건--------
「--------다행이다. 이렇다면 죽는 일은 없을 것 같군요, 마스터」
귓가에서 세이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굉장히 가깝다.
「아니……그건, 다행인, 데--------내 몸, 대체」
어떻게 돼 있는 걸까, 하고 말하다 말고, 현기증에 습격 당했다.
------그러자.
몸은, 사뿐히 부드러운 팔에 싸여 있었다.
「에--------세이, 버……?」
「아뇨. 저는 알았어요. 상처가 낫는 건 당연합니다」
……의식이 버티지 못한다.
마력을 너무 생성했기 때문이다. 완전히 마모된 정신은, 지금 당장에 잠드는 걸 원하고 있다.
……그건, 어느 정도 세기였을까.
세이버는 보다 깊이 팔을 돌려서, 꾸욱, 하고 내 몸을 끌어안고.
「------겨우 깨달았어요. 시로는, 제 칼집이었던 거군요」
……그렇게, 깊게 물들이는 듯한 목소리로, 그녀는 말했다.
그 감촉이 기분 좋아서, 남아있던 의식을 닫는다.
어쨌든 살았다고 안심하고, 잠에 몸을 맡긴다.
……아, 그 전에.
이 입장이 거꾸로였다면 정말 불만은 없는데 말이지, 하고, 시시한 불평을 하고 있었다--------
14일째 ? 밤 ? 자신의 방
『손에 넣은 것』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그 붉은 언덕을 본다.
붉은 기억.
이전보다 깊이 그녀의 기억에 잠겨서, 동시에, 이것이 최후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건 이미 몇 번이나 봐 온, 어떤 기사의 기억.
국왕이 되어, 자신의 의지를 누르고 나라의 의사가 되어, 신뢰할 수 있는 친구기사들로부터 꺼림을 받게 되었던 나날.
싸움에 승리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알트리아가 원하지 않는 싸움을 하기를 바라게 된다.
여성인 것을 계속 숨기고, 수상하게 여겨져서, 고립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육친에 의한 모반이었다.
원정에 나간 왕이 왕좌를 비운 틈을 노려, 나라를 차지한 젊은 기사.

남자의 이름은 모드레드.
기사왕의 누이 기네비어의 아들인 그 기사는, 실제로는, 기사왕의 아들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성인 알트리아가 아이를 가지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분명히 모드레드는 알트리아의 피를 이어받기는 했던 것이다.
알트리아의 누이인 기네비어------여동생이면서도 왕이 된 알트리아를 원망하는 그녀의 망집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녀의 분신으로서 만들어진 모드레드는, 아버지를 밝히지 않는 기사로서 왕을 섬기고, 그 자리를 찬탈하는 날을 기다려, 드디어 반기를 들었다.
------후에 캄란의 싸움이라 불리우는,
아서 왕의 최후이다.
원정을 나간 곳에서 모드레드의 배반을 안 아서 왕은, 완전히 지친 병사들을 데리고 나라에 돌아와, 자신의 영토에 침공했다.
일찍이 거느리고 있었던 기사를 전부 베고,
자신이 지켜왔던 땅으로 공격해 들어갔다.
겨우 자신을 따라 주었던 기사들도 죽어 가고, 마지막에 남은 자는, 자신과, 모드아들인 레드기사뿐이었다.
둘의 1대1 대결은, 왕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허나, 전혀 상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강한 저주에 묶인 모드레드는 죽고도 여전히 검을 휘둘러, 왕에게, 이제 와선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싸움의 끝.
기사왕이라고 불렸던 그녀의, 최후의 모습이었다.
------괴롭지 않았을 리가 없다.
생각해보면, 그녀의 싸움에서 괴롭지 않았던 것 따위 없었다.
12번이나 되는 싸움은 그 어느 것이나 몸을 깎는 듯한 싸움이었으며, 이것은, 그 최후에 걸맞은, 가장 커다란 흉터나 다름 없다.
브리튼에 돌아와, 자국의 군대를 물리치고.
신하였던 기사들을 자신의 손으로 처벌하고, 따라주었던 기사들을 전부 죽게 하고.
그 끝에, 형식상이라고는 해도, 아들이었던 기사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가슴에 떠오르고 사라진 것이 무엇이었는지, 나에게는 알 방도가 없다.
다만, 소원해 버렸다.
마지막까지 계속 왕으로서 존재하려 한 외톨이 기사.
그 죽음 직전에 본 꿈이, 하다못해------알트리아라고 하는 소녀가 바라기에, 마땅한 꿈이기를, 하고.
「응…………」
눈꺼풀을 연다.
어느새 돌아왔는지, 자신의 방에 있고, 몸은 이불 위에 누워있었다.
「--------아아. 정신이 들었군요, 시로」
「……세이버. 나는, 어떻게」
「네, 그 뒤로 지금까지 자고 있었던 거예요. 몸 쪽은 거의 완치돼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 그건, 잘 됐는데」
세이버 쪽은 어떤가.
나는 상처만 나아버리면, 그 뒤는 어떻게든 된다.
하지만 세이버는 다르다. 아무리 상처를 낫게 할 수 있다고 해도, 세이버의 마력은 무한이 아니다.
아니, 평범하게 싸우는 것에는 문제없겠지만, 지금은 엑스칼리버를 쓴 뒤다.
「……세이버. 그, 계속 내 치료를……?」
「치료라고 해도 땀을 닦는 정도예요. 저는 린처럼, 다른 사람 상처를 간호할 수 없으니까요」
「------바보. 그런 건 안 해도 돼.
지금은 나 같은 거보다, 세이버 쪽이 힘들잖아」
「그렇지 않습니다. 시로에 비하면 저는 경상이에요.
하지만, 지금 그 말은 그냥 넘어갈 수 없군요. 아무리 상처가 아물었다고 해도, 시로는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처였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몸을 신경 써 주세요」
말하면서, 세이버는 근처에 있는 대야에 손을 뻗는다.
대야에는 차갑게 한 수건이 있어서, 세이버는 수건을 짜고 나서, 땀을 흘리고 있는 몸을 닦아 준다.
「----------------윽」
그것이, 엄청나게 겸연쩍었다.
「? 시로, 상처가 아픈 건가요? 또 열이 나는 것 같은데--------」
「여, 열 같은 거 안 나……! 아니, 그게 아니라, 됐으니까 세이버는 쉬어 줘.
지금은 건강할지도 모르지만, 엑스칼리버를 썼어. 그렇다면, 지금은 세이버 쪽이야말로 쉬지 않으면 안 되잖아. 그래서야 또 쓰러져 버리잖아」
「에……뭐, 그건, 그렇습니다만」
어쩐지 말을 흐리면서, 세이버는 수건을 짠다.
「하지만, 지금은 제 쪽이 건강하니까요.
마스터의 상처가 나을 때까지는, 제가 지키는 건 당연하죠」
「----------」
……뭐야, 그거.
그런 얼굴로 그런 말을 하면, 이의 따위 제기할 수 없게 된다.
「……. 그럼, 내가 진정되고 나면 쉬는 거지, 세이버」
「당연합니다. 저 역시,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몸이니까」
세이버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 말투로, 시원스럽게 그런 말을 한다.
……그리고 나서, 겸연쩍은 걸 참으면서 세이버의 간병을 지켜봤다.
「------------------」
……천천히, 시간만이 지나간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세이버를 보는 건, 지금까지 있었을까.
세이버는 평소와 같은 기색으로, 달빛만이 그녀의 몸을 비추고 있다.
「----------------」
……이렇게 보면, 세이버는 정말 여자애였다.
하얀 손가락, 가녀린 팔.
싸움 같은 건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쓰러지면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을 정도로 가련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냉정하게 있을 수 없게 된다.
그 가는 몸으로, 계속, 지금까지 싸워온 것이니까.
「시로……? 왜 그러나요, 사람 팔을 뚫어져라 보고. ……설마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린의 팔과 비교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화가 난 건지, 삐진 건지.
저렇게 가녀린 팔을 한 주제에, 세이버는 자신의 팔이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근육이 붙어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런 건, 내가 보기엔 충분히 예쁜데.
「아냐. 상처도 아프지 않고, 그저 멍하니 있었을 뿐이야. 별로 세이버의 팔에 한 마디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런가요. 그렇다면 좋습니다」
후우, 하고 가슴을 쓸어 내리는 세이버.
그 뒤.
무언가가 마음에 걸렸는지, 세이버는 눈을 감고 작게 끄덕인 뒤,
「상처는 이제 괜찮은 거군요. 그 때는 정말로 화났지만, 무사하다면 불문에 부치겠어요.
……늦어졌지만, 감사해요, 시로.
거기에, 당신이 살아나서, 정말로 다행이에요」
기쁜 듯이.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덧없게, 그녀는 웃었다.
「바----------------」
그런 일로, 그녀는 웃었다.
……꿈에서 본 그녀의 기억을 다시 떠올린다.
기쁨을 모르고, 온전한 즐거움 같은 것도 몰랐던 주제에, 이런 일로 웃는 건가.
------아니.
이런 시시한 일에, 자신의 일도 아니고, 그저 타인의 무사를 통해서가 아니면, 그런 식으로 웃을 수 없다.
언젠가 중얼거렸던 말.
내가 웃고 있어주는 쪽이 기쁘다, 라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런 말을 했었다.
「----------------」
돌아버리겠다.
그걸로, 정말로 미쳐버릴 것 같이 되어서,
「시로……!?」
있는 힘껏, 세이버를 끌어안고 있었다.
「시, 시로……! 가, 가가갑자기 무슨……!」
안겨진 채로, 내 몸을 떼어내려고 발버둥친다.
그걸 무시하고, 한층 강하게 세이버를 끌어안았다.
「윽------! 시로, 그만두세요……!
무슨 작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장난에도 정도가 있습니다……!」
거부해 오는 팔.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목소리가, 들릴 것 같냐.
「시로, 적당히--------!」
세이버의 팔이 올라가서, 내 머리를 때리려고 한다.
거기에.
「------이제 됐어. 됐으니까, 자신을 위해서, 웃어야지」
최대한의 마음을 담아서, 짜내듯이 입 밖에 냈다.
「에----------시, 로……?」
그녀가 어째서 주저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저, 쌓인 것을 토해낼 뿐이다.
「------그런, 어째서」
……그녀가 성배에 구애되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납득 따위 할 수 없다.
나는 세이버가 인간다운 즐거움을 알아주었으면 하고, 모른다면, 그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두를 위해 계속 싸워왔다면.
행복하게 만든 사람들 분만큼, 너는 행복해져도 되니까.
「당신이, 울고 있는, 건가요--------」
「----------------윽」
듣고서, 눈이 젖어 있는 것을 알아챘다.
슬프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분할 뿐이다.
타인을 위해서 밖에 웃을 수 없는 세이버가 분해서, 너무나도 열 받아서, 머리가 맛이 갔을 뿐인 것--------
「……세이버. 이제 충분한 거 아니냐. 너는 노력했잖아. 혼자서도 끝까지 싸웠잖아.
그렇다면------세이버가 행복해지지 않는다니 그런 건 잘못이야.
너는 훌륭히 맹세를 지켰어. 그렇다면, 이대로 알트리아로 돌아가도 괜찮을 거야」
「무--------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아직도,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당신은」
「아아, 계속 말할거야……! 그런 건, 반해버렸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네가 생각을 바꿀 때까지, 절대로 포기 따위 하지 않을 거야……!」
소리지르고, 날뛰는 세이버를 억누르듯 끌어안는다.
「아--------」
……떨쳐내려고 하는 세이버의 힘이, 약하다.
그녀는 내 팔 안에서 몸을 오그라들게 하고, 도망치듯이 시선을 돌렸다.
「……시로. 절 곤란하게 하지 말았으면 해요.
……아무리 마스터라고는 해도, 이런 일을 당하는 건, 불쾌합니다」
「세이버가 싫다고 하면 금방 떨어질 거야.
……나는 좋다고 제대로 말했어. 세이버가 나는 안 된다고 한다면, 이대로 손을 놓을게」
「윽…………」
세이버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얼굴을 숙이고, 내 시선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시로는 비겁해요. 제 과거를 알고, 제 안에 몇 번이고 들어왔어요. 제 대답 같은 건 당신은 알고 있을 텐데, 어째서------그렇게까지, 저한테 상관하는 건가요.
……제가. 어느 정도의 죄를 쌓아왔는지, 당신은 봐 왔을 터인데」
------그래, 봐 왔다.
왕의 이름 아래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고, 많은 적을 죽여왔던 것을.
그걸 못 본 척할 생각도, 없었던 일로 할 생각도 없다.
그래도, 그걸 알고도 더욱, 알트리아라고 하는 소녀가, 행복해졌으면 한다.
「------그게 어쨌다는 거야. 이 감정이 뭔지는 몰라. 나는 그저, 세이버를 이대로 둘 수 없을 뿐이야.
세이버는 웃어 줘. 나는 더, 주욱 세이버와 함께 있고 싶어」
어린애 같은 일방적인 고백.
세이버는 고개를 숙인 채로 입술을 깨문 뒤.
「……제 대답은 변하지 않습니다. 왕의 맹세는 깰 수 없어요.
어울리지 않았다고는 해도, 저는 왕으로서 나라를 맡았습니다.
그 책무를 다하지 못했는데도, 이런……이런 자유는, 용납되지 않아요」
지금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들고, 똑바로 나를 봤다.
14일째 ? 밤 ? 자신의 방
『한때의 꿈』
「----------------」
시선이 얽힌다.
거절하는 말과, 저항하지 않는 몸.
어느 새.
떠는 세이버를 껴안으면서, 그녀의 입술을 빼앗고 있었다.
Fate ? skip : 14 - 1
서로의 감촉을 확인할 뿐인 졸렬한 키스.
그것은 흥분도, 성적인 욕구도 솟아나지 않는 아름다운 입맞춤이었다.
……어느 정도 계속되고 있었는지.
서로 닿고 있었던 것은 입술만이 아니다.
끌어안은 세이버의 몸을, 몸 전체로 느끼고 있다.
그 밤이 다짜고짜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 마음은 다른 것이다.
팔 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소녀를 더 깊게 끌어안고, 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자신의 욕망만이 아니라.
세이버가,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시로. 지금 그, 입맞춤은」
잘못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
세이버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본다.
「잘못 따위가 아냐. 몇 번이라도 말하겠어. 나는 세이버를 좋아하고, 이대로 놔 버릴 수 없어.
그게 싫으면 말해. 나와는 마스터와 서번트의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부정하면 돼」
「……비겁한. 그런 것을, 저에게 입 밖에 내라는 건가요, 당신은」
「그래. 세이버가 분명히 말하지 않는 한, 이제 참지 않을 거야.
세이버가 나를 거부하지 않는다면----------나는 여기서, 세이버와 함께 하고 싶어」
「----------------」
말했다.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정면에서 세이버에게 잘라 말했다.
그것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라고 믿고 고했다.
「----------------」
……긴 침묵.
세이버는 멍하니 얼굴을 붉힌 나를 올려다보며, 조용히 머리를 내린다.
「…………시로. 그건, 그 밤처럼, 저를 안는다는 건가요」
가슴에 닿은 손바닥에, 미묘하게 힘이 들어간다.
시험하는 듯한, 기도하는 듯한 약한 힘으로, 내 셔츠에 세이버의 손가락이 얽혀 온다.
「------그건 아냐. 그 때는 필사적이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나는, 그런 게 하고 싶었던 게 아냐. 지금은 더 소중하게, 세이버를 안고 싶은 거야」
「………………그런가요. 시로의 마음은, 알았습니다」
「아--------」
……세이버의 손바닥에 힘이 들어간다.
통, 하고.
그녀는 간단히 나를 밀어내고, 이 팔에서 떠나갔다.
「------세이버」
「……저로부터도 하나, 제안이 있습니다. 제가 좋다고 할 때까지 뒤를 돌아주지 않겠어요, 시로」
「----------------」
……세이버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약하다.
거기에 수긍만으로 답하고, 등을 돌렸다.
……미미한 소리가 난다.
종이가 문질러지는 듯한, 물이 흐르는 듯한 소리.
그것이 천이 미끄러지는 것에 의한 거라고 알아챘을 때.
「……끝났어요. 돌아서 주세요, 시로」
눈을 뜨고, 세이버에게로 몸을 돌렸다.
「----------------」
어둠에 떠오르는 하얀 나신.
그것을 눈앞에 두고, 전부 없어져버렸다.
주저도 욕구도 없다.
눈앞에 있는 것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내 생각 따위 전부 하얗게 칠해졌다.
「……당신의 마음에는 응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로의 제안에는 찬성입니다」
「찬성이라니--------그건」
「……보구를, 썼으니까요. 어차피, 시로에게서 정을 받지 않으면 저는 싸울 수 없습니다」
Shirou’s panic.
skip out
……그리하여, 하나의 꿈이 끝났다.
세이버는 힘이 다한 듯이 눕고, 나도, 모든 것을 토해낸 듯한 탈력감이 덮쳐와서, 일어날 수가 없다.
「----------------」
우리들은 몸을 겹친 채로, 밤의 어둠에 떨어져 있다.
서로의 체온이, 완전히 지쳐버린 사고에, 고동처럼 울리고 있었다.
「……세이버」
바로 가까이, 손을 잡고 누워있는 소녀에게 말을 건다.
……그녀를 안기 전의 물음.
세이버를 원한다고 요구한, 나에게로의 대답을 듣기 위해서.
「……마력의 보충은 완료했습니다. 이것으로, 내일부터 당신의 서번트로서 싸울 수 있어요」
「세이버」
「……지금은 그것뿐입니다, 시로. 제 역할은 당신의 몸을 지켜내고, 성배를 손에 넣는 것. 싸움을 끝낼 때까지, 그 이외의 것 따위 생각할 수 없어요」
「--------그건」
「……그렇죠, 시로. 그럴 것이, 당신은」
「이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 싸운다고 결심한 거니까」
긴장한 목소리가 어둠에 울린다.
「………………」
그것은, 반론할 방도가 없는 한 마디였다.
우리들의 문제를 어떻게든 하고 싶으면, 그 전에, 이 싸움을 끝내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세이버를 노리는 그 남자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세이버를 지키고 뭐고 없다.
--------하지만.
그 영웅왕을 쓰러뜨릴 수단이, 우리들에게는 있다는 건가.
「----------------」
「----------------」
……서로 입을 다문 채로, 아주 고요한 어둠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완연히 지친 몸이 휴식을 원해서, 눈꺼풀이 무거워졌을 때.
「--------에?」
꾸욱, 하고, 손바닥에 전해지는 감촉이 있었다.
「세이버……?」
「……네. 생각하는 건 내일로 하죠, 시로.
내일이 되면 좋은 생각이 떠오를지도 모르고, 게다가」
------지금은, 이렇게 잠들고 싶다, 라고.
손바닥을 맞대고, 그녀는 말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었어」
「……네, 잘 자요, 시로. ……눈을 뜨면, 이전의 우리들로 돌아가죠」
바로 가까이에, 손을 뻗으면 끌어안을 수 있는 거리에서, 얼굴 마주 대고 눈꺼풀을 닫는다.
……마지막으로 눈에 비친 세이버는, 따뜻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것이 한때의, 이 밤에만 보여주는 약함이라도 상관없다.
지금은, 잡은 손바닥의 감촉이 따스하다.
그것만으로, 지금은 그것만으로 너무나도 충분해서, 아주 만족한 잠에 빠진다.
--------싸움의 끝.
모든 것이 끝난 뒤, 이 손은, 잡은 채로 있을 수 있는 것인지 어떤지도, 알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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