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나리자
나의 모나리자
나의 모나리자
나의 모나리자
작게 열린 창문 틈 사이로
투박한 한 사내의
시선이 머물러
낯선 공기를 느낀 그녀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
두려운 마음에
퇴근 준비를 서둘러
흉흉한 세상
모든 신경이 곤두서
여느 때보다
폰을 꽉 잡은 두 손
집으로 향해
조심스레 내딛는
걸음엔 근심이 가득해
벌써 보름째 마주친 그의 눈
무엇에 홀린 듯
퀭하게 흔들리는
무표정의 그 모습이
섬뜩하게 맴돌아
불안감의 연속 그녀는
어쩔 줄 몰라
대체 왜일까
창가에 기대
불 꺼진 그의 방을 봐
희미하지만
분주한 검은 그림자
어느새 경계의 벽은
호기심에 허물어져
허나 이제
그의 시선이 멀어져
하얀 화폭 위에 그녀의
미소를 포개네
마지막 내 영혼을 다해
오 모나리자
나의 모나리자
여기 서 있을게 영원히
날 지켜봐 줄래
마지막 내 영혼을 다해
오 모나리자 나의 모나리자
작게 열린
창문 틈 사이로 한
여인의 순결한
미소가 물결쳐
시간이 멈춘 듯 두 눈동자는
그녀에게로 몰려
성급하게 붓을 든 그의 손이
크게 떨려
햇살을 머금은
입술을 붉게 칠해
하이얀 화폭 위로
그녀가 포개지네
그녀가 만든 커피 향이 창을
스며들 땐
지옥 같은
기침도 잠시 숨어드네
그는 빼빼 말라가는 몸이
원망스럽기에 울부짖고
방안 가득 찬
그림을 전부 찢어
지친 그에게
남겨진 거라곤 오직
그녀의 미소와
낡은 붓이라고
밝은 세상과
동떨어진 눈물을
물감에 섞어
그녀를 담아낸 지금 이
행복함이 슬퍼
어느새 화폭엔
그녀가 수놓아져
허나 이제
그의 시선이 흐려져
하얀 화폭 위에 그녀의
미소를 포개네
마지막 내 영혼을 다해
오 모나리자
나의 모나리자
여기 서 있을게 영원히
날 지켜봐 줄래
마지막 내 영혼을 다해
오 모나리자
나의 모나리자
그와 그녀의 사이에
놓인 침묵을
깨트리는 싸이렌
그는 새하얀 천을
고이 덮은 채
세상에 나와
빛나는 작품을 남긴 채
그와 그녀의 사이에
놓인 침묵을
깨트리는 싸이렌
그는 새하얀 천을
고이 덮은 채
세상에 나와
빛나는 작품을 남긴 채
순간 알 수 없는
슬픔에 휩싸인
그녀는 바로 달려나갔지
그가 머물던 곳으로
어둠과 먼지가
뒤엉킨 작은 방
멍하니 서서 바라봐
찢겨진 그의
흔적들과 그녀를 닮은
여인이 새겨진 네모난 액자
그녀의 젖은 눈가가 멈춘 곳
여인의 미소 아래 선명하게
쓰여진 글자
나의 마지막 모나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