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곳에 혼자 있니?”
“내 친구를 카이를 찾고 있어. 혹시 카이를 본 적이 있니?”
게르다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순록에게 이야기했어. 가만히 듣고 있던 순록은 저 먼 곳을 보며 말했어.
“눈의 여왕이 카이를 데려갔을 거야. 눈의 여왕이 사는 북쪽 나라는 늘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지.”
“그럼, 제발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줘.”
“게르다, 내 등에 타렴.”
순록은 게르다를 등에 태우고 먼 북쪽 나라로 갔어. 하늘에는 연둣빛과 보랏빛이 너울거리고 있었지. 바람이 거세지고 눈보라가 휘몰아칠 때 얼음 사이로 하얀 성이 보였어.
“자, 이 덤불 앞에서 기다릴게.”
순록은 게르다를 내려 주었어.
“아, 이 성은 온통 얼음뿐이잖아. 너무 쓸쓸해 보여.”
게르다는 끝없이 이어진 눈 쌓인 복도를 지나갔어. 마침내 카이가 보였어. 카이는 얼어붙은 호수 위에 앉아 얼음 조각을 맞추고 있었어.
“카이! 카이!”
게르다가 달려가 카이를 안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어. 게르다는 눈물을 흘렸지. 게르다의 뜨거운 눈물이 카이의 몸에 닿자 카이의 몸이 따뜻해지기 시작했어. 게르다의 눈물이 카이의 얼어붙은 심장을 녹인 거야.
“게르다! 내 친구 게르다!”
"카이~"
카이도 눈물을 흘리며 게르다를 꼭 안았어. 카이는 울고 또 울었지.
“어, 이게 뭐지? 꼭 거울 조각 같아.”
“카이, 네가 흘린 눈물에 거울 조각이 같이 따라 나왔나봐.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카이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게르다는 카이의 손을 잡고 눈의 여왕 성 밖으로 나왔어.
게르다를 기다리던 순록이 카이와 게르다를 집으로 데려다주었어.
카이와 게르다는 집으로 돌아왔어. 모든 것이 그대로 있는 것 같았지만 집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선 순간, 둘은 모두 어른이 되었단다. 카이와 게르다는 장미꽃이 활짝 핀 정원으로 나갔어. 따뜻한 햇볕이 드는 정원으로 나가자 눈의 여왕에 대한 기억이 사라졌어. 장미 향기가 가득한 여름날이었지.
카이와 게르다는 장미를 키우며 행복하게 살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