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냥? 그렇게나 많이?”
“그러게요. 천 냥은 너무 많아요.”
시장은 마을 사람들도 모두 주기 싫어하는 걸 느끼고 대뜸 큰 소리쳤어.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쥐들이 강에 빠져 죽은 거지. 그게 피리 소리랑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그러면서 경비병을 시켜 피리 부는 사나이를 마을 밖으로 쫓아내라고 했어.
그러자 피리 부는 사나이는 크게 화를 내며 싸늘한 눈빛을 하고 말았지.
“욕심에 눈이 먼 사람들! 자! 이제 내 피리 소리를 듣고 누가 따라오는지 잘 보시오!”
사나이는 마을 주위를 돌며 다시 피리를 불기 시작했어. 피리에서는 아까와는 다른 달콤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나는 거야.
피리리피리리
“우와, 피리 소리다!”
“어디서 나는 거지? 정말 좋은 소리야!”
마을 안의 아이들이 행복한 얼굴로 방긋 웃으면서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뛰어나왔어. 피리 소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온갖 것들을 떠올리게 했어.
“와, 내가 좋아하는 딸랑딸랑 방울 소리야!”
“놀이터에 아이들이 엄청 모여있는 것 같은 웃음 소리가 나잖아!”
“맛있는 음식을 잔뜩 삼키는 소리 같아!”
“응. 어서 따라가자!”
마을 안의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 나왔어.
“안 돼. 얘들아, 가지마!”
"누가 좀 말려줘요."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이 사나이를 따라가는 것을 보고도 꼼짝도 할 수 없었어. 마치 몸이 커다란 바윗돌이라도 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거든. 사나이가 거의 안 보일 때쯤에서야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을 쫓아갈 수 있었어.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높은 언덕 앞에 도착했지.
“저긴 막다른 길이니 모두들 곧 돌아올 거야.”
마을 사람들은 초조하게 뒤따라갔어. 그런데 아이들 앞을 막아선 언덕이 굴이 뚫린 것처럼 활짝 열리는 거야. 피리 부는 사나이가 언덕 안으로 들어가자 아이들도 모두 따라갔어. 맨 뒤에 선 아이까지 들어가자 언덕은 다시 감쪽같이 닫혔어.
시장과 마을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서 외쳤어.
“모두 이 바위를 밀어봅시다! 자, 모두 함께요!”
“영차, 영차! 꼼짝도 하지 않아요!”
“자, 힘을 냅시다. 하나 둘 셋! 끙!”
시장은 다시 아이들을 데려온다면 돈 이천 냥을, 아니 달라는 대로 주겠다고 마을 입구에 써 놓았어.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도 피리 부는 사나이와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