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여 동헌에서는 내행차 떠나랴고 도련님 찾느라고 야단이 났겄다.
내행차 떠나는디 쌍교를 어루거니, 독교를 어루거니, 병마, 나졸이 분분헐 제, 방자 겁을 내어 나귀 몰고 나간다. 다랑다랑 다랑다랑 춘향 문전 당도허여, “어허, 도련님 큰일났소! 내행차 떠나시며 도련님 찾삽기로, 먼저 떠나셨다 아뢰옵고 왔사오니 어서 가옵시다. 이별이라 허는 게, 너 잘 있거라 나 잘 간다, 분명 이게 이별이지, 웬 놈의 이별을 이리 뼈가 녹도록 헌단 말이오? 어서 가옵시다.”
말은 가자고 네 굽을 치는디, 임은 꼭 붙들고 아니 놓네. 도련님 하릴없어 나귀 등에 올라앉으며, “춘향아, 잘 있거라. 장모도 평안히 계시오. 향단이도 잘 있거라.” 춘향이 기가 맥혀 도련님 앞으로 우루루루루루루 달려들어 한 손으로 나귀 경마 쥐어 잡고, 또 한 손으로 도련님 등자 디딘 다리 잡고, “아이고, 도련님! 여보, 도련님, 날 다려가오. 여보, 도련님, 날 다려가오. 여보, 도련님, 날 다려가오. 쌍교도 싫고, 독교도 나는 싫소. 걷는 말께 반부담 지어서 어리렁 출렁청 날 다려가오.” 방자 달려들어 나귀 경마 쥐어 잡고 채질 툭 쳐 돌려 세니, 비호같이 가는 말이 청산녹수 얼른 얼른, 한 모롱 두 모롱을 돌아드니 춘향이 기가 맥혀 가는 임을 우두머니 바라보니 달만큼 보이다, 별만큼 보이다 나비만큼 보이다가 십오야 둥근 달이 떼구름 속에 잠긴 듯이 아조 깜박 박석치를 넘어가니, 춘향이 그 자리에 퍽썩 주저앉어, “아이고, 허망허네. 가네 가네 허시더니 이제는 참 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