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또가 한 모롱을 돌아드니, 이 때는 어느 땐고 허니 오뉴월 농번시절이라. 각 댁 머슴들이 맥반 맥주를 배불리 먹고 상사소리를 맞어 가며 모를 심는디,
“두리둥둥 두리둥둥 께갱매 깽매 깽매 어럴럴럴 상사뒤여. 여여 여여루 상사뒤여.” “전라도라 허는 디는 신산이 비친 곳이라. 저 농부들도 상사소리를 매기는디 각기 저정거리고 더부렁거리네.” “여여 여여루 상사뒤여.” 한 농부가 썩 나서더니 모포기를 양 손에 갈라 쥐고 엉거주춤 서서 매기는구나. “신농씨 만든 쟁기, 좋은 소로 앞을 세우고 상하평 깊이 갈고, 후직의 본을 받어 백곡을 뿌렸더니, 용성의 지은 책력 하시절이 돌아왔네.” “여여 여여루 상사뒤여.” “이마 우에 흐르는 땀은 방울방울 향기 일고, 호미 끝에 묻은 흙은 댕이 댕이 댕이 황금이로구나” “여여 여여루 상사뒤여.” “저 건너 갈미봉에 비가 묻어 들어 온다. 우장을 허리 두르고 삿갓을 써라.” “여여여여루 상사뒤여.” “여보시오, 농부님네. 이내 말을 들어보소. 어화 농부들 말 들어요. 돋는 달 지는 해를 벗님네 등에 싣고 향기로운 이 내 땅에 우리 보배를 가꾸어 보세.” “여여 여여루 상사뒤여.” “인정전 달 밝은 밤 세종대왕 놀음이요, 학창의 푸른 솔은 산신님의 놀음이요, 오뉴월이 당도하니 우리 농부 시절이로다. 패랭이 꼭지에 가화를 꽂고서 마구잽이 춤이나 추어보세.” “여여 여여루 상사뒤여.”
“여보시오, 이렇게 느리게 심다가는 몇 날이 걸릴지 모르겄네. 좀 자조자조 심세.”
“어화 어화 여어루 상사뒤여.” “운담풍경근오천으 방화수류허여 전천으로 내려간다.” “어화 어화 여어루 상사뒤여.” “여보소, 농부들 말 듣소. 어화 농부들 말 들어. 돌아왔네, 돌아와. 풍년 시절이 돌아와. 금년 정월달 망월달 선원사를 높이 떠 백곡봉에 솟았구나.” “어화 어화 여어루 상사뒤여.” “다 되었네. 다 되어. 서마지기 논빼미가 반달만큼 남았네. 지가 무슨 반달이냐 초생달이 반달이로다.” “어화 어화 여어루 상사뒤여.” “이 모 심어 다 끝내면 초벌 두벌 세벌 맨 후 자미락이 결실되어 황황히 익은 후에 우걱지걱 거둬들여 가상질 탕탕 하여 물 좋은 수양수침 떨크덩떵 찧어다가, 상위부모 하위처자 함포고복으 놀아보세.” “어화 어화 여어루 상사뒤여.” “내렸다네, 내렸다네.” “아니 뭐시 내려야?” “전라어사 내렸다네.” “전라어사 내렸으면 옥중 춘향이 살었구나.” “어화 어화 여어루 상사뒤여.” “떠들어 온다 점심 바구니 떠들어 온다.” “어화 어화 여어루 상사뒤여.”
“다 되어 간다, 다 되어 간다.” “어럴럴럴 상사뒤여.” “이 논배미를 어서 심고.” “어럴럴럴 상사뒤여.” “각각 집으로 돌아가서.” “어럴럴럴 상사뒤여.” “풋고추 단 된장에 보리밥 찰밥 많이 먹고.” “어럴럴럴 상사뒤여.” “거적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러고 저러고 어쩌고 저쩌고 새끼 농부가 또 생긴다.” “어럴럴럴 상사뒤여.” “어화 어화 여어루 상사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