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별주부가 말을 잘 해 놓았던지 토까가 싹 돌렸것다 하릴없이 수국으로 따라 가는디
자라는 앞에서 앙금앙금 토끼는 뒤에서 깡충깡충 원로수변을 나러 갈제 건너산바위 틈에 여우란 놈이 나앉으며 여봐라 토끼야-와야-너 어디 가느냐
나 수궁 간다 너 수궁은 무엇하러 가느냐 나 별주부 따라서 벼슬하러 간다 허허 자식 실없는 놈 불쌍타 저 퇴공아 녹녹한 네놈 마음을 알어 무엇하랴마는 고인이 이르기를 토사호비라 허였으니 너와 나와 이 산중이 암혈에 길들이고 임천에 같이 놀아 풍월로 벗을 삼고 비오고 안개 낀 날 발자취 서로 찾아 동성삼아 동기상통 일시 이별을 맞았더니 저 지경이 웬일이냐 옛말을 못 들었나 칼 잘 쓰는 위인형가 역수한풍 슬픈 소리 장사일거 제 못왔고 천추원한 초회왕도 진무관에 한 번 가서 다시 오지를 못하였으니 가지마라 가지마라 수궁이라 허는데는 한번 가면 다시 못오느니라 위방불입 난방불거허니 수궁길을 가지마라
여보시오 별주부 우리 여우사촌 아니었다면 큰 일 날 뻔했소나 수궁 안갈라요. 별주부가 기가 막혀
올테면 오고 말테면 마시오마는 저 여우란 놈 심술이나 들어보시오 먹을 때는 제가 앞을 서고 죽을 때는 퇴서방을 앞에 세울 것이요 더군다나 내일 아침 김포수 날랜 총알이 꾸르르르 탕
허어 그 탕소리는 빼래도 그런다 여우가 그런다고 내 아니 갈 수 있소 그런데 여기서 수국이 얼마나 되오? 별주부가 다시 구변을 내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