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참 어려운 일들을
다른 이들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해내.
아주 어렸을 적서부터 나는
내 몫의 삶에 있어 부외자였네.
다들 멋대로 이별을 말하고
새로운 인연에 몸담고
잊고 잃고 그런 걸 거듭하며
나아가는구나.
나만이 성장하지 못한 채
모두 떠나간 거리에
남아서 웃고 울고 아무 데도 가지 못해,
그뿐,
인 거구나.
조증 같은 상태로 잠들지 못하고
반눈으로 지새며 새벽이 밝기를 기다려,
언제나 그래왔듯이.
보통 같은 행복을 느끼지 못해도
어쩌다가 한번은 내일을 바랄 수 있다면,
나름 또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어,
날 사랑할 수 있어.
아무것도 아닌 날을 기념해
오늘은 사진을 찍자.
아무것도 아닌 내가 렌즈 너머를
보고 웃고 있었어.
다들 멋대로 무언갈 바라고
제풀에 혼자 실망하고
잊고 잃고 그런 걸 거듭하며
나아가는구나.
어딘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어,
그렇게 생각한들 아무 데도 가지 못해,
그뿐인 거였구나.
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 되어서
하고 싶지 않은 걸 하면서
하루를 지새워,
모두가 그러하듯이.
채워질 수 없었던 커다란 외로움을
평생토록 안고서 살아가야만 한대도,
의외로 나쁘지 않게 살아갈 수 있어,
사랑할 수 있어.
아무것도 아닌 날을 기념해
오늘은 사진을 찍자.
아무것도 아닌 내가 렌즈 너머를
보고 웃고 있었어.
태어나지 않은 날을 기념해
오늘은 파티를 하자.
아무것도 아닌 나를 앨범 속에
고이 남겨두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