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니가 내려
나를 적시면
텅 빈 내 방 안이
너로 가득 차
널 잊는다는 게
쉽지 않아서
밤새
니가 내리나 봐
길었던 시간만큼
잊혀지지 않나 봐
여전히 나는
몇몇의 기억들은
되려 미화되어서
날 더 슬프게 해
이렇게 아름답기만 한
사랑 얘기는
한낱 나의 오랜 기억이
꾸며 낸 걸까
진짜
우리의 모습을
진짜의 시간들을
찾고 싶어 난
서투르고
이상해도
그래서 우리답게
사랑할 수 있어 좋았어
밤새 니가 내려
나를 적시면
텅 빈 내 방 안이
너로 가득 차
널 잊는다는 게
쉽지 않아서
밤새
니가 내리나 봐
그저 흐르는 대로
흘러갈 수 있다면
언젠간 나도
눈을 감으면 그냥
잠이 들 수 있을까
니 생각 없이도
밤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우리의 첫 만남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때의 공기 향기도
멋쩍은 웃음까지도
어찌
사랑하지 않아
서투르고
이상해도
그래서 우리답게
사랑할 수 있어 좋았어
밤새 니가 내려
나를 적시면
텅 빈 내 방 안이
너로 가득 차
널 잊는다는 게
쉽지 않아서
밤새
니가 내리나 봐
하염없이 내려
이러다가 또
니 생각에 잠겨
숨도 못 쉬어 나
널 잊지 못하고
오늘 밤도 난
밤새
니가 내리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