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같이
늙어가는
술이 있어
찬장 속에
고이 모셔놓은
술이 하나 있어
그리 비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싸지도 않은
술이 있어
술을 보면
노랗게 익은
보리밭이
떠올라
석양이 지는
드넓은
보리밭이
떠올라
특별한 날이면
조금씩 마시며
그날의 기억에
향을 추가해
나와 함께
천천히
추억을 기록하는
술이 있어
이 술과 함께
늙어가고 싶어
나와 희로애락을
같이하며
내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하고 싶어
내가 눈을 감을 때
이 술을
내 손에 쥐어줘
나와 함께 늙은
친구이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