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1시 반쯤
차 집 나 좀 많이 있다는 아리따운 아씨만 유하신다는
파티가 끝난 뒤 암울한 귀가를 하지.
다름아닌 오늘은 남자를 낚지 못해서.
짜증나지. 왠지 안좋다 일진.
강남으로 이사를 온지 나흘 좀 지난듯 보이는데
왜 일이 꼬여가는건지 알 수 없지.
금융도 치료 못하는 불치병.
온 몸을 무겁게만 만들뿐인 모피코트.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집. 문을 열어 활짝이.
근데 뭔가 많이 음산한 기운. 감당치
못할만치 넓다란 집은 되려
그녀를 끝없는 초조함으로 옥죄어.
그러다 바닥에 놓인 접시를 목도해.
나는 분명 떨어트린 적이 없는데?
다시 주워다가 싱크대에 담긴 했는데
실외 밤길보다도 불안한 실내에
괜히 누군가 있는듯한 기분을 감지해서
뒤돌아보면 정적만이 반기네.
뭐가 갑자기 나타나도 하나 이상할것 없는
Liminal space. 누군가가 있나 진짜?
도둑인가? 아님 지난번 친구 발을
씹었다는 부기맨? 별 생각들이 든다고.
아니야, 집이 이리 낯선건
이사온지가 얼마 안 지나서 그럴뿐이라고.
아무렇지 않으려 피나는 노력.
물 한잔 마시고 정신 차리자고. 그런데
부엌으로 발걸음 옮기다가 본건
식탁위 버젓이 자리잡은 꽃병.
그녀는 말문이 막혔지.
지난번에 깨져서 버렸던 화병이 왜 여기에?
그때 지운줄 알았던 과거가 스쳐가.
잊고 싶었는데 또 한번 나를 농락.
괴로워하며 눈을 질끈 감으니
붉어지는 시야. 그리고 다시 뜬다.
정신 차려. 누가 무단칩거하고있다는
의심은 점차 확신으로 바꼈지.
그때 전보다 고화질의 인기척.
위치는 안방 침대 밑이었어.
어쩐지 사내와 동침할때마다
들썩이는 침대 아래 묵직한 체감.
용기를 발목에 채운 발딛음.
암흑뿐인 침대 밑을 살피는데
갑자기 두 팔을 끌어당기는 손.
상반신을 먹힌채로 두 다리를
버둥거리며 하는 발악도 잠시.
침대는 순식간에 그녀를 집어삼키네.
울리던 신음이 그치더니
침대는 서서히 피를 토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