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없었던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남쪽으로 계속 걸었어요.
그들은 코린토스라는 나라에 도착해서
아이들을 낳고 살았습니다. 메데이아는 쭉
이아손의 사랑을 갈망했지만 메데이아의 잔인함에
질려버린 이아손은 마음이 식어버린지 오래였어요.
결국 이아손은 코린토스의 공주 글라우케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글라우케, 착한 그대가
진정한 내 사랑인 걸 이제야 알았소.”
글라우케와 결혼하기로 한 이아손은
메데이아에게 그 사실을 알렸습니다.
“메데이아, 난 코린토스의 공주 글라우케와
결혼하기로 약속했소.”
“저는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버렸는데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죠?”
“살면서 더 이상 잔인한 짓은 하지 않길 바라오.”
메데이아가 이아손을 붙잡았지만 이아손은 매몰차게
돌아섰습니다. 메데이아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어요.
메데이아는 아주 예쁜 옷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옷에
마법 약을 똑똑 떨어뜨렸어요.
“얘들아, 공주님께 이 옷을 가져다드리렴.”
메데이아의 아이들은 글라우케에게 옷을 전했습니다.
“엄마 심부름으로 왔어요~ 예쁘게 입으세요~!”
“어머나, 너무 고운 옷이구나! 잘 입겠다고 전해드리렴.”
글라우케는 메데이아가 보낸 옷인지도 모른 채,
기쁜 마음으로 옷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화르르-
“사람 살려!”
글라우케가 옷을 입자마자 옷에 불이 붙었습니다.
글라우케는 놀라 옷을 벗어버리려 했지만
옷은 글라우케 몸에 꼭 붙어 떨어지지 않았어요.
불길은 더욱더 커져 글라우케를 삼키고 궁전도 삼켰습니다.
“글라우케! 안돼!”
뒤늦게 도착한 이아손은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아손은 슬픔과 분노로 눈이 뒤집힐 지경이었어요.
메데이아가 벌인 짓이라는 직감이 들었거든요.
메데이아의 집으로 뛰어간 이아손은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럴 수가…아이들이…!”
이아손의 아이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메데이아가 죽인 것이었습니다. 메데이아는 이미
떠나고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은 이아손은
터덜터덜 바닷가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바닷가에는
오래전 빛을 잃은 아르고 호가 낡아가고 있었습니다.
“아아..”
이아손은 아르고 호에 기대어 앉아 자신의 비극적인 신세를
한탄했습니다. 그때, 우지직- 하고 떡갈나무 여인상이 부러져
이아손의 머리 위로 떨어졌습니다. 이아손은 그대로
찬란하고도 비극적인 생을 마감하고 말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