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가 개벽(開闢)하고 산천(山川)이 생겼으니
오악(五嶽)은 조종(祖宗)이요 사해(四海)는 근원(根源)이라
백두산 일지맥(一支脈)이 동으로 흘러 내려
묘향산(妙香山)이 되었으니 북방(北方)에 제일이라
일국지명산(一國之名山)이요 제불지대찰(諸佛之大刹)이라
평생에 먹은 마음 향산(香山)보자 원이더니
춘삼월(春三月) 호시절(好時節)에 친구 벗과 기약하고
행장(行裝)을 급히 차려 낙양성(落陽城) 버들길로
청려장(靑藜杖) 둘러집고 북향산(北香山) 찾아가니
백두산 내맥(來脈)이요 청천강(淸川江) 근원이라
원림강(遠林江)을 건너서서 향산동구(香山洞口)를 다다르니
계변(溪邊)에 우는 새는 춘흥(春興)을 노래하고
암상(岩上)에 피는 꽃은 원객(遠客)을 반기는 듯
외사(外寺)자목 넘어 들어 좌우(左右)를 살펴보니
창송(蒼松)은 울울(鬱鬱)하고 녹수(綠水)는 잔잔이라
심진정(尋眞亭) 높은 집은 대소행차(大小行次) 영송처(迎送處)라
일행(一行)을 재촉하여 내사자목 넘어드니
좌우(左右)에 거령신(巨靈神)은 초패왕(楚覇王)의 풍신(風神)이라
홍살문(紅箭門) 구경하고 조계문(曹溪門)을 다달으니
좌우(左右)에 금강신(金剛神)은 인사없이 축객(逐客)한다
영청각 표묘(縹緲)하고 사적비(事跡碑) 구원(久遠)하다
명월당(明月堂) 애월장(愛月藏)을 동서(東西)로 돌아보며
해탈문(解脫門) 넘어들어 문수보살(文殊菩薩) 구경하고
천왕문(天王門) 넘어들어 사방천왕(四方天王) 웅장하다
진상전(眞常殿) 행회당(行會堂)을 좌우로 살펴보며
만세루(萬歲樓) 올라 앉아 원근(遠近)을 바라보니
남산(南山)에 웃는 꽃은 춘색(春色)을 띄여 있고
청계(淸溪)의 맑은 물은 경광(景光)이 아리는 듯
취운당(翠雲當) 백운각(白雲閣)에 오작(烏鵲)이 쌍비(雙飛)하니
요지(瑤池)는 어디런가 선경(仙境)은 여기로다
여래탑(如來塔) 십구층과 대보탑(大寶塔) 십이층을
전후(前後)로 구경(求景)하고 대웅전(大雄殿)을 들어가니
의의(依依)한 전탑상(殿榻上)에 금불상(金佛像)이 거룩하다
이층전(二層殿) 높은 집은 반공(半空)에 솟았으니
선인(仙人)의 조작(造作)인지 인간 재주 아니로다
백옥루(白玉樓) 광한전(廣寒殿)을 말로만 들었더니
오늘날 친견(親見)할 줄 어이하여 알았으리
총회문(總會門) 넘어들어 명부전(冥府殿)을 들어가니
지장보살(地藏菩薩) 수좌(首座)하고 십대왕(十大王)이 열좌(列坐)로다
참혹(慘酷)한 지옥형상(地獄形象) 낱낱이 그려있다
응향각(凝香閣)들어가서 오동향로(烏銅香爐) 구경하고
심검당(尋劍堂) 수월당(水月堂)과 관음전(觀音殿) 동림헌(東臨軒)과
미타전(彌陀殿) 망월루(望月樓)를 차례로 구경(求景)하고
유산(遊山)길 찾아가서 안심사(安心寺) 돌아드니
무수(無數)한 부도비(浮屠碑)는 도승(道僧)의 유적(遺跡)이라
명월(明月)은 교교(皎皎)하고 청풍(淸風)은 소슬(蕭瑟)이라
녹수청산(綠水靑山) 깊은 곳에 상원암(上院庵)을 찾아가서
대해포(大海浦) 구경하니 정신(精神)이 쇄락(灑落)하다
이층철사(二層鐵絲) 더위잡고 인호대(引虎臺) 올라가니
송풍(松風)은 거문고요 두견성(杜鵑聲)은 노래로다
평생소원(平生所願)이 향산(香山) 보자 하였더니
오늘에야 소원성취(所願成就) 하였구나
[생각을 하니 이름 좋은 경개 못 보는 맘
어이 애달프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