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언덕을 오르며
수줍게 나눈 많은 꿈들이
어렴풋이 생각나네
내게 써준 시를 들고
그대 꿈을 위해 기도하며
저녁마다 바라보던
노을은 모두
먹구름에 가려졌고
이제는 볼 수 없지만
난 뒤를 돌아
새벽과 여명을 기다린다
흐린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이 날
여울진 추억의 조각들 다
아파도 절대 놓지 말자
교복을 벗고 처음 만나
기숙사 뒷계단에서 내밀었던 꽃다발
연대 정문 독수리 다방 커피 하나 들고
연남동 골목길을 이리저리 걷다가
자전거로 나아갔던 한강에서
수줍었던 고백, 너의 소중했던 “그래”
물과 구름과 빛과 시간이었다
애틋한 네 눈빛 반짝 못 잊을 것 같아
난 우주야, 지금 너가 준 힌트
못 알아 듣고 결국 눈을 뜬 키스
맞닿은 살의 느낌은 널 안고 힐끗
형언 못 할 기쁨과 노을의 기습 덕분에
첫눈에 반한 너에게
내 가정사를 털어놓고 미래를 그렸지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던 문제
비는 오게 돼, 먹구름 때문에
오늘도 비가 와
이제 비가 와도 내 어깨는 더 이상
너를 위해 젖지 않아
마음의 가난, 그치지 않는 장마
느닷없는 불안함에 놓아버린 내 첫사랑
우산을 들고 걸을 때
한쪽 어깨가 다 젖어도
너를 보고 그것만으로 나는 좋았어
내가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너는 나를 보고 항상 웃어줬어
집에 왔어, 이제 너는 없지 여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비에 젖은 종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처음 써본 편지
고장 난 문고리 밑에 덩그러니
왜 돌려준 거니
너에게만 의미 있을 뿐인데
나는 하지 못해 정리
생일 때 주려 했던 하늘색 원피스
이건 또 왜 내 옷장에 남아 있는 건지
노을은 모두
먹구름에 가려졌고
이제는 볼 수 없지만
난 뒤를 돌아
새벽과 여명을 기다린다
흐린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이 날
여울진 추억의 조각들 다
아파도 절대 놓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