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세이스를 아가멤논에게 뺏긴 아킬레우스는
바닷가로 터벅터벅 걸어와 어머니 테티스를 불러내었습니다.
“어머니, 저를 무시하고 모욕을 주는 아가멤논에게 벌을 주어
절 내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십시오.”
테티스는 그 길로 제우스에게로 가 아름다운 얼굴로 애원했습니다.
“제우스시여, 트로이 군이 이길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트로이 전쟁은 신들이 개입한 전쟁으로도 유명합니다.
파리스가 황금사과를 준 아프로디테 여신,
아프로디테를 좋아하는 전쟁의 신 아레스, 그리스를 싫어하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는 트로이를 도왔고,
항해의 민족인 그리스 사람들을 좋아하는 포세이돈과
황금 사과를 받지 못한 헤라와 아테나는 그리스를 도왔어요.
테티스의 부탁을 들은 제우스는
양 진영에 전령들을 보내 말을 전했습니다.
“그리스의 용사들이여, 지금 나가 싸워라.
트로이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트로이의 용사들이여, 그리스에는 아킬레우스가 빠졌다.
지금이 기회다.”
그리스와 트로이 군은 각자의 진영을 박차고 나가 싸웠습니다.
앞장선 파리스를 보고는 메넬라오스가 앞장서 나왔습니다.
“내 아내를 납치한 원수 파리스, 이 자리에서 결판을 내자!”
메넬라오스를 보자 자신의 잘못을 느껴 겁이 난 파리스는
뒤돌아 트로이 군사들 사이에 몸을 숨겼습니다.
헥토르는 이런 파리스를 잡아 소리쳤어요.
“너 때문에 이 긴 전쟁을 하고 있는데 너의 목숨은 아깝더냐!”
헥토르의 호통에 파리스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갔습니다. 저와 메넬라오스 단둘이
싸우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전쟁의 원인 아닙니까.”
헥토르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그리스 전장에 말을 전했습니다.
“파리스 때문에 이 전쟁이 일어났으니 메넬라오스와
단둘이 결투하는 것은 어떻소?
이긴 사람이 헬레네를 차지하고 전쟁을 끝내는 것이오.”
메넬라오스를 비롯한 그리스 군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드디어 이 오랜 전쟁의 끝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그리스의 대표로는 아가멤논이, 트로이의 대표로는
프리아모스 왕이 중간에서 만났습니다. 그들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며 서약했어요.
“양쪽 다 이 대결의 결과에 깔끔히 승복하길 서약합니다.
신들이시여, 이 서약의 증인이 되어주소서. 이 긴 전쟁을 이제는
정말 마무리하게 하소서.”
헬레네는 트로이의 왕과 원로들과 함께 트로이 성벽 위에서
결투를 지켜보려 자리했습니다. 모두 자신 때문인 것 같아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메넬라오스와 파리스는 서로 칼을 겨누었습니다.
헬레네와 나라의 명예가 달려있어 누구 하나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칼이 높이 떴고 두 칼 다 양보 없이 부딪혔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부딪힘이 이어졌지만 쉽게 승부가 나지 않았어요.
“신들이시여, 파리스의 잘못을 깨닫게 하소서.”
메넬라오스는 온 힘을 다해 파리스의 칼을 내리쳤습니다.
파리스는 칼을 놓쳤고 메넬라오스의 칼은 두 동강이 나버렸어요.
“파리스야, 너의 잘못을 알긴 아느냐!”
메넬라오스는 파리스의 투구 술을 손으로 잡고
그리스 진영 쪽으로 질질 끌고 갔습니다. 파리스는 투구 끈에
숨이 막혀 얼굴이 파랗게 질렸습니다.
이때, 이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아프로디테 여신이 나타나
투구 끈을 끊어주고 구름으로 파리스를 감싸
트로이 성 안으로 데려다주었어요. 파리스가 방 안에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헬레네는 헐레벌떡 뛰어들어갔습니다.
“비겁하게 도망치시다니요, 졌다면 전장에서 죽는 것이 마땅해요.”
한편, 메넬라오스는 싸우다 사라진
파리스를 찾아 두리번거렸습니다.
“파리스! 도망친 것이냐! 당장 나와 싸우자!”
싸움을 지켜보던 아가멤논은 트로이 군에게 말했습니다.
“그리스가 이겼소! 트로이는 헬레네를 돌려보내도록 하시오!”
그리스 군은 만세 삼창을 불렀습니다. 서로 얼싸안고
전쟁의 승리와 고국으로 돌아가는 기쁨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이 모습을 보던 헤라와 아테나는
얼굴이 구겨져 서로를 보았습니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트로이에서 가장 활을 잘 쏘는 장수
판다로스에게 내려가 말했습니다.
“메넬라오스에게 활을 쏘아라. 너희가 이길 수 있게 도와주겠다.”
아테나는 왜 갑자기 트로이 편을 든 것일까요? 헤라와 아테나는
트로이의 멸망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서약대로 헬레네가
메넬라오스에게로 돌아가고 전쟁이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것이
싫었던 것입니다. 아테나는 트로이가 먼저 서약을 깨도록
부추겼습니다. 아테나가 도와준다는 말만 곧이곧대로 믿은
판다로스는 신중하게 메넬라오스를 향해 활을 당겼습니다.
화살은 정확히 메넬라오스의 심장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화살이 메넬라오스에게 박히기 전,
아테나는 화살의 방향을 살짝 바꾸었어요.
“공격이다..!”
화살은 메넬라오스의 어깨를 스쳤습니다. 피가 나는
메넬라오스를 본 아가멤논은 창을 높이 들며 소리쳤어요.
“트로이가 서약을 깼다! 약속을 깬 트로이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
신들의 계략으로 트로이 전쟁은 다시 시작되고야 말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