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계획
계획이 없네
나는
스무 살 때
까지 그 전에는
하나의 계획
이 있었네
이런 딥
다크한
얘기를
하는 나를
그래 뭐
미안하네
그냥
얘기하는 거야 친구
너무
과몰입해서 듣지는 말게나
그래
스무 살 때
까지 그 전에는
하나의 계획이 있었지
십대 때
사실 난
그만
살고 싶었지
그리고
스물 다섯 살 때
그 때도
한 번의 계획이 있었지
그때도 난 여전히
그만 살고 싶었지
나는
참
계획적인 인간이야 친구
믿기지 않겠지만
ㅋ
그래
믿기지 않겠지만,
그래
누군가에게
한 번도
ㅈ자도
꺼낸 적이 없으니 말이지
최근에야
두 번의 계획을
다 실패했고
아버지와
스승을 나보다 먼저 보내고
계획이 실패해서
이미 망가진 머리였고
내가 뭘 계획하고 있었고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았었는지
그토록 달렸었는지
잊었었지
내 삶은
추락한
추락한
살을 잃은
활과 같네
총알을 잃어버린
삶과 같네
황무지에 놓인
건맨
멍청한
건맨
그런 게
내
장
성우의
신세라네
그래
이런데다가
내 인생 얘기를
노출시키는게
대중 문화적으로
어떨런지는 모르겠지만
대중 문화
그래 그게
이런 거지 않아
아무 말이나 지껄이잖아
그래 친구 그냥
아무 말이나
펍에서 지껄이는
술취한 누군가의 헛소리로
여기고 그냥 지나가 주게나
난 술은 마시지도 않지만 말이지
언제든
깔끔하게 갈 수 있도록
몸가짐을
단정하게 하려 했으니
술과 담배를 뭐
할 필요가 있었겠어
길게 살 생각이었다면
교회를 다니지 않았을 때 손을
댔
을지도 모르겠네
그래 뭐
재미 없는 이야기야 친구
음악
음악은 재미있을까
글
글은
그래 재미있지 그래
어쨌든 나는
두 번의 계획을
실패해버린
그냥
잘못 쏘아진
화살같은
사내라네
오발탄과 같은
처지를 망념처럼
푸념처럼 중얼거리던
근대사의
그 소설 속의
인간마냥
치통을 앓고
오발탄처럼
택시를 타고
인력거였나
택시였나
뭐 차를 타고
이리저리
오가던
도심 속을
헤매이던
그
사내와 같이
말이지
내 절망의 깊이를
그대가 아나
모르겠지
말 안해서
그런데 뭐
말 한다고
알까 그래 뭐
나는
신을
찾고 있었지
그게 유일한
문제였지
내멋대로 끊었을 때
신이 있었다면
너 왜그랬냐고 내게 물으면
할 말이 없으니
그치
나는
그토록 많은 글들
수많은 페이지의
일기
글과 말을 하면서
정상인을 가장했고
내가 하는 모든 말의
단어를 잘 골라서
하지 않을 말들을
검열해서
내뱉지 않았지
다시 말하듯
ㅈ자도 꺼낸 적이 없어 친구
그런데
그래
중
고등학교 때
가게 된
어느
개척교회
침례교회
대학
UCC교회의
소속이었다가
분리되어
개척한
뭐 그런
교회가 하나 있는데 동대문구에
아무튼 그 교회에
담임목사님과
보고
얘기를 나누다가
알게 되었지
나는 속으로 늘
신이 있는가
묻고 다녔어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말이지
죽음을 늘 생각하면서
언제라도 수틀리면
바로 그러겠노라
여기면서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수 시간 수다를 떨면서도
그런 마음을 일절
내비치지 않으면서
그저 긴 독기를
계속해서
쌓아가고 있었는데
이런
이것 참
야단났군
바로 딱
알아보더군
그게
가능할 것 같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네 마음을 누군가
그냥 알아본다, 는 게 말야
그래
그래서 나는
신이 있다는 사실을 믿었지
완벽한 계획이
무너졌고
나는 방황했고
이전의 방황의 관성으로
잘못 쏘아진 살은
서른 하나 지금까지
비틀거리며 날아다니다
멈춰
서려고 하는데
이제는
뭐하지
하릴 없는 인간
이라는 게 내 변명
별명
혹은
내가 속이려고
앞장세우는
가면이었는데
이제는
뭐하지
인생의
계획을
무로부터
다시
짜야하는
처지네
그래
내
계획을
막은
이의
계획을
따라가야겠지
그래
말
만이
아니라 그래
힘겨워 나도
마음을 바꿔
먹는 거 말야
이 비트는
한 칠분 되나
그래 친구
펍에서 어느
노인이
혹은 어느 망나니가
혹은 어느 정신병자가
주절거리는
술에 취한 헛소리
그렇게 생각해도 뭐
좋다네 나쁘지 않지
부담없이 들어
재미있다면 끝까지
듣는 것도 좋고
나는 이미
삶의 절망이라는
독을 배불리 먹어서
술과 담배 약같은 건
하지도 않았지만 말야
그래
친구
들과의 관계는
곧 죽을 것 같은
시한부 암 환자같은
인생에서
한 순간이라도 웃게 하는
그런
처연한
단막극의
참 좋은
웃긴
즐거운
코미디
씬이었다네
그 모든
날들에
감사해
그러고
이제
마지막
을
맞이하
려 했는데
그래
지금 난
아직도
살아서
교회에
나가고
글을 쓸 때면
누군가와 만날 때면
음악을 할 때면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까
내 계획과 전혀 정반대되는 일이라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그냥 계획을 실행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심지어
어딘가로 선교를 나가려 하고 있다네
그래
친구
그대
여
깊은 절망
의 구덩이가
얼마나 깊던
상관없어
빠져나오면
니가 이긴 거,
니까 말이지
그래
그걸 명심해
친구
세상은
전쟁이야,
라는 말은
돌아가신 아버
지가 늘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이지 난 그럼
별 말 없이 그저
늘 습관대로
손을 갖다대고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아버지와의 작별 인사를
나누었지
그게 내
가장 친했던
친구와의
특별한
의식이었어
난 그걸 위해
내 모든 관계성을 조절하고
다 버렸지
다
다
다
다 버렸지
그래
그래
그 마음이
신에게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후
이대로 빈 공간을 잠깐
남겨두는 것도
음악을 위해 좋을지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