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글머리 하은이 아빠

읽어주는 그림동화
앨범 : 코딱지 비밀클럽 2
작사 : 심은실
작곡 : Mate Chocolate
“다운아! 패스 패스!! 올려 차!!”
하은이가 축구공을
잡아먹을 기세로 달려오며
다운이를 향해 소리쳤어.
다운이는 집중해서 공을 차올렸고,
그 공은 하은이가 아닌
상대편 골키퍼의 이마를
정통으로 때렸지 뭐야.
‘삐익~’
오늘 경기도 한 점 차이로
아쉽게 패배했지만,
다운이와 하은이 그리고 이든이는
누구도 서로를 원망하지 않았어.
함께 땀을 흘리며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거든.
“하은아, 하은아! 여기야~!”
땀을 닦으며 운동장을 빠져나오는데
교문 앞에서 낯선 아저씨가
하은이를 불러.
더워 보이는 까만 양복에
까만 머리가 한가득
곱슬곱슬한 아저씨는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어.
“하은아, 누구셔? 아는 분이야?”
다운이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하은이를 바라봤어.
“어? 우리 아빤데?
아빠가 왜 여기에 있지?”
“엥? 아빠라고?
너희 아빠 되게 바쁜 사람이라며?”
이든이가 화들짝 놀라며
하은이와 교문 앞의 아저씨를
번갈아 바라보았어.
아무리 봐도 뽀글머리의 통통한
호빵 같은 아저씨가
하은이처럼 예쁜 아이의 아빠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응 우리 아빠야.
아빠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네.”
“하은아, 더운데 축구하느라 고생했지?”
하은이 아빠는 반가워하며
아이들 곁으로 다가왔어.
“아, 네. 아빠. 근데 아빠가 여기엔 왜…?”
“안녕하세요! 하은이 친구 강다운입니다.”
“안녕하세요. 하은이 친구 조이든 이에요.”
“어이구. 그래, 얘들아.
하은이 친구들이구나!
너희 배고프지?
떡볶이 먹으러 갈래?
아저씨가 사줄게.
하은이랑 다 같이 가자.”
“우아! 완전 좋아요!
저기 로제 떡볶이가 되게 맛있거든요.”
하은이 아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든이는 하은이 아빠 곁으로
바짝 다가서며 대답했어.
“좋아요. 아빠! 근데 아빠
사무실 안 들어가도 되는 거예요?”
하은이는 좋으면서도
약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빠를 바라봤어.
“오늘은 괜찮으니까,
우리 하은이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아빠는 하은이를 안심시켰고
어느새 네 사람은 짱아분식에 도착했어.
“안녕하세요, 사장님.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 좀 주세요.
튀김도 넉넉하게 넣어서요.”
하은이 아빠는 오래간만에
딸아이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지.
“이모~ 하은이 아빠가
오늘 다 사주신대요!
저희 오늘은 김말이
세 개씩 먹을래요!”
“저, 아저씨, 저희
피카츄 돈가스도 먹어도 되나요?”
“아빠! 나는 소떡소떡 할래요!”
“얘들아, 먹고 싶은 거라면
뭐든 주문해도 좋아.
대신 남기지 말고~!”
“네!”
“고맙습니다, 아저씨!”
다운이와 이든이는
양손의 엄지를 치켜세우며 대답했어.
하은이는 환한 대낮에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어. 아빠랑
이렇게 분식집에 오는 것도 처음이었고,
아빠가 하은이의 친구들에게
관심을 두는 것도 처음이었어.
아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은이가 몇 학년 몇 반인지도 모를 정도로
바쁜 분이셨거든.
자연스레 하은이는 엄마에게만
자기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빠에게는 관심을 기대하지도 않았었지.
그래서 지금 하은이는
좋으면서도 조금 얼떨떨해.
“아저씨!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운이는 배를 퉁퉁 두드리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분식집을 나섰어.
비록 축구 경기에서는 졌지만,
하은이 아빠가 사주신 떡볶이 덕에
커다란 격려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야.
“아저씨, 저도 잘 먹었습니다.
하은아 내일 3시에 한수공원
풋살장에서 연습 있는 거 알지?”
“오키! 내일 보자!”
“얘들아, 아저씨도 오늘 즐거웠단다.
언제 한번 놀러 오렴.”
하은이는 아빠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고 싶었던 말을 오래오래 삼키다
드디어 입 밖으로 꺼냈어.
“아빠.”
“응, 하은아.”
“저, 아빠. 오늘은 왜 회사 안 가고
나랑 같이 있어요?”
“아빠가 하은이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러지.”
“에이, 장난치지 말고.
진짜로 왜 여기에 있어요, 아빠?”
“하은아, 아빠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려고 해.
그래서 지금은 잠시 쉬면서 준비 중이야.”
“응? 무슨 일인데요?
그렇게 되면, 엄마가 화내지 않아요?”
“하하하. 하은아 넌 엄마 걱정은 하지 마.
아빠도 엄마를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항상 엄마가 아빠한테
너무 화가 나 있으니까.
난 너무 슬프거든요.”
“그랬었지. 미안해 아빠가.
그런데, 이제~ 아빠가, 엄마랑
하은이 매일 웃게 해 줄게.”
활짝 웃으며 말하는 아빠의 얼굴엔
여러 개의 굵은 주름이 잡혀 있었어.
하은이가 기억하는 아빠의 모습보다
훨씬 더 나이 든 아저씨처럼 보였지만,
아빠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
아빠가 어떤 일을 새롭게
시작하게 되는 건진 모르겠지만,
하은이는 오늘부터 아빠를
무조건 응원하기로 마음먹었지.
왠지 그렇게 하면
엄마도 곧 화가 풀리게 될 것 같았고,
그렇게 되면 하은이의 오랜 습관이던
코딱지를 파는 일도
쉽게 멈출 수 있을 것 같았거든.
하은이가 아빠와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한 건
아마도 처음인 것 같아.
하은이는 대부분 시간을 엄마와 함께 보냈고,
아빠는 바쁜 모습으로
잠시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지는 게
일상이었어. 엄마는, 아빠가
일 때문에 바쁘신 거니까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고 했지만,
하은이는 일 때문에 하은이를
생각하지 않는 아빠를 떠올리면
늘 마음 한구석이 쩌억 하고
갈라지는 기분이 들곤 했어.
그런데 지금 하은이는
그런 아빠와 함께 비밀 이야기 같은 걸
나누고 있잖아. 꿈만 같았고,
그래서인지 아빠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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