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비켜난 듯 고즈넉한 가람 하나
불성 향해 나아가라 이름하여 직지인가
얼마를 더 직지하면 나도 도를 깨우칠까
어려서 부모 잃고 입산한 사미 유정
졸던 너럭바위, 비질하던 너른 뜰도
곳곳에 그 족적 스며 꽃향기 아련하다
목탁을 잡던 손에 어쩌다 칼을 잡고
왜적을 쳐부수고 화중생연 실천하니
사명당 그 이름 석자 사해에 떨쳤구나
잠자는 본성 깨워 성불을 기원하는
불자들 마음 모여 천불상을 이루었나
찬란한 금빛 서원이 비로전에 가득하다
도피안교 다리 건너 마장을 끊어내고
마음속 남은 먼지 털어낼 수 있다면
산사를 찾은 걸음이 헛되지는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