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림
눈을 비비며 아침을 먹다
봤었던 일기예보에 적힌
오늘의 날씨는 여전하게도
구름
푸른 하늘 위 기분좋게도
떠다니는 흰 구름보다는
회색빛깔 가득히 띤
비라도 올 것 같은 먹구름
습기 찬 날씨에 삐걱이고 있는
낡은 금속 관절에 억지로 기름칠을 하고
얼마 남지도 않은 연료통을 애써서
무시한 채로 문 밖으로 난 나갔어
언제 끝날지조차 모르는 장마도
빛을 받은 지 너무 오래된 태양광판도
모든 게 발목에 덫이라도 채운 듯이
무겁게 걸음을 방해하고 있었어
흐린 구름 위엔 맑은 하늘이
오랜 비의 뒤엔 밝은 태양이
분명 그럴 거야, 되뇌어 말해도
이제는 조금은 지친 기분이야
아아아아
저 구름 위에 파란 하늘이 있기는 한 걸까
아아아아
그 하늘은 나에게 빛을 비춰주긴 할까
녹슬어 바랜 강철 몸을 이끌고
구름이 걷히기만을 기다려
멈춰서더라도, 맑은 하늘 로봇
바람
보송하게 이마에 다가와
기분 상쾌한 바람보다는
뜨겁고 또 축축해서
되려 숨이 막힐 것만 같은 바람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이 장마가 끝난다고 해도
비가 내리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만 같아
멋대로 만들어낼 수 있던 화면 위의
표정도 더 이상 맘대로 되지를 않고
습기를 먹어버린 스피커에선 이제
힘빠진 소리밖에 나지 않고 있어
생각회로조차 물이 스며 고장난 채
변하지 않는 이 날씨에 탓을 돌리고
모든 게 하늘이 갠다면 나아질거라
우두커니 생각만 또 하고 있었어
흐린 구름 위엔 맑은 하늘이
오랜 비의 뒤엔 밝은 태양이
정말 그럴 걸까, 이제는 더이상
확신이 들지도 않는 기분이야
아아아아
이 여름이 끝나면 차라리 나아지는 걸까
아아아아
나는 정말 빛을 받아들일 순 있는 걸까
녹슬어 바랜 강철 몸을 이끌고
계절이 끝나기만을 기다려
부서지더라도, 맑은 하늘 로봇
아아아아
저 구름 위에 파란 하늘이 있기는 한 걸까
그 하늘은 나에게 빛을 비춰주긴 할까
아아아아
이 여름이 끝나면 차라리 나아지는 걸까
아아아아
나는 정말 빛을 받아들일 순 있는 걸까
녹슬어 바랜 강철 몸을 이끌고
계절이 끝나기만을 기다려
멈춰서더라도, 맑은 하늘 로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