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표정과 밝은 미소 지으며
자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과
엄마 손을 꼭 잡은 채
그저 멍하니 물끄러미
바라다 보기만 하는 아이들
너의 친구들과 너의 가족들과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말 없이 서 있는 나
끊임없는 박수와 찬사속에
아주 서서히 걸어 들어오고 있는
너의 모습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런 그런 신부의 모습이구나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내 눈엔 어느새
한 줄기 눈물이 흐를것 같았지만
누가 볼까봐 두려워
차마 그러지 못했어
떠나가는 마지막 모습
보려 찾아왔나요
서로가 마음 아프게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었는데
아무 말 없이
슬픈 표정 짓고있는 그대 모습이
나를 잡는 것 같아
편히 갈 수가 없잖아요
평생 내 옆에 있는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함께 하겠냐는
주례 선생님의 물음에
수줍게 대답하는 너의 모습을 보니
지난 날 우리 함께했던
언약식이 떠올라
언제까지나 니 곁에서
널 지켜주겠다던 약속
지킬 수 없게 되버린지금
그 날의 기억 그 날의 다짐
이제 아무 소용 없지만
이제 새로운 인생의 문을 향해
걸어 나가고있는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혹시 지나간 나와의 기억 때문에
내게 받은 상처 때문에
아파하는 건 아닌지
다시는 내 모습은
생각조차 안하겠다던
기억에서조차 지워 버리겠다던
그 날의 네 모습이 떠올라
그 말들이 떠올라
그대두고 멀리 떠나버리는
날 용서해요
우리의 아픈 시간들
이겨내지 못해서 미안해요
행복했던 추억들은
간직하며 살아갈게요
나의 가슴 속 깊이
그대 사랑 간직한 채로
오늘 찍은 다정한 기념사진에서조차
내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겠지
이제 서로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소식 들을수도 없겠지
멀리 사라져가는 너의 뒷모습보며
텅빈 예식장에 홀로 남아 기도해
행복하라고 부디 행복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