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e-1
그날도 역시 여느때처럼 10시가 지나
기나긴 어둠을 맞이하기 시작한 K의 방 안
반쯤 깨진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자아를 상실함을 확실히 느껴
분명 자정이 지나면
또 두통에 시달리며 아스피린 수십알로 고통을 억누르겠지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이런 밤이 지속됐던건
그리 오래 되진않아서였어
2주전쯤 말없이 사라진 아내와 두딸
덕분에 완전히 망가진 생활과
극단적으로 변해버린 성격
또 혼란스런 상태가 이끌고간 상황이란 정신착란
자정을 알리는 괘종시계소리와 함께
난 또 머릴 움켜쥔다
급하게 약을 삼키며 또다시 거울을 쳐다봤을땐
이미 일그러져버린 내가 쓰러지고있을뿐
Verse-2
쾌쾌한 냄새와 함께 눈을 떳을땐
계단이 제일먼저 눈에 들어왔어
왜 이렇게 답답한곳에 내가 쓰러져있는걸까...?
아직도 멍한 정신에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그럴수록 점점 아파오는 머리와 가빠오는 호흡
두번이나 속의것들을 걸러내버리고난 후에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수 있었지
몸을 일으키고나서 사방을 둘러봤지만
기분나쁜 냄새와 칠흙같은 어둠만이 나를 반기는듯해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손을 더듬어가며 전등스위치를 찾기시작했어
냄새에 점점 무감각해져갈때쯤
스위치와 함께 손에 잡힌것은
나아닌 누군가의 또다른 손
황급히 전등을 켠후 내눈앞에 보인건...
Verse-3
-그날도 역시 여느때처럼 10시가 지나
기나긴 어둠을 맞이하기 시작한 K의 방 안-
잠자리에 들기전 미세한 두통에 시달리던 그는
짜증과 함께 두통약통에 손을넣고는
무작정 집히는데로 알약을 수십정 집어삼켰지
그리고는 몇시간이 지나 자정에 다다른 시각
풀려버린 눈을 한 K의 game의 시작
우선 옆자리의 아내 목을 지긋이 긋고는
목이 졸린 자국이 남은
딸아이들의 몸과 같이 묶고
지하실로 통하는 계단을 하나하나밟으며 콧노래를 부른다
구석진 곳
한대 뒤엉킨 그녀들의 머리카락을 사랑스레 다듬어주고는
태연히 방으로 올라와 거울을 봤을땐
이미 일그러져버린 그가 쓰러지고 있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