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집 안에서 혼자 멍하니
TV화면을 응시하는 어머니
모두 가고 없는 놀이터에서 홀로 흙장난을 하는 아이
식당 구석 자리에 앉아
꾸역꾸역 국밥을 넘기는 아버지
어느 곳에선가 혼자서 아프고
또 아파하는 사람들, 사람들
이 계절을 혼자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해 질 무렵의 한 시간
해 질 무렵의 한 시간은 참으로
더디게만 흘러갑니다
하루 종일 씩씩했던 사람들도
해 질 무렵엔 용기를 잃곤 합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더 외로워하고
아픈 사람들은 더 아파합니다
잠시라도 함께 있어줄 누군가를
그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해 질 무렵에
마음약한 사람들은 낮보다 더 선해지고
밤보다 더 고요해지고
낮과 밤사이에서 이미 사라진 것들과
이제 곧 내 곁을 떠날 것들을 그리워하며
누군가가 다가와 손 잡아주기를 기대합니다
해 질 무렵의 한 시간
누군가에게 견딜 수 있는
이유가 되어주어야 하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