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하현우

메마른 이 길 위에
현실의 갈피 속에
한 자락 바람결에
걸음을 멈춰 뒤를 보다

나를 비껴간 봄날이
떨어뜨린 향기들을
따라가, 따라가, 따라가

잰걸음 사이에도
저 빌딩들 사이에도
도무지, 어디에, 있는지

모두 가지려 발버둥을 쳐도
작은 두 손에 잡힌 건
부스러진 욕심과
닳아 버린 희망과
게워 버린 상한 믿음들

잰걸음 사이에도
저 빌딩들 사이에도
도무지, 어디에, 있는지
긴 계단 사이에도
빼곡한 달력 안에도
찾을 수 없었던 내 모습

허공 속에서 건져냈던
내가 증명될 모든 것이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사라져

먼 곳으로 떠났고
세상의 뒤를 밟고
결국 도착한 이곳은
나를 두고 왔던 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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