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스산한 바람이 며칠 전 앓았던 감기
기운처럼 살며시 나의 옷소매 사이로 스며들 때면
늘 하회탈처럼 웃음 지으시던 할머니의 따사로운
미소와 초가을부터 늦봄가지 항상 입고 계시던
빨간 스웨터가 떠오릅니다.
너무 오래 입고 계셔서 할머니의 꼬깃꼬깃하던
속내음까지 배어있던 털실이 무척 깔끄러웠던
그 스웨터가 떠오릅니다.
길을 걷다가 허리가 반쯤 굽은 어떤 할머니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아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하늘만 봤어
가끔씩이나, 그것도 명절에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찾아가 뵈던 할머니 댁에는 지금 아무도
없지
이제서야 알 것만 같아요 날 감싸주시던 그 사랑을
두 번 다시 갈 수 없는 할머니의 품이 내 어린
시절에 가장 따사로운 기억이라는 걸 행복이란걸
감사하며...
할머니 이제는 스웨터를 입지 않으시겠죠?
그곳은 늘 봄일 테니까요
할머니께서 파시던 많은 과일들이 지금
제 마슴속에 열료 있는 걸 보면 그 곳은 아마도
할머니 마음처럼 야단도 맞았지
과일 향기가 그윽히 베어나던 할머니가 안아주실
때만 깔끄런 스웨터 그 느낌이 싫어 달아났다.
어머니께 야단도 맞았지
그럴 때마다 우는 나를 달래며 아껴두신 곶감
하나를 꺼내 주시던 할머니 미소에 금방 웃고
말았지
많은 노래와 더 많은 얘기로도 내 마음 달랠 수
없는 건 나의 그리움. 나의 간절함이 깊기 때문이죠.
할머니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