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향기를 위하여 -
누구든 언제인가는 죽게 될 그 날이 내일이라고 생각하여 보면 ....... 삶의 진솔한 향기가 자연히 피어날까? 아님 내일 죽을 터이니 오늘 먹고 마시고 즐기자 이럴까? 임종의 순간을 앞에 두고는 다들 착해 진다고 하든데……. 적어도 다들 그런 마음으로 오늘을 산다면 후회 없이 살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던데…….
21세기에 들어선 우리 또한 항상 불투명한 내일 앞에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지 않은가? 나 또한 91년 산업 재해로 인한 교통사고 후, 지금까지 내 생의 절반을 넘기며 살아온 것에 비추어 앞으로 얼마만큼 더 살수 있을지를 헤아려 보면 내가 살아온 마흔 두 해도 쏜살같을 진데 …….
누구든 자신의 남은 삶의 길이를 살아온 날과 비교하여 되짚어 생각해 보길 바라며 ……. 우리는 후유증으로 얻은 장애와 지병으로 인하여 예측 할 수 없이 병원에 자주 실려 가는 불투명한 내일이기 때문에라도……. 오늘 그 날이라 생각해 보고 이 글을 써 봅니다.
< 아내에게 >
여보, 내 지금까지 살아온 적지 않은 마흔 두 해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월이었지만 그동안 사랑하는 당신에게 유산으로 상속해 줄 만한 가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다만 사랑한다는 오직 당신만을 사랑했다는 이 말만을 남겨 줄 수밖에 없음에 이제 홀로 지내야 하는 병약한 당신의 건강에 더욱 안타까워 할 말을 잃습니다…….
진정으로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행복했었습니다. 특히 내가 장애를 입게 된 이후 당신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처녀 시절부터 지병으로 알아 오던 중증의 심장병에도 불구하고, 어렵지만 규모 있게 꾸준히 알뜰살뜰 꾸려온 살림 덕분에 오늘까지 쥐꼬리 만한 작은 월급에도 풍요함을 누리며 살게 되었던 것은 내가 마누라 하나는 잘 얻었던 것으로 여기고, 항상 흐뭇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매월 수입 중 절반에 가까운 4~5 십만 원이란 적지 않은 액수를 시부모님을 위해 따로 때어 놓고 생활하고 친정을 위해서도 1~20 십여 만원의 돈을 정기적으로 드리기에도 쉽지 않을 터인데도, 어려운 살림에서 그분들께 불평하나 없이 살아온 당신에게 나는 왜 애쓴다는 고맙다는 말을 자주 못했는지 모르겠소.
그래서 이제라도 말하는 것인데 말이오. 여보! 우린 89년 결혼 시절부터 아무것도 갖은 것 하나 없이 그저 4백 만원 단칸 전세(300만원은 회사 융자)에서 지금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당신의 근검절약과 수고로움으로 이어진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들 이어서 항상 나의 마음 한구석이 조금 아팠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전합니다.
또 한 가지 나의 마음을 걸리게 하는 것으로 당신에게 전하여 줄 말은 우리들의 교제 시절, 항상 나의 입에 붙어서 당신의 손 모양만큼은, 지금보다 더 험하지 않도록 하게 해줄 자신이 있다고 했었는데 몇 일전 말없이 잡아 본, 힘겹게 설거지를 막 끝낸 손길에서 표현은 못 했지만 나 자신이 지키지 못 할 약속을 한 것 같아 얼른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어 정말 미안했었다는 것을 전하여 주고 싶소.
이제 마지막으로 꼭 한 가지 당신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오. 내가 만약 뇌사 같은 회생 불능의 사고에서 깨어 날수 없다면, 지금까지 84년과 94년에 이르는 2번의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고 아직도 시달림을 받는 당신에게, 나는 같은 혈액형이므로 제일 먼저 나의 심장을 옮겨 주고 싶소.
또한 남은 육신의 한 부분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도움과 희망이 된다면 이식 가능한 그 어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옮겨져서, 장애가 없어진 온전한 삶으로 다른 사람 속에서 사고 후의 장애에서 벗어나 온전히 사용되어질 수 있도록 기증하여 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보! 내가 평소에 다 하지 못한 마지막으로 할말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것은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아니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는 다시 당신을 만나서 당신만을 사랑 할 것이라는 이 말을 꼭해 주고 싶었다오.
여보. 사랑하오. 그리고 그동안 함께 했던 기쁨과 슬픔의 날들에 대하여 진정 고맙고 감사하오.
< 남편에게 >
어차피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시간의 수레에서 내 생애가 잠깐 빛났다가 사라지는 촛불 같을지라도 저 역시 당신과의 만남은 행복했었습니다. 그리고 늘 함께 할 수 있었음에 또한 고맙고 진정 감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당신과 함께 했던 인생의 날들 중에는 칼로 물 베기와 같은 아픔의 순간순간들도 어쩌면 하나의 절충 과정으로 지금에 이르러 번복하지 않게 하는 시행착오로써 삶의 소중한 교훈이 되었는데…….
그렇게 인생을 배워 알만하고 이제는 살아 볼만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이때 우리는 남은 삶을 헤아려 이별을 준비하며 또 얼마나 가슴 아파 해야 합니까? 그래요. 어떠한 형태이든 숙명처럼 이별이란 배경 아래 우리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보내 드리고 떠날 수밖에 없음에 마음을 다잡아 보아도 헤어짐으로 가슴이 아파지는 것만큼은 누가 되었든 남은 자의 몫인가 봅니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