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문안
-김종해 시
나는 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습니다.
오오. 말할 수 없는 우리의 슬픔이
어둠속에서 굳어져 별이 됩니다.
한밤에 떠 있는 우리의 별빛을 거두어
당신의 등잔으로 쓰셔요.
깊고 깊은 어둠속에서만 가혹하게 빛나는 우리의 별빛
당신은 그 별빛을 거느리는 목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요.
종루에 내린 별빛은 종을 이루고
종을 스친 별빛은 푸른 종소리가 됩니다.
풀숲에 가만히 내린 별빛은 풀잎이 되고
풀잎의 비애를 다 깨친 별빛은 풀꽃이 됩니다.
핍박받은 사람들의 이글거리는 불꽃이
하늘에 맺힌 별빛이 될 때까지
종소리여 풀꽃이여 ......
나는 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