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나르는 새처럼 살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 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 가족에게 소외 받고 돈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들 앞에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만에 골목길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